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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테러조직에 합류한 죄…英·美 "IS출신 자국민 안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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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떠나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합류한 대원들이 본국에서 쫓겨날 신세에 처했다. 영국과 미국이 연이어 IS에 합류한 자국민의 시민권을 박탈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서방 연합군의 소탕작전으로 IS의 상당수가 체포된 가운데 앞으로 자국 출신의 대원들을 처리하는 문제와 관련해 서방국들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英·美, 연이어 "IS출신 시민 안 받겠다" 선언

20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IS에 가담했다가 미국으로 돌아오길 원하는 미국인 여성의 입국을 거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해당 여성인 호다 무타나(24)는 2014년 IS에 합류하기 위해 시리아로 향했다. 무타나는 한때 트위터를 통해 ‘미국인을 죽여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열렬한 활동을 했다. 그러나 그는 "순진하고 오만한 행동"이었다며 고향인 미국 앨라배마로의 송환을 요청했다. 현재 무타나는 IS 대원들과 세 번의 결혼 끝에 두 번째 남편 사이에서 낳은 18개월된 아들과 시리아 북부의 알 하울 난민 수용소에 머물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무타나가 미국 시민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그의 입국을 거부했다. 무타나가 미국에서 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아버지가 예멘 외교관 출신이기 때문에 무타나는 시민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타국 외교관의 자녀에 대해선 미국 출생자여도 시민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타나 측은 무타나의 아버지는 무타나가 태어나기 몇 달 전부터 외교관 신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타나는 미국 시민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행정부도 이미 무타나의 신분과 관련해 법적 검토를 모두 마친 상태라고 했다.

영국은 기존에 시민으로 인정했던 IS 출신 여성의 시민권을 박탈했다. 해당 여성인 샤미아 베굼(19)은 방글라데시 출신의 부모를 둔 영국인으로 2015년 IS에 합류했다. 영국 내부무는 ‘공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특정인의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영국 국적법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다만 시민권 박탈로 무국적자가 되는 경우엔 이 조치를 적용할 수 없는데 베굼은 방글라데시와 영국 이중국적자로 분류됐다. 그러나 방글라데시 정부도 베굼을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아 베굼은 오도가도 못한 신세가 됐다.

◇ IS 소탕 후 자국 출신 포로 처리에 골머리 앓는 서방국

미국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은 IS 소탕 후 자국 출신의 IS 포로를 처리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들의 송환을 꺼리고 있다. 18일 영국 내무부는 IS 등 극단주의 조직에 가담한 영국인 900여명 중 이중국적을 지닌 100명 이상이 테러와 관련된 이유로 시민권은 박탈당했다고 밝혔다. 벨기에 정부도 IS를 동경해 시리아로 떠난 여성들과 자녀들을 송환하라는 판결을 내린 법원과 갈등을 빚고 있다.

IS 포로들이 본국으로 송환될 경우 정부는 테러 관련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처벌해야 하지만, 전투 현장에서 수집한 증거를 근거로 기소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들을 수용했을 때 국내 테러 발생 가능성이 높고 사회 구성원들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BBC에 따르면, 2014년 이후 미국과 유럽 등에서 테러를 저지른 용의자 중 20%는 IS 출신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미국은 유럽보다는 IS에 가입한 시민 수가 적지만 이들의 송환을 꺼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조지워싱턴대 연구에 따르면 IS에 가담한 미국인 59명 중 13명 만이 테러 관련 혐의로 기소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유럽 동맹국에 자국민 출신 IS 대원들을 데려가 법정에 세우라고 요구했지만 정작 본인도 자국민의 입국을 거부하며 IS 포로 처리의 어려움을 드러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트위터를 통해 포로가 된 IS 대원 800명을 데려가 법정에 세우지 않으면 이들을 모두 풀어주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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