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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직권남용 혐의 성립” “전 정부 불법과 궤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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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블랙리스트’ 두고 법조계 의견 엇갈려

최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두고 “블랙리스트가 아닌 체크리스트”라고 반박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가 불법이었다면, 문재인 정부의 체크리스트는 통상 업무의 일환이라는 뜻의 말이다.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지시에 따라 환경부가 산하기관 임원 사표 제출 현황 등을 보고했다는 의혹, 청와대가 환경부 산하기관 상임감사 공모절차에 개입했다는 의혹, 임기가 보장된 이전 정부 인사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하기 위해 무기한 표적감사가 이뤄졌다는 의혹 등이 사실이라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본질적으로 과거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며 “재판에서도 유죄 선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과 공모해 블랙리스트 적용에 소극적이던 문화체육관광부 1급 공무원 3명의 사표 제출을 요구한 혐의(직권남용·강요)를 유죄로 인정했다.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의 사표 제출을 강요한 혐의도 유죄 판결이 났다.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도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4년과 2년이 선고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사건이 올라가 있다.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단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예산을 선별 지원하는 등 실행한 혐의다.

반면 한 간부급 검사는 이번 사건이 과거 정부의 불법행위와는 궤를 달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그 목적이 중요하다”며 “노태강 전 국장 사건은 최순실 딸인 정유라 편을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찍어누른 반면,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조금 궤가 달라 보인다”고 말했다. 노 전 국장의 사표 제출에는 정권 최고위층의 사적인 감정이 개입됐다면, 이번 환경부 사건은 현 정부의 정책적인 목표에 부합하는 인사를 중용하는 절차에 가깝다는 뜻의 발언이다.

수사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지금까지 보도를 보면 청와대 인사수석실 관계자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해 보인다”며 “다만 수사를 통해 제기된 의혹이 사실인지 가리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한 청와대의 언급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일선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수사하는 입장에서 (청와대 발언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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