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3 (월)

삼성 벤치마킹해 벤처조직 만드는 정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삼성전자 사내 벤처 조직인 C-Lab(Creative Laboratory)을 벤치마킹해 정부 내 벤처형 조직을 오는 4월부터 만들기로 했다. 벤처형 조직은 국민 생활 개선, 신기술 도입 등 혁신 분야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공무원이 부서장이 돼 예산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는 기구다. 정부는 라돈 침대 문제나 난민 사건 등 실시간으로 터지는 사건·사고에 곧바로 대응하기 위한 긴급대응반도 올해부터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21일 정부 조직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9년 정부조직관리지침'을 수립·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침의 핵심은 벤처형 조직 신설이다. 각 부처는 행안부 협의만 거치면 2년 한시로 혁신적·도전적 과제에 한해 아이디어 제공자가 부서장이 되는 벤처형 조직을 만들 수 있다. 그동안은 과 단위 조직을 설치하려 해도 명확한 행정 수요가 있어야 해 상대적으로 수요가 불명확한 혁신·도전 과제와 관련된 조직을 만들기 어려웠다. 아울러 부처가 새로운 조직을 요구하면 행안부, 기획재정부, 법제처 검토를 거쳐 국무회의를 통과해야 직제(대통령령)가 확정되는 구조라 통상적으로 3개월 이상 소요됐다.

하지만 벤처형 조직이 도입되면 각 부처가 도전적인 과제와 관련한 조직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스마트도시지원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스마트팜팀(농림축산식품부), 커뮤니티케어추진팀(보건복지부), 의료기기기준정보화팀(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벤처형 조직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창성 행안부 조직진단과장은 "삼성 C-Lab을 벤치마킹했다"며 "아이디어 제안자에게 우수 인재를 뽑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복무 등 여러 가지 근무 여건 면에서 인센티브를 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임직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해 2012년 C-Lab을 도입했다. 지난 6년간 삼성 C-Lab을 통해 임직원 739명이 183개 사내 벤처 과제에 참여했고 이 중 31개가 스핀오프를 통해 법인 설립으로 이어졌다.

오철호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는 "관료제의 경직성이 있는 정부 조직이 벤처형 조직을 통해 유연성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공공기관 등 다른 공공 부문에도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긴급대응반도 시범 도입된다. 국민 안전 등 긴급 현안에 신속 대응할 수 있도록 6개월 한시로 과장급 임시 조직을 만드는 것이 골자다. 각 부처는 별도 협의를 거치지 않고 자율적으로 조직을 만들 수 있고 사후에 행안부가 이를 점검·승인한다. 노선버스 근로시간단축 대응팀(국토교통부), 통영·군산 대응팀(중소벤처기업부),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점검단(여성가족부), 공공기관채용비리점검 TF(국민권익위원회) 등이 긴급대응반 성격이 짙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영 행안부 정부혁신조직실장은 "벤처형 조직과 긴급대응반 모두 총액 인건비에서 기존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며 한시 조직이기 때문에 공무원 증원 효과는 없다"고 설명했다.

[나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