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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베네수엘라 국민은 '족장의 시대'를 끝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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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베네수엘라 파탄의 근본원인은 부패한 독재정권

베네수엘라는 세계적인 산유국임에도 올해 연평균 1000만 퍼센트(IMF 전망)에 이를 것이라는 하이퍼인플레이션과 '두 명의 대통령 등장'이라는 초유의 혼돈에 휩싸여 이미 300만 명이 넘는 '국민 엑소더스'가 벌어지고 있다.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1월 10일 집권 2기를 시작했지만, 지난해 5월 대선은 야권의 유력 후보들을 출마조차 못하게 만든 상황에서 치러져 무효라면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바로 다음날 '임시 대통령'을 선언하고 나섰다.

베네수엘라는 사실상 의회까지 무력화된 상태다. 지난 2015년 총선 때 과이도 의장이 속한 국민의회가 압승을 거두며 의회를 장악하자, 마두로 대통령은 2017년 자신의 충성파로 구성된 초법적인 헌법기구 '제헌의회'를 만들어 기존의 의회를 무력화시켰다.

이런 상황 속에 베네수엘라에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미국 등 서방권과 이를 저지하려는 러시아와 중국의 대립도 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과이도 의장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자,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권과 브라질,칠레, 콜롬비아를 포함해 50여개 국이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반면 러시아,중국, 쿠바,이란, 볼리비아,멕시코,터키 등은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두로 정권의 존립을 좌우하는 군부에 대해 과이도 의장 편에 설 것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군부는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거듭 천명하고 있어 베네수엘라의 정국 혼란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베네수엘라 사태와 관련, 최명호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중남미지역원 연구교수)가 '2019 베네수엘라: 족장의 겨울'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보내왔다. 최 교수는 '족장의 겨울'이라는 제목에 대해 "'족장의 겨울'은 '족장의 가을'의 패러디"라고 밝혔다.

필자는 '족장의 가을'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중에서도 가장 공들여 읽어야 하는, 가장 실험적인 작품이자 가장 저평가되고 있는 작품이며, '족장'은 20세기 동안 권좌에 있었던 다양한 독재자들과 정신병자를 아우르는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족장'의 비유를 이용해 베네수엘라 파탄의 근본원인은 부패한 독재정권이라고 주장하면서, 젊은세대를 중심으로 베네수엘라 국민이 '족장'의 시대를 종식시키고, '21세기 사회주의'라는 새로운 봄을 민주적으로 쟁취할 것을 기대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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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이도(가운데) 의장이 부인(오른쪽)과 어머니(왼쪽)와 함께 지난 2월12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반정부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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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 제2인터내셔널은 레닌과 독일 사민당 좌파의 지도적 인물 로자 룩셈부르크가 기초한 <군국주의와 국제 갈등에 대한 슈투트가르트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전시(戰時) 총동원령에 기초한 군국주의 체제에 대한 선언이었다. 하지만 레닌과 트로츠키가 전후에도 군국주의 체제에 기반을 둔 독재체제를 이어가려 하자 로자 룩셈부르크는 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민주주의에 기반을 두어야만 프롤레타리아에 의한 정치권력 장악이 가능하며 사회주의 이상을 실현하고 사회주의를 발전시키는 유일하고 궁극적인 수단이 된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결국 혁명의 완수를 위해서도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며 그 자유는 단지 정부를 지지하는 자만을 위한 자유, 단지 당원만을 위한 자유가 아니라 전적으로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자들의 자유였다.

하지만 이는 역사적으로 존재한 대다수의 혁명정부에서 인정하기 어려운 자유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레닌의 개념이 '민주집중제'였으나 실제 상황은 개념이나 제도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민주집중제는 혁명의 배신자들에 의해 합법적 독재와 샴쌍둥이가 되었고 역사적으로 존재한 공산주의 국가는 국가독점 자본주의 체제의 독재국가가 되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여기에 로자 룩셈부르크 사상의 위대함이 있으며 동시에 임기 내 혁명의 가시적 성과를 이루어야 한다는 선거로 의해 집권한 혁명정부의 한계가 있다.

