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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더 커진 반도체쇼크…2월 수출 `두자릿수 추락`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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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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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에 그나마 버팀목이 돼줬던 수출 전선에 파인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마이너스로 돌아선 수출이 감소 폭을 더욱 키우는 모습이다. 특히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위기 경보음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뼈아프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조만간 '수출활력 제고 대책'을 내놓겠다면서도 하반기에는 수출이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세우고 있다.

21일 관세청은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액이 233억달러로 집계돼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1.7%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추세로 이달 수출이 마이너스로 확정되면, 지난해 12월 이후 전년 동기 대비 석 달 연속 줄어들게 된다. 3개월 연속 수출 감소는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9개월 연속 줄어든 이후 처음이다.

작년 수출액은 6000억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지만, 사실 작년 12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상태였다. 12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2% 줄어든 데 이어, 올 1월 수출도 5.8% 감소했다. 2월에는 감소율이 두 자릿수로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수출액은 전체적으로 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출액이 감소한 주된 원인은 반도체를 비롯한 ICT 분야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내놓은 자료를 보면 올 1월 ICT 분야 수출액은 작년 1월 대비 18.2%나 감소했다. 문제는 2월 들어 이 같은 추세가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액은 무려 27.1% 줄어들면서 감소 폭이 역대 최대였다

주된 원인은 반도체가격 하락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D램 현물(4Gb 기준) 가격은 작년 9월 3.67달러였지만 10월 3.37달러, 11월 3.13달러, 12월 3.03달러, 올 1월 3.02달러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이진광 산업통상자원부 과장은 "해외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투자가 주춤하면서 재고가 남아돌아 반도체 가격이 크게 하락한 탓이 크다"면서 "물량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과 유가 회복이 예상되는 하반기에 수출이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가격은 하반기 이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세계 경제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전체 수출이 얼마만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라고 했다.

단가 하락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 우려도 나온다. 교역조건은 1단위의 상품을 수출했을 때 얼마만큼의 상품을 수입해올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한국은행은 올해 명목 수출이 전년 대비 1.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가격 변동을 제거한 실질수출 증가율은 올해 3.1%로 예상했다. 수출 단가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수입 단가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교역조건이 악화된다.

반도체뿐만이 아니다. 디스플레이는 전체적으로 1월 수출액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2.7%나 감소하며 20억달러에 겨우 턱걸이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수출액은 증가했지만, 중국이 급격히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에선 단가 하락이 진행되며 감소세를 지속했다. 휴대폰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8%나 줄었다. 컴퓨터와 주변 기기도 26.4% 감소했다. 특히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수출액이 53.5%나 감소해 반 토막이 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중국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26.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그러나 이달 들어 20일까지 중국에 대한 수출이 13.6% 감소하면서 넉 달째 큰 감소세를 지속했다. 특히 ICT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수출 부진이 두드러졌다. 1월 ICT 부문 중국 수출액은 작년 기간 같은 대비 12.2% 줄어든 수치다. 반도체 수출액은 37.1% 감소했고, 디스플레이와 휴대폰은 각각 17.4%와 63%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대중국 수출 전체의 감소세가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수출 둔화는 보다 중장기적인 리스크라는 지적이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내 산업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한국산 제품 수입 유인이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산업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최근 중국 업체들이 무섭게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대중국 수출 감소는 한국이 앞으로 계속 가져가게 될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달 말 경제활력 대책회의를 열고 수출활력 제고 대책을 발표한다. 다만 정부는 반도체 가격과 유가 회복이 예상되는 하반기에 수출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의 경우 최근 가격 하락세를 지켜본 글로벌 기업들이 반도체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면서 구매를 미루는 상황이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수요가 다시 늘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 등 전세계가 경기 둔화 측면에 들어선 만큼 현재 상황이 보다 장기화될 수 있음을 엄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조선, 자동차, 반도체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작은 위기에도 경제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이나 단기적인 지원정책에 그칠게 아니라, 전반적인 산업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구조조정 등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희석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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