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휘관들 "IS 뿌리 뽑지 못했다" / 미군 철수 발언에 비판 직면한 트럼프 / "소규모 평화유지군 시리아 주둔" / 유럽 동맹국과 함께 안전지대·감독 역할 전망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200명 정도로 구성된 소규모 평화유지군이 당분간 시리아에 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약 2000명의 시리아 주둔 미군을 즉각 철수시키겠다고 선언했는데, 너무 성급한 결정 아니냐는 안팎의 비판에 직면하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의 지원을 받는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SDF)의 한 대원이 19일(현지시간) 시리아 동부 바구즈 외곽에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마지막 점령지에 대한 공습 직후 솟아 오르는 검은 연기를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
현지 미군 지휘관들은 ‘아직 IS 잔당을 뿌리 뽑지 못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결정에 회의를 품었고, IS 격퇴전에 참여 중인 영국·프랑스 등 국제사회도 혼란에 빠졌다. 미군이 철수하면 시리아 내에서 이란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지금껏 미군을 도와 IS 격퇴전을 수행해 온 쿠르드 인민수비대(YPG)의 안전 문제도 논란이 됐다. 터키의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된 YPG를 터키 정부가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어서다.
시리아 미군 잔류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터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뒤 발표됐다. 두 정상은 통화에서 시리아에 ‘안전지대’를 만드는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미군이 통제해 온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비무장 완충지대를 설정해 쿠르드족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러시아와 이란은 이 지역을 시리아 정부가 접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마지막 점령지인 시리아 동부 바구즈에서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의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샌더스 대변인은 미 평화유지군 주둔 지역이나 기간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소규모라도 미군이 잔류한다면 유럽 동맹국들 역시 수백 명의 군사를 잔류시켜 안전지대 창설 및 감독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NYT에 “미 지상군이 얼마간 남아 있을 것이라는 오늘 결정은 우리의 동맹과 연합군 멤버들에게 주는 명확한 신호”라고 말했다. 유럽 동맹국들은 미국이 시리아 문제에 전념하고 있다는 확고한 약속을 하지 않는 이상 이 지역에 병력을 파견하기를 꺼리고 있다.
앞서 패트릭 섀너헌 미 국방장관 대행은 지난주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 기간 각국 국방장관들을 만나 미군 철군 시 시리아 북동부 지역 안전 협정의 필요성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뮌헨안보회의에서 “미군 장성들이 IS로부터 해방된 지역의 안정화를 위해 동맹국에 병력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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