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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국제 협약 대상 아니어도 반납” 일본이 닮아야 할 ‘독일의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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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36년 만에 ‘조선시대 문인석’ 자진 반환

‘1983년 불법 반출’ 뒤늦게 확인

“자발적 실천…협약 정신 살려”

경향신문

독일 함부르크 로텐바움 박물관이 소장 중인 조선시대 문인석.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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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 이런 유물 가지고….’ 3월19일 독일 함부르크 로텐바움 박물관에서 조선시대 16~17세기 문인석 1쌍(2기)의 반환식이 열린다. 그런데 이 반환행사에 로텐바움 박물관은 물론 함부르크시 정부와 독일연방정부까지 발 벗고 나섰다니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문인석은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는 능묘 앞에 세우던 문관 모습의 석인상이다. 일반인의 정원이나 심지어는 음식점 앞마당에까지 옮겨놓고 있을 정도로 허투루 취급되는 석물이다. 그런 유물의 반환행사를 그렇게 거창하게 열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김홍동 사무총장은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유네스코 협약(1970년)에 따라 ‘원산지에서 불법 반출됐다’는 사실을 끝까지 확인한 노력의 산물이며, 따라서 문화재 자진 반환의 모범적인 사례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어떤 유물이기에 그럴까. 이 문인석 1쌍은 1983년 한 독일인이 서울 인사동 골동상에서 구입해서 독일로 반출한 것을 1987년 로텐바움 박물관이 사들여 소장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수잔 크뢰델 박물관 수석큐레이터 등은 한국의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14년부터 3년간 로텐바움 박물관에 소장된 한국 문화재 2700여점을 전수조사할 때 이 문인석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됐다. 문인석이 무덤을 수호하는 범상치 않은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문인석의 반입과정을 확인한 박물관 측은 이 문인석 1쌍이 1983년 이사용 컨테이너에 숨겨져 독일로 불법 반출된 문화재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자 로텐바움 박물관은 물론 함부르크시 정부와 독일연방정부까지 나서 반환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바바라 플랑켄슈타이너 로텐바움 박물관장은 “우리 박물관이 문화재 불법반출을 사소한 범죄로 여겨 자세히 살피지 않았음을 인정한다”면서 “유네스코 협약에 따라 귀중한 유물을 돌려주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유네스코 협약은 1970년 제16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된 ‘문화재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을 지칭한다. 하지만 이 협약은 가입 이전의 문화재 불법반출이나 약탈 등의 사안에는 소급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2007년 협약에 가입한 독일의 로텐바움 박물관은 이 협약을 지킬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로텐바움 박물관은 유물의 자발적인 반환에 적극 나서 끝내 성사시켰다. 강임산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협력지원팀장은 “독일 측이 자발적으로 협약의 근본정신을 살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문화재 불법유통에 관한 출처 확인을 게을리해온 전 세계 박물관에 경종을 울린 반환사례”라고 평가했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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