2019년 베네수엘라 상황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이 민중의 생존권 위기상태다. 식량과 생필품 및 기본 의약품이 부족하며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초인플레이션 상황이다. 2018 세계경제포럼(WEF) 세계경쟁력 보고서에 의하면 베네수엘라는 전체 140개국 중 127위로 현재 내전 상황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를 제외하면 세계 최하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베네수엘라 상황이 최악인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다. 그 누구도 작금의 상황에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을 비롯한 베네수엘라 집권 세력의 경우 미 제국주의의 공격과 부르주아들의 태업과 국가 배신행위 등을 모든 사태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스스로와 베네수엘라 전부를 속이는 기만행위이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처음 집권한 것이 1998년이니 현재 집권세력은 20년을 지속했다. 외부적 요인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주요원인으로 보기엔 집권 기간이 너무 길다. 더 중요한 것은 언론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2015년 총선을 기준으로 보면 약 67%의 국민이 반 마두로 진영에 표를 던졌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젊은 층의 반정부 성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들이 기억하는 차베스 전 대통령은 국민교육을 강화했고 대학 교육 또한 대중에게 확대했다. 이렇게 교육받은 이들이 현 정부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 현대사를 돌아보게 하는데 1960년대 중후반에 태어나 강력한 반공교육을 받은 86세대가 민주화의 주역이 되었고 더 나아가 북한과 교류하고 통일을 하자는 세력으로 성장하였다.결국 1989년에 임수경 씨가 방북하면서 이들은 실제 성과를 맺는다. 이들 유년기의 국기 하강식 장면을 기억해본다면 카니발적인 전복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일이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인식에서 마두로와 현 집권세력이 무능한 부정부패세력으로 변하고 있고 '민족의 영도자'였던 차베스의 위상도 이미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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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11일 생존권 위기에 몰린 베네수엘라 주민들이 마두로 대통령의 얼굴이 보이는 선전물 앞에서 배급품을 받아고있다.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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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기의 원인과 그 책임

2018년 2월 1일 대한민국 외교부는 짧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베네수엘라의 현 상황을 우려하며 모든 주체들이 참여해 민주주의를 회복할 것을 기대한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대한민국 또한 국제사회에 공조할 것이란 마지막 부분은, 직설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현 집권세력의 기득권을 모두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며 이것이 현 정부의 공식적 입장인 것이다.

1-1 경제위기/생존권 위기의 원인

일부에서는 이 모든 것이 미국의 경제제재에 의한 것으로 말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위기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로 구분하여 생각해야 한다. 첫 번째는 식량, 생필품 그리고 약품 부족 등 필수적 생존 기본품의 부족 현상이며 두 번째는 현실적으로 존재하기도 어렵고 상상하기도 어려운 하이퍼인플레이션 현상이며 동시에 외환부족 상황이다.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야기한다고 보긴 어렵다. 일부 과거 냉전논리에 익숙한 이들은 베네수엘라의 모든 문제가 미국의 경제제재에 인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여기에 기본이 되는 것이 현재까지 베네수엘라가 '특별기간(1991년 구소련의 붕괴 혹은 1992 미국의 무역봉쇄 조치를 시작으로 2000년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까지의 기간을 의미하는 용어로 이 시기 쿠바는 생태농업, 대체의학, 강력한 자원 재활용 등을 발전시켰으며 동시에 개인의 인권을 탄압하는 강력한 독재가 행해졌다. 필자)'시기의 쿠바와 비슷한 수준의 경제제재 다시 말하면 무역봉쇄에 가까운 조치가 취해졌다는 데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냉전논리에 익숙한 이들의 상상에 가까운 것이다. 물론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쿠바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공식적인 미국의 대 베네수엘라 제재는 세 가지로 볼 수 있는데, 그 첫 번째는 오바마 행정부의 행정제재 13692호와 그것의 1년 연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인권탄압 실태와 대미 적대정책이 미국의 안보와 외교정책에 상당한 위협이 된다고 보고 2015년 3월 8일에 베네수엘라 인권침해 및 부패 연루 고위 관료 7명(전원 국가정보부 출신)에 대한 미국 내 금융거래 동결 및 출입국 제재를 골자로 하는 행정명령 13692호를 발효했고 2016년 그 기한을 1년 연장했다.이 조치가 과연 베네수엘라 경제위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물론 미국의 이런 조치가 베네수엘라 집권세력의 핵심에는 직접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다.

두 번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실시한 것으로 2017년 8월 5일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주재국 정부 및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PDVSA)가 발행한 채권 및 부채에 대한 금융거래를 전면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경제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다만, 베네수엘라 국민 및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능한 줄이는 측면에서 PDVSA가 발행한 특정 채권, Citigo(미국 내 PDVSA 자회사로써 주유소 등 운영) 관련 거래 및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입, 의약 및 의료기기 수출 관련 거래 등은 예외적으로 인정했다.결국 이 조치로 인해 국제적으로 베네수엘라 채권 가격 하락 및 국제 신용도의 저하 및 이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접근 및 거래가 차단되는 효과가 가시화 되면서 외환위기(달러부족)에 따른 국가부도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화가 폭락한 것은 2016년 말로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후 베네수엘라가 외환부족을 금 수출을 통해 만회하려 하자 2018년 11월 미국은 베네수엘라 금 거래 중지 조치를 취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19년 1월 14일 미국은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입 감축을 포함한 다양한 제재 방안을 고려중이라 한다.

