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미 기자 |
"오렌지로도 와인을 만들어요?." 오렌지와인이라고 내놨을 때 많은 이들이 보이는 첫 반응이다.
정답은 '노(NO)'. 오렌지로 만든 와인도 아니고, 스파클링와인에 오렌지주스를 섞은 미모사 칵테일도 아니다. 오렌지와인 역시 포도로 만든 사전적 의미의 그 와인이 맞다. 화이트와인의 일종이다.
오렌지와인이란 말은 색깔 때문이다. 우리가 색깔로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구분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오렌지와인이란 명칭 역시 너무나 당연하다.
/www.doctorwine.it 사이트 캡쳐 |
오늘날 화이트 와인이 투명한 색을 내는 것은 청포도만 쓰기 때문이 아니다. 포도품종을 떠나 껍질, 씨 등 색깔을 낼 수 있는 것들은 버리고 즙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반대로 이 즙을 껍질 등과 접촉해 발효시키면 오렌지색 와인을 얻을 수 있다. 색깔은 밝은 노란색부터 짙은 호박색까지 다양하다. 접촉기간은 짧게는 몇 일부터 몇 달, 몇 년이 계속되기도 한다.
말하자면 오렌지와인은 레드와인의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화이트와인, 하이브리드 와인인 셈이다. 맛과 향도 딱 그렇다. 복합적이다.
열대과일부터 너트와 오렌지 껍질의 향도 지니고 있다. 포도껍질은 오렌지와인의 색을 진하게 만들었지만 타닌으로 맛에 무게감도 실어줬다. 우리가 레드와인을 마실 때 떫거나 치아 사이가 뭐가 낀 것같이 뻑뻑하게 느끼게 만드는게 바로 타닌이다. 만약 눈을 감고 먹는 다면 오렌지와인과 레드와인을 구별하기 힘들수도 있다.
오렌지와인은 시칠리아나 스페인, 스위스 등에서도 만들어지지만 주로 많이 생산되는 곳은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등이다. 내추럴와인과 함께 요즘 와인업계 대세라지만 오렌지와인은 여전히 흔한 와인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이름이 많이 거론되는 것은 한식과의 궁합이 좋기 때문이다.
보통 와인과 같이 먹기 힘들다는 맛과 향이 강한 음식도 오렌지와인과는 어울린다. 카레를 비롯해 모로코 음식, 에티오피아 요리는 물론 김치같은 매운 한식, 낫토 등 발효식품이 많은 일본음식과 먹어도 훌륭하다. 타닌 등의 성분과 너트향 등은 오렌지와인을 소고기부터 생선까지 모두 어울릴 수 있게 해줬다.
새로운 트렌드처럼 보이지만 오렌지와인은 역사가 오래됐다. 내추럴와인과 마찬가지로 옛날 옛적부터 원래 먹던 와인이다. 다른 화학성분을 첨가하지 않고 온도조절 등 다른 개입없이 레드와인을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껍질 등에 접촉시키면 자연스런 오렌지색이 우러난다.
마스터 오브 와인(MW)이자 책 '내추럴와인' 저자인 이자벨 르쥬롱은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들에서 사람들의 잔에 담긴 화이트 와인이 왜 오늘날의 화이트와인처럼 투명하지 않고 오렌지색으로 보이는지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냐"며 "빛 때문도, 그림이 오래됐기 때문도 아니라 그 시대의 미켈란젤로와 같은 화가들은 정말로 오렌지와인을 마셨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안상미 기자 smahn1@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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