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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글로벌경제 게임체인저 AI…세계특허 美 47% vs 韓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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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

매일경제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국제회의장. '4차 산업혁명과 AI 대한민국' 포럼 현장에서는 세계적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인공지능(AI) 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제언이 쏟아졌다. 1000여 명이나 몰려 AI에 대한 관심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반대로 한국 AI 기술의 현주소에 대한 염려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도 될 것이다.

전 세계 선진국이 AI 기술 선점과 AI 인재 확보에 애쓰는 것은 AI 기술이 다른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날 신성철 KAIST 총장이 제시한 일본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AI 특허 비율은 미국이 47%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19%) EU(10%) 일본(15%)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작 3%에 불과하다. AI 인재도 AI 특허 기술도 후진국인 셈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AI가 글로벌 경제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라며 2030년까지 13조달러(약 1경4600조원) 규모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단순히 제조업 기반의 무역 불균형을 극복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국제 기술 표준 선점을 위한 기술 패권 전쟁이라는 분석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5G 통신기술 1위 기업인 화웨이와 4위 기업 ZTE 통신장비에 미국산과 동맹국(캐나다·영국·뉴질랜드·호주) 반도체 판매 금지와 통신장비 구매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기술 패권 전쟁에서 전면전에 나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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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AI 대한민국` 포럼에서 신성철 KAIST 총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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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은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가장 먼저 AI 기술 개발의 혁신성을 경험한 나라인 점을 감안하면 '강 건너 불구경'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6년 3월 한국에서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간 치른 바둑경기가 글로벌 AI 기술 개발 경쟁의 화약고에 불을 댕겼는데 정작 한국은 AI 기술 전쟁에 대비할 시간을 놓쳤다. 지난 15년간 과학기술 분야에 집중 투자를 했으나 미국과 일본, 독일 등 경제 선진국과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중국에는 이미 추월당하는 위기에 처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인재 영입 경쟁과 국내 상황을 비교하면 이 같은 위기는 더욱 명확해진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은 AI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조 단위 투자를 하고 글로벌 S급 인재들을 저인망식으로 입도선매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해외 글로벌 기업으로 빠져나가는 AI 인재를 넋놓고 보고 있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2022년까지 세계 4대 AI 기술 강국으로 도약과 우수 AI 인재 5000명 확보를 선언하고, 지난해 10월에는 2023년까지 AI 유니콘 기업을 10곳 이상 육성하겠다는 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창업 활성화를 위해 10조원 규모 혁신 모험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대책은 지나치게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날 포럼에서는 이미 막이 오른 전 세계적 AI 인재 확보전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우리나라도 학교 안의 '가상데이터'에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산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AI특공대'를 육성해야 한다. 특히 신 총장이 이날 기조강연에서 제시한 텐센트의 '2017 글로벌 AI 인재백서'는 한국의 AI 인재 부족을 여실히 보여줬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AI 인재는 한국에 비해 70배에 달한다. 미국의 AI 인재는 1만2027명으로 나타났으며 영국 2130명, 캐나다 1431명, 프랑스 1034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180명에 불과했다. AI 기술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의 AI 인재 투자를 살펴보면, 중국은 거대 IT 기업 중심으로 미래 인력 육성과 신시장 창출을 주도하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글로벌 디지털연구소 다모위안에 약 17조원을 투자해 인력 2만5000명을 육성 중이다. 바이두는 IT 인재 10만명을 확보하고 있으며, 텐센트는 파격적인 연봉과 복지를 제공해 AI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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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부족한 4차 산업혁명 인재를 IT혁신학교 에콜42로 극복해가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학비, 전공, 지도교수, 출석체크, 졸업장도 없는데 선발된 젊은 학생들은 하루 종일 다양한 전공자들과 팀을 이뤄 도전적 문제를 소프트웨어 코딩으로 풀어가며 글로벌 기업들이 탐내는 미래인재로 거듭나고 있다. CES 참가자들이 최고 혁신국가관으로 프랑스를 손꼽는 이유다. '프랑스'는 통일된 브랜드로 혁신 스타트업들을 모아 CES를 통해 글로벌 진출과 투자를 체계적으로 돕고 큰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AI 기술 선두국가 미국은 특히 기존 대학에 대한 투자로 인재 육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는 AI단과대학 '스티븐 슈워츠먼 컴퓨팅 칼리지'에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금융회사 블랙스톤그룹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이 기부한 3억5000만달러를 마중물로 시작된 MIT 개교 158년 사상 최대 프로젝트다.

마윈 회장에게 신기술에 도전하는 중국 이야기를 들은 슈워츠먼 회장은 "AI 세상에서도 미국이 세계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최고 인재를 끌어모아야 한다"며 기부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에 반해 한국의 AI 인재 육성은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지난 18일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이 MIT 사례를 보고 서울대에 500억원을 기부한 것이 가뭄의 단비지만 전 국가적인 움직임이라 부를 수 있는 투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교육부가 AI 대학원 지원사업을 뒤늦게 추진하고 있지만 이에 신청한 12곳의 대학 중 최종 3개 대학에 10년간 190억원을 지원하는 데 그친다. MIT 단과대학 설립에 투자되는 비용이 우리나라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원 지원사업의 60배에 달하는 셈이다. KAIST 책임연구원(AI 로보틱스 담당)

[도움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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