다시 말하면 2019년 2월, 현재까지 미국은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약 50%를 수입하고 있으며 이것은 베네수엘라 총 수출의 38%에 해당하는 것이다. 2019년 상반기에 새로운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 2014년 유가폭락(공식적으로 마두로 대통령이 경제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2016년 1월이다. 필자) 이후 시작된 베네수엘라 경제위기에 미국은 주요한 요인이라 하긴 어렵다. 같은 맥락으로 유가폭락이라는 동일한 원인이 산유국 중 베네수엘라에서만 시민의 생존권이 위기에 빠질 만한 사태를 초래했다고 보는 것은 아주 비합리적이다.

1-2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

그렇다면 베네수엘라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베네수엘라는 원유를 수출하고 다른 재화를 수입하는 구조의 국가이다. 다시 말해서 교역은 베네수엘라가 존재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안정적인 환율은 당연히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유가폭락 이후 불황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환율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공식 환율과 비공식 환율은 30배 이상 차이가 나게 되었다. 공식 환율로 달러를 구해 비공식환율로 암시장에 팔게 되면 30배의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공식 환전소에 거액을 움직일 수 있는 고위 공무원과 수입업체에게 이것은 어떤 사업보다 이익률이 높은 사업으로 실제로 거래가 일어나지 않고 자국 내에서 달러가 돌면서 30배 혹은 그 이상의 이윤을 올리는 것이다. 이런 거래가 계속되면 자국 화폐량이 증가하여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베네수엘라에서 달러를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는 국립대외무역센터(Cencoex)인데, 문제는 여기서 용도에 따라 다양한 환율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생필품-약품 등을 수입할 때는 최저 환율인 6.3볼리바르를 적용받았고 여행 목적일 때는 12볼리바르로 인상되었고 목적지와 기간에 따라 환전할 수 있는 금액이 한정되어 있었다. 자유환전시스템의 환율은 170볼리바르였고 암시장에서는 190볼리바르 혹은 그 이상으로 거래되었다. 바로 여기에 현재 베네수엘라 비극의 원인, 특히 생필품과 약품이 부족한 원인인 것이다. 실제로 국립대외무역센터의 전신인 베네수엘라 외환통제위원회(Cadivi)는 부정한 방법으로 외환을 지급하는 부패의 핵심이었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베네수엘라 외환통제위원회의 총보유 달러 중 1/3이 유령회사로 흘러들어갔다.

2013년 당시 중앙은행 총재였던 에드미 베탕쿠르는 그 금액이 매년 200억 달러(약 23조 원),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2014년 기준 4824억 달러)의 4%에 달한다고 밝혔다.(2012년 기준 베네수엘라 국내 총생산은 약 3810억 달러이며 외환보유고는 2980억 달러였다. 이 환치기에 들어간 총액이 5900억 달러이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현재, 환치기에 사용된 총 달러가 3조 달러라는 주장도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의하면 2016년 베네수엘라의 국내 총생산은 5660억 달러 규모이다. 국내총생산의 5.3배가 환치기에 들어간 것이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필자)베네수엘라의 외환부족 사태는 이렇게 설명이 된다.

초기에는 수입업체들이 경비를 과다 계산하여 청구하는 방식으로 시작하여 이후에는 실제 수입 없이 장부상으로만 정리하여 최저 환율로 환전한 후 암시장에 다시 팔기 시작했다. 식량/생필품 수입보다 더 심각한 부분은 베네수엘라 원유 수입대금과 관련이 있다. 수입을 달러로 들어온 경우 공식 환율로 계산하고 실제로는 암시장에서 달러를 교환하게 되면 장부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상당한 차액을 챙길 수 있다. 이것이 일부 수입상이나 원유관련 회계팀 일부의 비리가 아니라 외환을 관리하는 베네수엘라 외환통제위원회가 중심이 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현 집권세력의 대부분이 공범관계였다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베네수엘라 사태의 중심에는 포퓰리즘이 있는 것이 아니라 족벌체제, 정실자본주의 그리고 부정부패가 있는 것이다 이들은 민중의 생명을 담보고 사익을 챙긴 것이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권력의 핵심에서 비리와 부정부패가 공인되고 만연하게 되면 전염병처럼 사회 전체에 퍼지게 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베네수엘라에서 달러를 공식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길은 국립대외무역센터를 통하는 것이고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원유 대금뿐이다.(물론 각 개인이 여행 등에서 환전한 달러가 있을 수 있으나 무시할 수 있는 소량이다. 물론 콜롬비아의 경우처럼 마약을 통한 달러 확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베네수엘라에 마약 카르텔이 국가경제를 흔들 정도로 발달해있지는 않다. 필자)

베네수엘라의 달러 암시장을 누가 운영했는지를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다음 단락에서 알 수 있다.

