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홈쇼핑의 방송 재승인을 대가로 3억여 원의 뇌물을 수수하는 등 수억원대 금품 비리 혐의를 받고있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2017년 11월 2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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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원대 뇌물과 예산 강제배정 등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구속은 면했다. 전 전 수석은 문재인정부 초기 정권 실세로 꼽혔던 인물이다. 이번 정부 청와대 고위 인사로서는 처음으로 부패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는 21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전 전 수석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업무상횡령 등 혐의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다른 사건과 함께 재판하더라도 선고는 따로 하도록 돼 있다.
재판부는 실형 선고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은 발부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항소해서 불구속 상태로 다퉈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전 전 수석은 의원 시절인 2013년 비서관 윤모씨와 공모해 GS홈쇼핑으로부터 허태수 대표가 국정감사에 불려 나가지 않게 해주는 대가로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1억5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전 전 수석은 2013년부터 2017년 5월까지 이 협회 회장·명예회장을 지냈다.
전 전 수석은 KT에서 합산규제법 처리를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e스포츠협회를 통해 1억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도 받았다. 이 외에 롯데홈쇼핑에 대한 방송 재승인 문제제기 중단 청탁의 대가로 3억원의 e스포츠협회 기부금과 기프트카드 등 640만원 상당의 금품·향응을 받은 혐의와 정무수석으로서 기획재정부를 압박해 e스포츠협회에 20억원 가량의 예산이 배정되도록 한 직권남용 혐의가 있었다.
또 e스포츠협회 예산 1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 업체 관계자에게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와 관련해 불법 정치자금 2000만원을 수령한 혐의 등도 있었다.
GS 홈쇼핑 뇌물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무죄로 판결했다. GS홈쇼핑 측 청탁대로 허 대표가 증인 목록에서 빠질 수 있었던 건 맞지만, 비서관 윤씨가 벌인 일일 뿐 전 전 수석은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다.
KT 뇌물 혐의도 무죄 판단을 내렸다. 전 전 수석이 KT 자금을 받은 대가로 합산규제법 반대로 입장을 바꿨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합산규제법은 KT의 로비와 반대 입장을 가진 의원들 때문에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전 전 수석이 입장을 선회한 것이 e스포츠협회 후원 때문이라는 것은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롯데홈쇼핑 뇌물 혐의는 대부분 유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은 전 전 수석을 만나 '재승인 지장 없게 해달라. e스포츠협회 후원은 잘 살펴보겠다'고 했다. 롯데 측 대관 담당자들도 윤씨와 투트랙으로 접촉해 문제제기를 그만 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전 수석과 윤씨는 부정청탁의 대가로 3억원을 후원받은 사정을 공유했다"며 "이 부분 공소사실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강 사장이 건넨 50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뇌물로 받아 전 전 수석의 가족들이 사용하게 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숙박비 혜택을 받은 것은 의원실 측 착오로 고의없이 벌어진 일로 보고 무죄 판단했다.
기재부 예산압박 혐의도 유죄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전 전 수석이 2017년 7월 직접 문건을 들고 예산 반영을 요청했다"며 "e스포츠 육성은 사업구체성 문제가 있었는데도 제대로 심의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재부에서 '이런 데까지 예산을 줘야 하느냐', '정무수석님 지시사항입니다'라며 상기시키는 내용도 확인됐다"며 "기재부 공무원들이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직권남용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외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이, 횡령 혐의에 대해 일부 유죄 판결이 나왔다. 횡령 혐의는 e스포츠협회 예산을 빼다 가족 여행비로 쓴 부분 등이 유죄로 인정됐다.
백인성 ,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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