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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K-스타트업 반한 외국인들 "실리콘밸리보다 한국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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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서울 스타트업스 커뮤니티 400여명 활동…국내 첫 오프라인 모임도 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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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타트업 관련 외국인 커뮤니티인 '서울 스타트업스'는 지난 19일 서울 을지로 위워크에서 첫 오프라인 모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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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을 맞이한 지난 19일 서울 을지로 위워크에는 각자 일을 마치고 모인 외국인 2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열광적인 지지자를 자처하며 진지한 토론을 펼쳤다. 미국과 유럽, 인도, 몽골 등 국적·인종·직업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K-스타트업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봤다. 한국 가요와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는 K-팝 팬들처럼 K-스타트업 생태계에 매력을 느껴서 자발적인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모임은 국내 스타트업 관련 외국인 커뮤니티인 '서울 스타트업스'에서 연 첫번째 오프라인 행사였다. 서울 스타트업스는 한국 내 스타트업을 창업했거나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모인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다. 대학생부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개발자, 대기업 해외사업부 매니저 등 400여명이 활동 중이다. 절반 이상은 31세 이상이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5년까지 평균 3년 이상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서울 스타트업스 커뮤니티 운영을 맡고 있는 마르타 알리나는 "한국에서 몇 년 동안 살면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들을 공유하면 어떨까 해서 이번 모임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주한폴란드 대사관에서 근무했던 아버지를 따라 한국을 경험했던 알리나는 대학생이 돼서 교환학생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후 국내 액셀러레이터와 삼성전자 등에서 일하면서 한국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다. 현재는 스타트업 커뮤니티와 스타트업위크엔드 운영자로 활동 중이다.

알리나는 "커뮤니티에 참여 중인 사람들은 다들 스타트업뿐 아니라 한국의 사회적 문제나 문화,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아왔기 때문에 이를 잘 정리하면 한국에 관심이 있는 다른 외국인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모인 외국인들은 전세계 스타트업 생태계 중에서 한국은 가장 빠르게 변하고 있는 지역이라며 장·단점에 대해 얘기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통신 환경과 전문인력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장점이었다. 불가리아에서 온 크리스 게오그리브는 "통신 네트워크 부분은 세계 어디에서도 경험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인프라와 노하우가 축적됐다고 생각한다"며 "개발자나 엔지니어가 구상했던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개발부터 최종 점검까지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무대 중 한 곳"이라고 칭찬했다.

다른 참가자들도 크게 공감했다. 서비스형 데이터베이스 개발 스타트업 '애포샤'에 다니는 루이스 쿠에로는 "무상으로 지원되는 '코워킹' 공간이나 시설도 다양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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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타트업 관련 외국인 커뮤니티인 '서울 스타트업스'는 지난 19일 서울 을지로 위워크에서 첫 오프라인 모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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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은 3시간여를 훌쩍 넘겨 진행됐다. 날 선 지적들도 거침없이 나왔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소셜미디어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현재는 국내 대기업에서 근무 중인 한 참석자는 "기업 내 임원들은 스타트업을 일종의 하청업체 같이 인식하고 형식적인 협업만 하려고 한다"며 "갑을관계를 유지하면서 수직적으로 일하려고 하다보니 진짜 혁신적인 결과물을 얻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참가자는 영문자료나 영어를 지원하는 행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려면 회사 소개서부터 최신 자료까지 영어로 검색했을 때 결과물을 찾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곳들이 의외로 많아서 놀랐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타트업 데모데이나 정부 주관 행사도 언어적인 장벽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온 다른 참석자는 "처음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접한 외국인들이 가장 놀라는 부분 중 하나는 정부가 주도해서 투자금을 지원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는 부분"이라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민간 영역에 맡기고 정부는 다른 간접적인 지원 방안들을 더 고민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서울 스타트업스 커뮤니티는 외국인의 국내 사업과 취업, 비자 문제, 생활 지원 등 분야별로 활동 영역을 늘려갈 계획이다. 알리나 씨는 "기본적인 생활부터 사업 교류까지 외국인들을 적극적으로 돕는 모임으로 발전시켜갈 계획"이라며 "외국인들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접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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