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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김용균 사고 때처럼 컨베이어벨트 멈추는 풀코드선 늘어져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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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외주노동자 숨진 당진 현대제철소 현장 점검

13년간 36명 사망…인권위, 지난달 ‘하청 차별’ 시정 권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지난 20일 발생한 컨베이어벨트 정비작업을 하던 외주업체 노동자의 사망사고 원인으로 안전장치 미비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지난 10년 동안 노동자 30명 이상이 산업재해로 사망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이 공장은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원·하청 노동자 간 차별이 심한 사업장’이라고 지적한 곳이었다. 김용균씨의 장례를 치른 지 10여일 만에 다시 ‘죽음의 외주화’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21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작업용 자재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컨베이어벨트를 밟고 내려오던 중 협착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현장에 폐쇄회로(CC)TV가 없고 사고를 목격한 사람도 없어 정확한 원인 규명이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김용균씨 사고 때도 컨베이어벨트를 멈추는 풀코드 안전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풀코드 선이 늘어져 있었다”고 밝혔다.

노조는 2인1조 규정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비상벨이 설치돼 있었는지, 외주업체 노동자가 안전조치에서 차별을 받았는지 등도 점검할 예정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산업재해가 빈번한 곳으로 악명이 높다. 이 작업장에선 2007년부터 지금까지 총 36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사망 원인도 폭발, 추락, 가스중독, 과로사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2013년 5월엔 당진제철소 하청업체에서 아르곤 가스 질식사고로 5명이 숨지기도 했다. 아르곤 가스 질식사고 이후 노동부가 특별점검을 진행한 결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건수는 1123건에 달했다.

사망사고는 이번 경우처럼 주로 외주업체 직원들에게 일어났다. 2007년부터 10년 동안 산업재해로 숨진 33명 중 27명이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사망한 외주업체 직원이 ‘안전 차별’을 받은 것 아닌지 의혹을 제기했다. 하청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공개된 인권위의 결정문을 보면, 같은 일을 하면서도 하청노동자의 평균 급여는 원청노동자의 60% 수준에 불과했다. 당진공장 하청노동자들은 원청노동자들과 같은 샤워장을 사용하고도 탈의실은 따로 써야 했다. 하청노동자에게는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차를 가져오지 못하게 했다. 인권위는 원·하청 노동자 간에 발생하고 있는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라고 현대제철에 지난달 23일 권고했다.

이번 사고가 한국서부발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의 사례처럼 ‘죽음의 외주화’가 빚은 참사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용균대책위는 “이번 죽음은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노동자의 안전보다 이윤을 위해 돌아가는 제철소 원청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김서영·권순재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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