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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5·18 참상’ 세계 알린 헌틀리·피터슨 목사 부인,문희상에 ‘망언 3인방’ 비판 서한…“한국서 홀로코스트 부인 보고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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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머물며 5·18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고 찰스 헌틀리·아널드 피터슨 목사의 부인인 마사 헌틀리·바버라 피터슨 여사가 ‘5·18 망언’을 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21일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보냈다. 두 사람은 서한에서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를 부인하는 것과 같은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이들의 국회의원직 제명 등 중징계도 요구했다.



경향신문

지난해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바버라 피터슨 여사(왼쪽 두번째) 마사 헌틀리 여사(가운데). 오른쪽에는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타트 여사. 연합뉴스


경향신문이 이날 입수한 서한에는 한국당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의 ‘5·18 망언’에 대한 비판과 해당 발언이 국회의원들로부터 나온 것에 대한 깊은 우려가 담겨 있었다.

두 사람은 “홀로코스트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이는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겪은 고통과 상실, 그리고 역사의 진실을 지워버리려는 것”이라며 “실제로 벌어진 역사적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5·18의 진실을 부인하는 인사들이 거짓을 말하는 것이 허용돼,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것과 같은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 2월8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3명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한 극우 인사(지만원)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600여명의 북한에서 내려온 특수공작원이 사주한 난동’이라고 묘사한 노골적 거짓말에 동조했다”며 “이들 3명의 국회의원들의 말은 뻔뻔스러운 거짓이며, 광주와 호남 시민들, 나아가 한국인들 모두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3명의 국회의원들이 제명되거나, 징계를 받아 한국 국민들이 국회를 신뢰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민주주의는 진실에 기반해야만 한다. 국민들은 자신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이 진실을 알고, 진실을 말하며, 진실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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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8주년 기념식’에서 바버라 피터슨 여사가 유족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스스로를 “1965년부터 1991년 기간 중 한국에 살았던 미국 시민”이라고 소개한 두 사람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상황도 회고했다. 두 사람은 “지금은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불려지는, ‘광주 사태’의 전 기간 동안에 걸쳐 현장에 있었다”며 “광주민주화운동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라, 전두환의 지휘를 받는 군이 80만 광주 시민들에게 가한 불법적인 폭력에 맞서기 위한 항쟁”이라고 말했다. 또 “저희들의 남편인 아놀드 피터슨 목사가 당시 찍은 헬기 사격 사진과, 찰스 헌틀리 목사가 촬영한 광주 기독병원으로 후송된 수많은 희생자의 사진은 전두환의 재판에서도 제시됐다”며 “진실로 저희는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목격자였고,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을 기록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광주 시민들은 언제나 그분들(고인이 된 헌틀리·피터슨 목사)의 마음 속에 남아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며 “저희는 한국을 사랑한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들을 감사하게 여기고 있으며, 광주 전역에서 벌어진 부당한 거대 폭력의 한가운데서 이를 목격하고, 도움을 드릴 수 있었던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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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8주년 기념식’에서 마사 헌틀리 여사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헌틀리 목사는 1980년 광주 기독병원에 근무하며 부상당하거나 사망한 시민들의 사진을 촬영해 자택에서 인화한 뒤 지인 등을 통해 해외로 보냈고, 독일 공영방송 ARD-NDR의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에게 전달해 5·18의 진실을 해외에 알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피터슨 목사는 5·18 당시 피신하라는 미군의 제안을 거절하고 광주에 남아 현장을 기록했고, 1994년 ‘아널드 피터슨 목사의 80년 광주 증언록’을 출판했다. 헌틀리 목사는 2017년, 피터슨 목사는 2015년 세상을 떴다.

헌틀리 여사는 이날 문 의장의 공식 e메일 계정으로 서한을 보냈고, e메일이 아닌 친필 서명이 담긴 국제우편으로도 서한을 발송했다. 다음은 두 사람이 문 의장에게 보낸 공개서한 원문.

The Honorable Moon Hee-Sang

Speaker, National Assembly, Republic of Korea

Seoul, Korea

Dear Mr. Speaker,

We are American citizens who lived in South Korea during the years 1965-1991. We were Presbyterian and Baptist missionaries in Gwangju from 1969 - 1985, raised our families there, and worked with Gwangju Christian Hospital, Honam Seminary, the Catholic seminary, Chosun University and Chunnam University,the Gwangju YMCA, and with Presbyterian and Baptist churches throughout the area.

We were present during all of the Gwangju Sateh, the “Incident” which is now most often called the Gwangju Democratization Movement. It was not an organized movement - it was an illicit assault upon our city of 800,000 people by military forces under the control of Chun Doo-Hwan.

Our husbands took the photographs used in Chun’s trial - of the helicopter that fired upon the people of Korea, in Rev. Arnold Peterson’s case, and of many of the dead who were brought to Gwangju Christian Hospital during those tumultuous times, in the Rev. Charles Betts Huntley’s case. Believe us, we know what happened in Gwangju - we were eye-witnesses, and we recorded what we saw and experienced.

Now we hear that in a public hearing held at the National Assembly on Feb. 8, three lawmakers of the Liberty Korea Party joined a far right figure portraying the May 18 uprising as a putsch instigated by 600 North Korean provocateurs -which is blatantly false.

Democracy must be based upon truth, and people need to trust their lawmakers to know the truth, tell the truth, and act in truth. What these three lawmakers said was false, and very hurtful to the people of Gwangju and the Chullas, and to the nation of South Korea as well.

To this day, there are people who deny the Holocaust ever occurred -their denials would wipe away the reality of the suffering and loss of millions of people to the world, and the truth of history itself. We would hate to see the same thing happen in South Korea, if these May 18 deniers of the truth are allowed to speak lies in the face of actual, historical reality.

We would hope these three lawmakers will be rebuked if not removed, so that people can trust the National Assembly of Korea.

Arnold Peterson went to be with our Lord, Sept. 24, 2015 and Betts Huntley June 26, 2017. The people of Gwangju were always in their hearts and will forever be in ours.

We love Korea, and we love the truth. We are grateful for our years in Korea, and are grateful to have been there to see and help even in the midst of great -and unwarranted - violence on an entire city. We will always love Korea, and we will always bear witness to the truth we know.

Sincerely yours,

Martha Huntley and Barbara Peterson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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