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폰 트리에 감독 신작
영화 '살인마 잭의 집' 리뷰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논란을 부른 영화 '살인마 잭의 집'. 들라크루아의 '단테의 조각배'를 본뜬 지옥도 장면이다. 붉은 두건을 쓴 왼쪽 사내가 주인공 잭(맷 딜런), 그 오른쪽은 잭을 찾아온 의문의 사내 버지(브루노 간츠)다. [사진 엣나인필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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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이 노트르담 대성당 같은 예술작품?
급기야 잭은 자신이 살해한 시체들로 집을 지으려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 집은 덴마크 유명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가 라스 폰 트리에 감독과 협업해 만들었다. 사진은 잭이 건축물 모형을 들여다보는 모습. [사진 엣나인필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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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잭을 비웃게 하는 블랙코미디 코드도 공존한다. 가령 극 중 잭이 “옛 성당엔 신만이 볼 수 있는 예술품들이 숨겨져 있고 그 뒤엔 위대한 건축가가 있다. 살인도 마찬가지”라 읊조리며 자신의 살육을 노트르담 대성당, 피카소와 고갱의 그림,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글렌 굴드의 피아노 연주 등 위대한 예술에 빗대는 장면은 대놓고 거창해서 실소가 터진다.
타인 상처 주는 이기적 예술…종착지는 '지옥'
지난해 이 영화로 칸국제영화제를 찾은 주연배우 맷 딜런과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사진 엣나인필름, Darren Brad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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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번 영화의 출발점이다. 그간 금기에 도전하며 때로 도가 지나쳤다고 지탄받기도 했던 감독 자신의 예술관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 것.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고 든 장면이 외젠 들라크루아의 회화 ‘단테의 조각배’를 본뜬 지옥도란 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컴퓨터그래픽 없이 빚어낸 이 그림 같은 장면에서 잭은 한 치 앞의 운명을 모르는 채 비장하게 서 있다.
맷 딜런의 연기도 절묘하다. 그는 “잭이 단순한 연쇄살인마가 아니라, 공감대가 부족했던 좌절한 아티스트라 생각했다”면서 “이 영화만큼이나 말 그대로 ‘지옥’까지 가본 작품은 이제껏 없었다. 인간의 본성을 깊이 들여다볼 기회였다”고 했다. 잭의 살인 회고를 들어주는 의문의 남자 ‘버지’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베를린 천사의 시’(1987)의 명배우 브루노 간츠가 열연했다. 한국 배우 유지태도 희생자 중 한 명으로 짧게 등장한다.
"무의미한 폭력 전시" vs "거장의 귀환"
희생양 중 한 명으로 출연한 배우 우마 서먼. '님포매니악'에 이어 라스 폰 트리에 감독과 다시 뭉쳤다. [사진 엣나인필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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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자체가 악…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입증"
잭은 빨간 모자를 쓴 채 같은 모자를 쓴 희생양들을 공격한다. [사진 엣나인필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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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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