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 '영변 핵시설 폐기' 정책토론회
"비핵화 진행 뒤 CTR 본격화…대북제재 충돌 크지 않아"
21일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 PSS홀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협력적 위협감소 : 기술적 과정과 공간전환'을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 모습. © 뉴스1 문대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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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역사적인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영변 핵시설 폐기'가 떠오르는 가운데 폐기 이후 카지노, 미술관 등으로의 용도 전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21일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협력적 위협감소(CTR)'를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폐기 계획을 세울 때부터 해당 시설을 역사유적지, 박물관, 테마파크 등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자"고 제언했다.
CTR이란 핵, 화학, 생물무기 및 그 운반수단으로부터 초래될 수 있는 안보위협을 감축하기 위해 보유 대상국에게 단계적, 점진적으로 경제적 인센티브를 교환해 나감으로써 위협을 감소하는 국제안보프로그램이다.
과거 1990년대 초 시작된 우크라이나, 카자스흐탄, 벨라루스 등이 비핵화 과정에서 CTR을 사용했다.
이와 관련해 홍 실장은 "북한의 비핵화가 곧 하나의 개발로 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며 "CTR을 활용해 영변을 비롯한 북한의 핵시설 폐기 후 공간전환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시설 공간전환을 남북한 및 국제사회의 경제협력 프로그램 차원에서 접근하자는 것이다.
홍 실장은 미국과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 해외에서 실현한 핵시설 폐기후 시설활용 방안을 사례로 들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의 'B리액터(B Reactor)'는 역사유적으로 재활용됐다. 이곳은 1944년부터 1968년까지 운용된 핵시설이자 '맨해탄 프로젝트'의 산실로, 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키는 역할을 했다. 현재는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랜드마크로 지정돼 연간 약 50회의 투어가 기획되고 있다.
영국의 칼더 홀(Calder Hall NPP)의 경우 박물관으로 활용하기가 적절하다는 판단 하에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 곳은 북한 영변 5MW원자로가 모방한 것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또한 스웨덴 'R1 리액터'는 갤러리와 미디어 아트 시설로 변모했으며 미국 몬트빌(Montville)에 있는 핵 시설은 카지노·호텔로 전환됐다.
이 외에도 핵시설은 천연가스 발전소(미국), 과학기술센터(영국), 생태공원(미국) 등으로 변신에 성공한 바 있다고 홍 실장은 전했다.
그는 "영변 핵시설이 폐기가 된다면 역사적 사건이 될 수 있다"며 "이것을 역사적 형태로 계속 보존하거나,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기는 부분이 유의미하게 경제발전까지 연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CTR과 대북제제와 충돌 가능성에 대해선 "일정 부분 비핵화를 진행 후에 프로그램이 가동될 수 있고 본격화 될 수 있어 대북제재 충돌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 토론에서는 북한이 CTR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원자력 에너지를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농축시설과 재처리시설을 유지하고 싶어할 수 있다며 평화적 용도전환에 북한이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CTR이) 실제로 협상 의제가 될 수 있나 모르겠지만 구체적으로 이 문제를 만들 시점이 되면 한미 간에도 서로 역할분담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 않겠나"라며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입장을 좁혀야 될 부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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