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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손관승의 리더의 여행가방] (29) 포르투갈 포르투市에서 만나는 조앤 롤링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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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제2의 도시 포르투(Porto)는 도우루 강 북쪽 구릉지대에 자리 잡고 있는 강렬한 색(色)의 도시다. 비탈진 골목마다 화려한 색상과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들이 자리잡고 있어 연중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도시 전체가 흡사 영화 세트장 같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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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시 전경./사진=손관승



포르투갈 제일의 와인 생산지답게 포도주와 관광객들을 가득 태운 배들이 강을 따라 평화롭게 오간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구시가지 좁은 골목을 따라 낭만적인 트램이 운행 중이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공간이다. 포르투갈 제2의 도시라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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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제2의 도시라지만 도시 한복판에는 여전히 옛스러운 트램이 천천히 달린다./사진=손관승



타일 아트를 의미하는 ‘아줄레주’(Azulejo)는 이 도시의 또 다른 자랑이다. 이처럼 많은 매력에도 불구하고 포르투는 극동에서 찾아 오기에 너무도 멀다. 유라시아 대륙 서쪽 끝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왜 세상의 많은 장소들을 제치고 굳이 이곳까지 찾아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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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기차역은 ‘아줄레주’(Azulejo)라는 이름의 타일 아트가 아름다운 곳이다./사진=손관승



포르투가 가진 매력의 비밀을 알려면 우선 산타 카타리나 거리로 가야 한다. 포르투의 작은 명동이라 할 수 있는, 보행자 전용 거리다. ‘카페 마제스틱’은 바로 이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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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의 명동이라고 할수 있는 산타 카타리나 거리에 위치한 ‘마제스틱 카페’. 포르투갈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로 손꼽힌다./사진=손관승



"그러니까 그녀가 평소에 앉았던 장소는 정확하게 어딘가요?"
옆자리에 앉은 중년 부부가 깔끔한 정장 차림의 종업원에게 묻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서 말하는 ‘그녀’란 해리포터 시리즈를 써서 유명해진 조앤 롤링을 말한다.

종업원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 듣는 질문이다. 고급스럽게 디자인한 실내 구석구석마다 해리포터의 장면이 숨어있을 것 같다는 상상력으로 관광객들은 사진 찍기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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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마제스틱은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의 단골 카페였다고 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사진=손관승



오전 9시 30분 문이 열리기 무섭게 카페는 만석이 된다. 입구에는 다음 차례를 기다리느라 긴 대기줄이 늘어서 있다. 동네의 작은 바에서는 1유로에 에스프레소 한잔 마실 수 있지만, 카페 마제스틱은 무려 6유로나 된다. 그렇다고 단지 커피 한잔 주문해놓고 글을 쓸 수 있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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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마제스틱은 오전 9시30분 오픈 하기가 무섭게 모든 좌석이 만석이 되고 기다리는 손님들로 긴 줄이 만들어진다./사진=손관승



"J.K 롤링은 가끔 이 카페에 들려 커피를 마시는 동안 냅킨에 뭔가 메모를 하곤 했지요. 아마도 그것이 단초가 되어서 해리포터라는 명작이 탄생하지 않았을까요?"

마제스틱 카페 종업원의 설명이다. JK 롤링이란 조앤 롤링의 공식적인 필명이다. 그녀는 1991년부터 1993년까지 포르투에 살면서 영어를 가르치다가 포르투갈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으나 이혼의 쓰라림을 경험하고 쓸쓸히 이곳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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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마제스틱의 음식과 음료 값은 매우 비싸다. 다른 곳에서는 1유로 하는 커피가 이곳에서는 6유로 한다./사진=손관승




카페 마제스틱보다 더 극적인 장소가 있으니 바로 ‘렐루 서점’(Livraria Lello)이다. 단순한 서점이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책을 파는 서점 임에도 불구하고 5유로를 내고 바우처를 미리 구입해야 입장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해리포터의 탄생신화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로 연중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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렐루 서점에 들어가려면 서점 옆 안내소에서 5유로 바우처를 구입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긴 줄이 늘어서있다./사진=손관승



원래는 책만 팔던 곳이 ‘해리포터’의 인기덕분에 전세계에서 온 추종자들이 몰리자 서점 측은 유료 입장으로 영업전략을 변경하고, 바우처 가격도 3유로에서 4유로, 그리고 지금은 5유로까지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문객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 물론 책을 구입하면 5유로의 바우처를 공제해주지만, 꿩 먹고 알 먹는 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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렐루 서점은 책을 사거나 읽는 곳이 아니라 사진을 찍기 위한 장소로 변했다. 영화 ‘해리포터’의 한 장면이 연상되는 장소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사진=손관승




포르투 대학 바로 옆에 있는 이 서점은 100년 넘은 역사를 자랑한다. 대학 인근에 있는 탓에 영어 서적이 많이 비치되어 있어 조앤 롤링이 가끔 들렀던 곳이다. 그녀가 명시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아마도 이곳에서 해리포터 시리즈의 영감을 얻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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렐루 서점은 독특한 인테리어와 계단 설계로 유명한데, 해리포터의 장면에 영감을 줬다고 포르투 사람들은 믿고 있다./사진=손관승



7권에 이르는 해리포터 시리즈 전반에 대한 아이디어를 이곳에서 얻었는지 혹은 한 권, 혹은 단순히 한 장면에 대한 영감이 떠올랐는지는 그녀를 제외하고는 아는 사람들이 없다. 분명한 것은 호그와트 기차를 타고 마법학교에 가는 11세 소년이 전 세계 어린이에게 책 읽는 마법을 걸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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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한쪽 끝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따로 분류해 판매하고 있는데, 어린이들이 사랑하는 단골 장소다./사진=손관승



[미니정보] 카페 마제스틱과 렐루 서점

포트투에서 조앤 롤링은 인생의 꿈과 좌절을 번갈아 경험하였다. 반면 작가로서 새로운 출발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 도시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그녀의 영감을 공유하고 싶어한다. 포르투의 진정한 매력과 관련해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 세스 고딘의 말에 힌트가 담겨있지 않을까?

"사람들이 구입하는 것은 단지 재화와 서비스가 아니다. 그들이 진짜로 구입하려 하는 것은 인간관계와 이야기, 그리고 마법이다."

바로 그것이다. 이 도시의 최고 자산은 인생 역전 스토리다. 거리의 풍경만으로는 한계가있다. 돈도 없고 막막한 조앤 롤링의 무명시절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이다. 포르투는 그녀의 인생에 슬픈 족적을 남겼지만, 조앤 롤링은 이 도시에 큰 선물을 남겼다. 인생 역전이라는 이름의 멋진 마법이다.

손관승·언론사 CEO출신 저술가(ceonoma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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