은행을 방문한 손님이 1억500만원의 거금을 습득해 은행 측에 전달했으나 보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 은행이 제때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7단독(권순호 부장판사)은 A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유실물 인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 씨는 2017년 2월 서울의 한 은행 개인 대여금고에서 5만원권 현금으로 1억500만원이 든 비닐봉지를 발견해 이를 은행에 전달했다.
은행은 6개월간 주인을 찾지 못하자 8월에 관할 경찰서에 신고했고, 경찰이 유실물 습득공고를 낸 후에도 6개월간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민법 제253조(유실물의 소유권취득)는 ‘유실물은 법률에 정한 바에 의하여 공고한 후 6개월 내에 그 소유자가 권리를 주장하지 아니하면 습득자가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유실물법에 따르면, 건물 안에서 물건을 습득할 경우 습득자는 관리자에게 물건을 인계해야 하고, 이때는 해당 건물 점유자가 습득자가 되지만 보상금은 실제로 물건을 습득한 자와 절반 씩 나눠가져야 한다.
이에 따라 A 씨는 "절반의 소유권을 취득했다"며 돈을 보관하고 있는 국가를 상대로 "절반인 5250만원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은행과 A 씨 모두 돈을 받을 수 없다고 판결을 내렸다. 건물 점유자인 은행 측에서 6개월 가량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실물법은 보상금을 받을 권리는 습득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유실자·소유자 등에게 습득물을 반환하거나, 또는 경찰서에 제출하지 않으면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은행이 절차를 밟지 않은 이상 은행만이 아니라 A 씨도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며 "7일 내 신고하도록 한 유실물법 규정은 소유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 유실물 공고가 단기간 내 이뤄지지 않으면 소유자의 권리회복이 매우 곤란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A 씨가 습득한 1억500만원은 누구의 소유로도 인정되지 않고 국고로 귀속될 가능성이 크다. 유실물법은 수취인이 없는 물건은 국고로 귀속한다고 규정한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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