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4%를 돌파,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화사회(노인인구 7%)에 진입한지 17년여 만이다. 인구고령화는 국가나 사회 전체의 문제인 동시에 개인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인구고령화 현상을 우리보다 먼저 경험한 선진국에서는 성공적인 노화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졌다. 노화를 성공과 실패로 나눌 필요가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인구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나라들은 성공적인 노화가 개인은 물론 사회를 위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피부과 의사로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노화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어 강박증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사람들은 젊어보이려고 주름과 미백치료에 몰두하는가 하면 각종 기능성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에 매달리기도 한다.
물론 이 같은 노력은 일정부분 효과는 있다. 심리적 위안도 되고 자존감을 높여주는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것만으로 성공적인 노화를 이룩했다고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해 보인다.
미국 스탠포드대 심리학과 루이스 터먼 교수는 1921년부터 2001년까지 80년 동안 미국인 1500여명을 추적관찰하면서 장수에 대한 연구를 했다. 결론은 성실한 사람이 오래 산다는 것이었다. 성실한 사람들은 운전 중에 안전벨트를 잘 맸고 의사의 지시에도 잘 따랐다. 또 근검절약하고 책임감도 많았다.
이들은 성실하지않은 사람들에 비해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이 더 많았다. 세로토닌이 부족한 사람들은 충동적인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사고 등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또 종교가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보다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은 장수와는 무관했다.
미국의 심리학자 터먼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성공적인 노화를 위해서는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고 친구를 많이 사귀는 것이 좋다. 특히 남성은 결혼을 유지할 때 오래사는 반면 여성은 결혼을 잘 유지한 경우와 이혼 후 독신여성이 공동 1위였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미국 하버드의대는 1930년대부터 75년간 하버드생 졸업생 268명을 추적관찰 연구했다. 이에 따르면 성공적인 노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간관계’였다.
연구팀은 지성·직업·지능 등 성공적인 노화에 미치는 여러 요소들을 연구했으나 가장 중요한 관건은 인간관계에 있었다. 음주와 흡연은 성공적인 노화의 심각한 장애물이다.
이 두 가지 연구는 성공적인 노화를 위해서는 배우자·가족·친구·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인류역사 상 인간의 수명이 지금처럼 긴 적이 없었다. 최고의 장수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조상들이나 부모 선배들로부터 성공적인 노화에 대해서 배울 길도 없다. 지금 세대가 성공적인 노화의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미국의 한 여성잡지 편집장이 ‘안티에이징’이란 말을 쓰지않겠다고 발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노화방지라는 표현은 ‘늙는 것은 싸워야 할 대상’이라는 의미를 나타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젊음과 아름다움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인위적으로 없앨 수는 없다. 또한 젊어지는데 드는 노력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다만 노화와의 싸움에만 너무 몰두하지 말라는 말은 경청할 만하다.
노화와 싸우는 대신 노화에 성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간관계가 성공적인 노화를 위해서 중요하다고 하는데 정작 현실에서는 인간관계 맺기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늘고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화에 성공하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성공적인 노화는 건강관리나 재테크만으로는 부족하다. 올 한 해 가족과 친구·친지·동료 등 주변사람들에게 먼저 안부전화를 하고 경조사도 챙기는 것은 어떨까? 인간관계는 성공적인 노화의 핵심이다.
김영구 대한의학레이저학회 차기이사장·연세대 의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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