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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블랙리스트vs체크리스트…공방 속 3가지 체크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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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하늬 , 최경민 , 이지윤 기자] [the300]朴 '문화예술인 지원배제용 블랙리스트'vs 文 '공공기관의 기관장 및 임직원 감독용 체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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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전 수사관 및 변호인단이 31일 오후 서울 중앙지검에서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지역위원장에 대한 고소장(모욕죄)을 제출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 "블랙리스트란 ‘먹칠’을 삼가해주십시오."(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내쳌남블(내가 하면 체크리스트 남이 하면 블랙리스트)이냐."(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것은 블랙리스트인가 체크리스트인가.

지난해 말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이 제기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논란이 정치권에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문건이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보고됐다는 정황이 포착돼자 야당은 정권 차원의 '블랙리스트'라며 집중 공격에 나섰다.

수사 결과를 기다리자며 말을 아끼던 청와대도 이례적으로 적극 해명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장문의 서면 브리핑에서 "블랙리스트란 말이 너무 쉽게 쓰여지고, 블랙리스트의 부정적 이미지가 우리들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는데, 문재인 정부의 인사정책에 그 딱지를 갖다 붙이고 있다"며 정면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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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사칭범죄 관련 대통령 지시사항을 발표 후 취재진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과 청와대 주요인사가 결부된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에 속아 막대한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칭범죄에 대해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과 그 친인척, 청와대 재직 인사를 사칭해 사람들로부터 돈을 편취하는 등의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며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명의의 발표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2018.10.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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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한 적법한 감독권 행사는 '체크리스트'"= 청와대는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의 기관장, 이사, 감사들의 인사, 업무 등 경영 전체에 대해 포괄적 관리·감독은 환경부 장관의 적법한 감독권 행사라고 강조했다.환경부 문건과 블랙리스트는 완전히 다르다는 주장이다.

김 대변인은 과거 정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법원 판결로 정의한 개념은 △(문화·예술인) 지원을 배제하기 위해서 △계획을 세우고 △정부조직을 동원해 △치밀하게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대상이 다르다. 과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결과 발표에 따르면 대상이 민간인이다. 이번 환경부 건은 공공기관의 기관장, 이사, 감사들이다.

둘째 규모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여 관리한 블랙리스트 규모는 2만1362명이다. 피해가 확인된 것만 8931명의 문화예술인과 342개 단체였다. 청와대 측은 "한국당 등 일부 야당이 ‘블랙리스트 작성, 청와대 개입 근거’라고 주장하는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에 거론된 24개의 직위 가운데 임기 만료 전 퇴직이 5곳"이라고 반박했다.

셋째 리스트의 작동 방식이다. 박근혜정부 때는 2014년 여름부터 2015년 1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리스트가 작성됐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을 경유해 문체부와 문예위로 내려보냈다. 이에 따라 지원사업 선정에 리스트가 반영됐다.

반면 환경부 문건은 장관이 일부 산하 기관에 대해 감사를 벌이도록 했고, 이건 적법한 감독권 행사라는 입장이다. 근거로는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제2조다. 또 공공기관 기관장 등에 대한 임명권자가 대통령인 만큼 인사수석실이 장관의 임명권 행사를 감독하는 것은 정상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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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野 "블랙리스트를 블랙리스트라고 말 하는거 봤나?"=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청와대의 해명 다음날인 21일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체크리스트라고 그러는데 블랙리스트를 블랙리스트라고 이름을 붙여 만드는 경우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먹칠하지 말라는 소리에는 언론을 겨냥해서 먹칠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검찰에게 건드리지 말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체크리스트면 체크리스트인 줄 알아라. 이런 얘기"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아니라 내쳌남블(내가 하면 체크리스트 남이 하면 블랙리스트)이라는 새로운 언어가 생겼다"고 비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결국 특검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의 수사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검찰 수사가) 쇼인지 진정한 수사의지를 가지고 하는 건지 앞으로의 수사방향과 진행상황을 좀 지켜볼 때"라고 말했다.

여당은 즉각 반발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임 장관이 산하기관 임원을 관리, 평가하는 것은 문제될 것 없는 적법한 인사 관련 감독권 행사"라며 "불법적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합법적 체크리스트"라고 반박했다.

박광온 최고위원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반영시키기 위해 신임 장관은 법으로 보장된 산하기관 인사 업무, 경영전반을 관리감독할 책무가 있다"며 "이걸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라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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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화이트리스트'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8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6.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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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가 위헌·위법·부당한 행위로 본 '블랙리스트'는?=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지원배제 하기 위해 명단을 만들어 관리한 게 '블랙리스트' 의 시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혐의등으로 항소심에서 각각 4년과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작년 1월 법정구속된 바 있다.

당시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조영철)는 "피고인들은 문화예술계의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정부에 반대 또는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했거나 특정 이념적·정치적 성향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들에 대한 명단을 문체부를 거쳐 예술위, 영진위, 출판진흥원에 하달함으로써 정부 지원을 배제하도록 지시했다"며 "이는 헌법과 관련 법률 규정 등에 비춰 볼 떄 위헌·위법·부당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현재 논란이 되는 '환경부 문건'과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김광삼 법무법인 더쌤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문화예술 단체나 개인 등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 배제였다"며 "이번 (환경부 문건)은 공공기관 임원에 대한 부분이라 다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가 주장하는 '체크리스트'가 '블랙리스트'로 전락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고 경고했다. 김 변호사는 "사퇴 의사가 없는 임직원을 사표를 받기 위해 표적감사를 했거나, 사표내지 않으면 감사를 하겠다고 경고한 게 밝혀지면 블랙리스트로 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하늬 , 최경민 , 이지윤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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