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0 (목)

‘전·월세 실거래가 신고제’ 논의 본격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임대차 시장 안정성 강화·과세 형평성 제고에 필요” 불씨 살아나

전문가 “단계 도입” 주장…국토부는 “입법계획 검토 안 해” 부인

전·월세 거래 시 집을 사고팔 때처럼 실거래가를 의무적으로 당국에 신고하는 ‘전·월세 신고제’가 본격 논의되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임대차 시장의 안정을 꾀하면서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대차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임차인 보호가 필요한 곳부터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전·월세 신고제 도입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국세청 등과 연계해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을 구축한 데 이어 다주택자를 양지로 끌어내기 위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했던 것처럼 임대차 시장 투명화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때 의원 입법 형태로 전·월세 신고제 도입이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토부는 일단 “정부 입법계획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전·월세 신고제 논의가 불붙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일 한국주택학회가 마련한 ‘주택 임대차 시장 안정화 방안’ 세미나에서다. 당시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임대차 계약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과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전·월세 신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주택을 매매할 때는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화된 반면 전·월세 거래에서는 이렇다 할 신고 의무가 없다.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확정일자를 받거나 연말정산 혜택을 받기 위해 신청하는 월세 세액공제 외에 정부가 전·월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통로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7월 기준 전국에서 민간임대주택으로 추정되는 692만채 중 임대료를 파악할 수 있는 주택은 27%(약 187채)밖에 되지 않았다.

전·월세 신고제가 도입되면 그간 감춰졌던 임대소득이 낱낱이 공개돼 임대인들의 세 부담 증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지 못하도록 보증금 없이 월세를 일시불로 달라고 하거나 계약서에 ‘월세 세액공제를 신청하지 않겠다’는 특약 조항을 넣는 등 임대소득을 감추려는 집주인들이 많다”며 “부모에게 증여받은 돈으로 고가 전·월세에 사는 세입자도 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소득에 대한 철저한 과세가 이뤄지면 보유 부담이 늘면서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커진다. 비과세였던 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이 올해부터 분리과세가 되는 데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임대소득은 월세 수입뿐 아니라 전세보증금을 월세 임대료로 환산하는 간주임대료로 과세하기 때문이다.

세 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임대인들도 전·월세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월세 수요가 탄탄한 지역에서는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지만 전·월세 가격이 하락 추세인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진유 교수는 “싱가포르는 별도의 신고 절차 없이 임대계약서의 모든 정보가 자동 신고되는 등 대다수 선진국에서 임대차 계약이 투명화돼 있다”며 “다만 신고 의무화를 전면 도입하면 파장이 큰 만큼 영국처럼 일정 수준의 임대료를 기준으로 하거나 투기과열지구 등 임차인 보호가 필요한 지역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