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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육체노동 연한' 65세로 상향…정년·노인 기준도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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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판례 변경…사회·경제 전반에 파장 예고

보험금 지급 늘어나면서 손해보험료도 인상 불가피

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입장하고 있다. 2019.2.2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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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현 기자,박승주 기자 = 대법원이 21일 늘어난 평균수명과 은퇴연령 등을 고려해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노동에 종사해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령의 상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하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판결로 보험 회사의 보험금 지급액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이에 따른 보험료의 동반 상승이 예상되고, 현재 ‘60세 이상’으로 규정된 현행 정년 규정에 대한 상향 논의도 촉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박모씨의 부부와 딸이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총 2억5416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깨고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5세로 상향해 손해배상액을 다시 계산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판례를 변경한 것은 지난 1989년 기존 만55세를 60세로 상향한지 30년만이다.

대법은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아온 견해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고,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60세를 넘어 만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은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고 법제도가 정비·개선됨에 따라 기존 전합 판결 당시 경험칙의 기초가 됐던 제반 사정들이 현저히 변했다"며 "원심은 막연히 종전의 경험칙에 따라 피해자의 가동연한을 만60세로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30년 전과 달리 Δ국민 평균수명 증가 Δ1인당 국내총생산(GDP) 4배 이상 증대 Δ법정 정년 만60세 또는 만60세 이상으로 연장 Δ남녀 72세 가량의 실질 은퇴연령 Δ고용보험법과 국민연금법, 각종 사회보장 법령상 65세 기준 적용 등이 변화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로 교통사고 등으로 다치거나 사망했을 때 피해자가 받을 손해배상액이 늘어날 전망이다. 가동연한이 5년 늘어남에 따라 5년 더 일해서 받을 수 있는 수입까지 손해배상액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이처럼 30년 만에 가동연한을 상향하면서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당장 보험업계에 미칠 영향은 작지 않다. 이번 판결로 보험금 지급액이 늘어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취업 가능 연한이 60세로 명시돼 있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변경돼 최소 1%대의 자동차보험료 인상요인이 발생한다는 게 보험업계의 추산이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요율전문기관에서 산출한 게 최소 1.2%의 보험료 인상”이라며 “보험료가 오르는 게 불가피하다"라고 밝혔다.

개인의 일상생활이나 기업의 경영활동 중 우연한 사고로 타인의 신체 또는 재물에 손해를 입히면 이를 배상해주는 배상책임 보험료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노동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진다. 가동연한이 늘어난다고 해서 바로 정년이 연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그간 현재 ‘만60세 이상’으로 규정돼 있는 정년 연장을 주장해 왔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정년 연장 가능성이 커질 경우, 기업들도 임금피크제 등을 통해 늘어날 수 있는 임금 부담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재계는 근속연수와 임금이 연계돼 있는 상황에서 정년이 늘면 임금 부담이 높아져 경영 여건이 어려워진다며 정년 연장에 반대해왔다.

현행법상 노인에 대한 기준도 ‘만65세 이상’으로 규정돼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논의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재 60세로 돼 있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과 2033년까지 65세로 점진적 상향할 예정인 연금수급 개시연령도 더 뒤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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