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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강사법 시행 전 공백기… ‘구조조정’ 현실로 드러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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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수강신청 기간 대학생들 “강의 줄었다”

중앙대 대학본부, “전년 대비 강사 264명 감소”

법 시행 전 공백기 틈탄 ‘구조조정’의 효과?

정부에 ‘보완 대책’ 마련 요구하는 목소리 커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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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학기 수강신청이 시작된 여러 대학에서 “강의와 강사 수가 과거보다 줄었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2학기 시행될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을 우회하기 위해 대학들이 취해온 다양한 조처들의 결과가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강사법’ 시행에 대한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중앙대 대학본부는 지난 1월 말 학생 대표자들 대상으로 연 ‘리더스포럼’에서 “2018년 1학기 때 강사가 1209명이었는데, 2018년 2학기 1021명, 2019년 1학기엔 945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강사법’ 시행을 빌미로 한 ‘강사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대학본부가 스스로 ‘전년에 견줘 강사 수가 264명 줄었다’고 강사 감축 현황을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대학본부는 또 “2018년 1학기 개설 강좌 수는 4632개였는데, 2019년 1학기 개설 강좌 수는 4587개”라며 “전체 강좌 수가 줄지 않았으므로 ‘구조조정’과 거리가 멀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사 수가 줄었는데 전체 강좌 수가 줄지 않은 데 대해선 “전임교원 수가 늘어났고, 일부는 겸·초빙 등 비전임 교원을 초빙”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대학본부의 기본 입장은 “강의를 전임교원이 담당하느냐 강사가 담당하느냐는 대학 본부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임교원 숫자 또는 강의 책임시수를 늘리고 겸·초빙 등 비전임 교원으로 기존 시간강사를 대체하는 방식은, 대형 강의를 유도하고 졸업학점을 줄이는 식의 학사 개편과 함께 ‘강사법’을 우회하기 위한 대학들의 주된 ‘꼼수’라고 지적받아왔다. 교육부는 이런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지난달 입법예고한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겸·초빙교원의 자격요건과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내용을 넣기도 했다. 그러나 여러 대학들은 법 시행 전 공백기를 틈타 입법 취지와 정반대의 ‘전략적 선택’을 해왔다. 중앙대 사례에서 보듯 그 결과가 1학기 수강신청을 계기로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고려대의 경우 최근 총학생회가 “1학기 학부 개설 과목 수가 전년보다 200개 이상 감소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놨다. 성공회대 학생들도 “작년 1학기에는 강사 128명이 154개 강의를 맡았으나, 올해 1학기에는 102명이 110개 강의를 맡게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중앙대에서도 대학본부는 “강의가 줄지 않았다”고 하지만, ‘중앙대 강사법관련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는 “전체 개설 강좌 수가 지난해 1학기 6181개에서 올해 1학기 5049개로 1102개 줄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학생·강사들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에 대해, 대학들은 대체로 “사실과 다르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의·강사 감축과 관련해 공신력 있는 결과는 현재 교육부에서 진행 중인 대학별 실태조사 결과인데, 이는 수강신청 관련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 뒤인 3월 중순 이후에나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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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자, 정부에 ‘강사법’ 시행을 위한 보완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강사법’과 관련한 보완 대책이, 강사의 신분과 처우에 대한 내용뿐 아니라 고등교육 전반에 대한 개혁까지 껴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논의가 주목된다.

비판사회학회는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강사 구조조정 실태와 수법을 파악하고 예방할 전담 부서 또는 관련 위원회의 설치·운영 △교육환경 개선지표에 비정규교수 임용 책임성과 강사료 항목 반영 △올해 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2000억원 추경 예산 확보 △전임교원 ‘최대강의시수’ 9시간 이하로 제한 △비정년트랙 계약직 전임교수의 무분별한 임용 폐지 △학문후속세대를 위한 지원정책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비판사회학회는 “강사 대책은 단순히 빈곤한 강사들에게 돈 몇 푼 더 주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학생의 교육권뿐 아니라 미래 학문후속세대의 연구 역량을 보장하고 대학의 몰락을 막는 정말 중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사회경제학회는 같은 날 낸 성명에서 ‘획기적인 재정 지원’을 요구했다.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마련한 재정 규모는 겨우 288억원인데, 이는 학생 수 감축과 등록금 동결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많은 지방·사립대들의 현실을 고려하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한국사회경제학회는 “문재인 정부는 대학 강사의 처우 개선과 고등교육 퇴보의 방지를 위해 획기적 재정 지원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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