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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109] Rules are so paralyz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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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죽는 죽음을 경계하자. 살아있다는 건 단지 숨을 쉬는 행위보다 훨씬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기억하면서(Let’s avoid death in soft doses, remembering always that to be alive demands an effort much bigger than the simple fact of breathing).’ ‘달링(Breathe·사진)’을 보고 떠올린 시(詩)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A Slow Death)’의 끝 연(聯)입니다. 지은이는 마샤 메데이로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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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59년. 29세 영국 청년 로빈이 쓰러집니다. 폴리오바이러스에 감염된 겁니다. 목 아래로 다 마비된 그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숨만 겨우 쉬며 연명(延命)합니다. 죽기로 결심까지 했던 그가 마음을 바꿔 '훨씬 더 큰 노력'을 시작합니다. 아들 조너선의 탄생, 아내 다이애나의 헌신적 사랑, 그리고 자신의 혁신력(革新力) 덕분입니다.

이런 명구(名句)가 있습니다. '창의력은 새로운 걸 고안하는 능력이다. 혁신은 새로운 걸 실행해 성과를 내는 것이다(Creativity is thinking up new things. Innovation is doing new things).'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경제학자였던 시어도어 레빗의 글입니다.

로빈은 자기 같은 중증 장애인이 병원을 떠나 사는 사례가 전무(全無)했는데도 퇴원합니다. 집 밖에도 나가보고 여행도 즐기고 싶은 그는 아들이 유모차를 미는 걸 지켜보다가 아이디어를 냅니다. 그 덕에 그의 친구는 인공호흡기를 갖춘 전동 휠체어를 발명합니다. 로빈은 사업도 고안해 환자들이 감옥 같은 병원에서 나와 자유롭게 살아가도록 돕습니다. 규정을 앞세운 숱한 반대에 부딪힐 땐 이렇게 받아치며 맞섭니다. "규정은 뭐든지 마비시키죠(Rules are so paralyzing)."

‘병원에 있으면 3개월은 살 수 있어요. 나가면 2주도 못 넘깁니다.’ 퇴원할 때 병원장이 로빈에게 한 주장입니다. 그는 행복하게 35년을 더 삽니다. 그의 아들 조너선이 만든 이 작품은 실화입니다.

[이미도 외화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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