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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연합시론] 환경부 '물갈이 인사' 의혹 실체적 진실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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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실체적 진실이 갈수록 궁금해진다. 여야 간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사건의 실체가 '불법 블랙리스트'인지 '합법 체크리스트'인지 헷갈린다. 이런 가운데 정권 편향적이란 비판을 달고 다녔던 검찰이 이번 사건에서는 전직 환경 장관은 물론 현직 청와대 관계자 조사까지 염두에 두고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도 우리의 시선을 끈다.

여권은 환경부 사건의 경우 공공기관 임원을 상대로 합법적으로 감사한 것이어서 민간인 수만 명에게 불이익을 안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낸 입장문에서 이번 환경부 리스트는 대상과 숫자·작동방식 면에서 과거 정부의 블랙리스트와 다르다며 "블랙리스트란 먹칠을 삼가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도 "대통령이 임면권을 갖는 공공기관장에 대해 청와대와 해당 부처가 협의하는 것은 정상적인 업무"라며 "환경부 문건은 불법적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합법적 체크리스트"라고 했다.

이 같은 입장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촛불혁명'에 의해 탄생한 '정의와 도덕적 정권'이란 자부심을 갖는 여권 입장에서 보면 이해되는 면이 있다. 그러나 검찰의 환경부 의혹 사건 수사 경과를 지켜보면서 여권의 해명과 주장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던 김태우 전 수사관이 환경부 관련 문건을 공개했을 때만 해도 환경부와 청와대는 '문건을 만든 적이 없다'며 부인했지만, 검찰은 김은경 전 환경장관을 출국 금지하고 청와대 관계자 소환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문재인 정부의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비대위 회의에서 "이것은 체크리스트라고 하는데 우리가 블랙리스트를 만들겠다고 하고 리스트를 만든 경우를 봤나"라며 여권의 주장을 '말장난'이자 '궤변'이라고 일축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내첵남블'(내가 하면 체크리스트, 남이 하면 블랙리스트) 정권이라고 가세했다.

환경부 의혹을 다루는 검찰이 김 전 장관에 이어 청와대까지 겨누는 등 여권을 의식하지 않는 듯한 행보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사건의 실체가 어떻게 밝혀지든 검찰이 내놓을 수사결과에 국민의 신뢰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점에서 여야에 정쟁을 하기보다 검찰이 내놓을 수사결과에 승복하는 자세를 갖추기를 촉구하고 싶다.

검찰 수사결과와 관계없이 정권교체 때마다 이뤄지는 공공부문 물갈이 인사도 차제에 합법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르도록 그릇된 관행을 털어내길 바란다. 이번 환경부 사건이 공공부문에서 이른바 '낙하산 인사'로 이어지는 '찍어내기'나 '표적 감사'라는 어두운 관행을 몰아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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