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횡단선 노선도./ 서울시 |
서울시가 추진하는 강북횡단선이 지옥철 9호선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경전철이 아닌 중전철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는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해 구축하는 강북횡단선은 완급행 열차 운행이 가능한 25.72km의 장대노선으로 강북의 9호선 기능을 수행하도록 계획했다고 21일 밝혔다. 동으로는 청량리역에서 1호선, GTX-C, 면목선, 경의중앙선과, 서로는 5호선과 연결된다. 3호선, 6호선, 우이신설선, 서부선, 9호선까지 환승 가능하다.
경전철은 수송용량이 지하철과 버스의 중간규모인 대중교통수단이다. 기존 지하철·전철인 중전철보다 전동차 크기, 무게, 수용 인원이 적어 사업비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열차가 최대 4량으로 구성돼 수요예측에 실패할 경우 지옥철로 불리는 9호선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시민 김모(34) 씨는 "경전철이 아닌 지하철을 만들어야 한다. 뉴타운도 있고 대학들에 환승하는 사람까지 수요가 정말 많다"며 "조사 좀 정확하게 하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철도망계획 노선별 이용자수'에 따르면, 강북횡단선은 하루에 21만3006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일일 이용객이 27만2749명인 1호선과 맞먹는 수준이다.
고홍석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수요예측을 해보니 강북횡단선은 1km당 이용객이 1일 8000명 수준으로 나왔다"며 "1만명은 돼야 중전철로 추진한다. 이보다 낮기 때문에 경전철이 적합하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지하철 9호선은 수요예측에 실패해 지난 2015년 3월 2단계 구간 개통 당시 혼잡도가 230%까지 치솟으면서 안 좋은 선례를 남긴 바 있다. 9호선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시는 1년 반만인 2016년 8월 혼잡구간인 가양~신논현 구간만을 운행하는 '셔틀형 급행열차'를 투입했다. 혼잡도는 40% 감소한 190%가 됐다. 160명 정원인 열차 한 량 탑승객이 368명에서 304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정원의 2배 가까이 되는 인원이 열차에 타고 있다는 뜻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9호선은 민자 사업으로 추진돼 비용을 최대한 줄이려다 보니 수요예측을 콤팩트하게 한 것"이라며 "강북횡단선은 출퇴근 피크 시간대에 혼잡이 있을 수는 있지만 거기에 맞춰 수요를 늘려 놓으면 낮에 열차가 비어 손실이 발생한다. 2~4량이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9호선 열차 혼잡도가 크게 줄지 않자 2017년 12월 6량 열차를 도입했다. 총 4량인 전동차 앞뒤에 각각 1량을 붙여 6량의 열차를 운행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지하철 9호선 3단계 구간을 개통했다. 시는 출근시간대 혼잡도가 163%에서 147%로 16%포인트 줄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수요가 많다면 토목 용역 때 4량 이상으로 추가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전철은 수익성이 떨어져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012년 7월 개통한 의정부경전철은 잘못된 수요예측과 잦은 운행 장애로 운영 5년만인 2017년 5월 3676억원의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했다. 총사업비 6752억원을 투입한 용인경전철도 매년 300~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강북횡단선 경전철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통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 관계자는 "예타 탈락을 최소화하려고 비용대비편익(B/C)이 높게 나온 노선을 선정했다"며 "다른 지방 노선과 경쟁하기 때문에 서울권은 경제성이 높아 예타를 탈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에 따르면 강북횡단선의 비용대비편익은 0.87로 통상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1을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정 기자 hjk1@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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