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해제 가능’ 메시지 보내며 ‘과감한 비핵화 조치’ 요구
“이번이 마지막 아냐” 3차 회담 띄우며 단계적 접근 공식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 |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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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 의제 협상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제재를 풀고 싶으면 보다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이번 정상회담이 마지막이 아니라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적 접근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제재는 전부 유지되고 있고 나는 제재를 풀지 않았다”면서 “풀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다른 쪽에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나는 매우 좋은 관계”라며 “무언가 잘 풀리는 걸 봐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의제에 대한 실무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북한의 비핵화 카드만 마음에 들면 제재 해제도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는 ‘제재 해제’의 문을 열어두고 북한의 보다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유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상회담을 엿새 앞둔 21일 하노이에서 처음 마주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간 실무협상에서 북한으로부터 최대한을 얻어내기 위한 일종의 후방 지원 포격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13일 “제재를 완화하는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우리의 전적인 의도”라며 조건부 ‘제재 완화’를 언급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에도 “제재를 빨리 풀어주고 싶지만 북한이 핵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김 위원장과 “매우 좋은 회담으로 시작을 했고 이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이 행여 마지막 회담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사실상 공식화한 발언이다. 이는 비핵화를 장기 과제로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획기적인 합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평소 비핵화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강조해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전날에도 “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보고 싶지만 (핵·미사일) 실험이 없는 한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김 위원장을 이틀간 만날 것”이라며 회담이 27~28일 양일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는 질문에 “그들이 꺼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이 문제에 대해 수십년간 논의해왔지만 어떤 행정부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북한에) 속아 당하기만 했다”면서 “나는 우리가 정말로 의미 있는 관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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