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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직장인 실제 정년 늘리려면 법개정해야…복지·연금도 `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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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체노동 정년 65세로 ◆

매일경제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려 산업 현장에 파장이 예상된다. 이날 서울 강남역 일대 복합문화시설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작업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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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가동연한, 즉 일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연령을 30년 만에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한 대법원 판단은 고령사회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례로 인해 직접적으로 법이 바뀌거나 각 기업들이 이를 받아들여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럼에도 65세로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게 됐고, 복지 사각지대로 여겨지던 60~65세 연령층에 대한 제도 마련도 빨라질 개연성이 커졌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15년 12.8%에서 2065년 42.5%로 크게 증가한다. 생산가능인구로 분류되는 15~65세 비중이 같은 기간 73.4%에서 47.9%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정하고 있는 60세라는 정년은 시대에 맞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현행 60세인 법정 정년이 65세로 연장될지도 관심사다. 대법원 판결 자체로 법정 정년이 당장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용상 연령차별금지법)' 제19조 1항은"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실제로 법정 정년을 65세로 늘리려면 국회 심의·의결을 거쳐 이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근로자의 은퇴연령 잣대인 법정 정년 연장은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같은 연금개시연령이나 각종 고령자 우대 제도 등 다양한 노인 기준점 변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인구구조 변화와 노동시장, 산업구조를 아우르는 범사회적 논의가 필수적이다.

이번 판결로 논의가 고개를 든 만큼 재계는 판결 이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현대·기아차 노조는 물론 한국GM 노조 등이 현행 만 60세인 정년을 만 65세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노사 합의를 거쳐 정년을 60세를 초과하는 연령으로 결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사측과 임금단체협상에서 최종 무산되기는 했지만, 젊은 인력을 선호하는 기업의 인력 관리 기조와 노조의 고용안정 기조가 갈수록 거세게 맞서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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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을 위한 즉각적인 법 개정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하형소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정책과장은 "앞으로 정년 연장까지 논의가 되겠지만 현재 수준에서 정년을 바로 연장하는 것은 사회적인 충격이 너무 크다"며 "자발적으로 정년을 연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 지원금을 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같은 정부 입장 취지와 같은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사업주에게 정년을 연장하거나 퇴직근로자를 재고용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지난해 11월 발의한 바 있다. 고용부 장관은 이 같은 조치를 한 사업주에게 장려금을 지급한다는 내용도 개정안은 담고 있다. 은퇴연령(60세)과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62세) 간 격차에 따른 소득공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은 2033년까지 65세로 늘어나 소득공백이 길어진다는 우려를 반영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정년 연장(60세→65세)으로 연결될 경우 노인빈곤이 개선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노인의 연령 증가에 따라 빈곤이 더 심각한 수준이다. 66~75세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2.7%지만 76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60.2%로 38개 OECD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남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소득이 급감하면서 빈곤계층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고, 연금수급 개시 연령 이전에 은퇴를 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양질의 일자리를 갖지 못하게 된다"며 "이들 중 일부에게라도 정년 연장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연금수급 시점까지 안정된 생활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노후 빈곤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인연령도 상향될 가능성이 커졌다. 노인으로 분류되는 65세의 나이를 상향 조정하기 위한 태스크포스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꾸려져 검토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최근 한 워크숍에서 "개인이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나이는 70세를 넘어섰지만 사회구조는 65세로 너무 낮게 돼 있다"며 "불과 6~7년 뒤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화사회가 되는데 그때 대책을 만들면 늦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노인연령이 70세로 상향될 경우 2040년 생산가능인구는 424만명 증가하고, 고령 인구 비율이 8.4% 감소해 한국 사회의 고령화 속도를 늦추는 데도 일부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재철 기자 / 윤진호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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