2018년 11월 27일 미국 연방 법원은 베네수엘라 전직 재무장관 알레한드로 안드라데에 대해 자금세탁과 그 대가로 10억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안드라데는 차베스 전 대통령의 경호원 출신으로 2007년부터 2011년 1월까지 베네수엘라 재무장관을 역임하였으며, 2018년에는 베네수엘라 국영 경제사회발전은행의 은행장 직을 맡은 베네수엘라 경제계 내 최고 권력자였다.

개인 경호원 출신 인사에게 일국의 경제 수장을 맡겼다는 것은 베네수엘라의 족벌체제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일례가 될 것이다. 또한 그의 혐의가 자금세탁이며 그 대가로 10억 달러를 받았다는 것은 10배 이상, 1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세탁되어 미국에 유입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그는 라틴아메리카 마약 카르텔의 보스같이 대저택에 호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현재 베네수엘라 민중들의 삶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더 큰 문제는 일국의 경제 수장이 불법적인 외환 반출과 자금세탁의 수장이라는 것이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2015년 조사에 의하면 심각한 경제위기가 시작되기 10여 년 전, 즉 1998년부터 2007년까지 HSBC 스위스 계좌에 148억 달러가 예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와는 별개로 안드라데는 스위스에 17개의 계좌가 있다고 하는데 그 총액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총액을 알 수 없다 해도 베네수엘라의 경제수장이 자금세탁의 책임자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다. 마두로 대통령이라 특정할 수 없다 해도 현 집권세력의 중심부를 위해 일했으며 비단 미국만이 아니라 현재 베네수엘라에 우호적인 쿠바, 중국, 러시아 등에도 불법적인 외환유출이 있을 수 있으며 제 3국 자금 회피처에도 상당한 비자금이 있을 수 있다. 어쩌면 마두로와 집권세력은 미디어에 노출되는 강경한 모습과는 다르게 출구전략을 이미 세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국가와 민중을 팔아 사익을 챙인 집단은 국가위기의 순간에 자금을 세탁하여 자신들의 주적(主敵)처럼 표현하던 미국 혹은 제 3국으로 도망갈 준비를 베네수엘라 경제 수장이 나서서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핵심 집권세력이 함께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란 짐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1-3 독재와 혁명의 배신

2017년 11월 16일, 루이사 오르테가 전 베네수엘라 검찰총장이 마두로 대통령을 인권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고소하였는데,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마두로 정부 지시에 의해 8290명이 학살되었다고 했다.

다시 말해 마두로 대통령은 민간인 학살 혐의를 받는 것이다. 루이사 전 검찰총장은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집권당 소속으로 검찰총장을 역임했으나 제헌의회 등 마두로 정권의 독재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면서 결국 콜롬비아로 망명하게 된다. 그녀가 주장한 8290명의 학살에 어떤 물증이 존재하는 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에서 야당에게 2/3의 의석을 빼앗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국회를 무력화 시키는 제헌의회를 구성하는 것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에서, 10대 청소년을 비롯한 12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사상가이자 저널리스트이며 전 기획처 차관인 롤란도 데니스(그는 지난 2006년 KBS 스페셜 '신자유주의를 넘어서, 차베스의 도전'에 출연하여 차베스주의 혹은 '21세기사회주의'의 개념을 설명하기도 했다. 필자) 또한 마두로 정부에 대한 강경한 비판자 중 하나이다. 그 또한 자신의 블로그, 대안매체, 개인 메일을 이용하여 마두로 정부가 퇴진해야 하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차베스 정부에서 차지했던 비중과 달리 현 정권에서 그의 목소리를 담을 매체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소위 차베스주의를 지지하던 지식인 세력의 상당수가 마두로 정권을 독재정권이라 비판하고 있다. 물론 현재 마두로 대통령과 집권세력은 자신들을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미 제국주의의 앞잡이로 간주하고 직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어 자국에 남아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롤란도 데니스는 현재도 베네수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루이사 전 검찰총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현 정권은 라틴아메리카 역사에서 순위를 다툴 정도의 부정한 독재세력이다. 이미 2015년 총선에서 국회의 2/3 이상을 야당에 뺏긴 시점에서 이미 베네수엘라 민중들에 의해 심판받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후 제헌의회를 소집해서 국회를 무력화시키려했고 이를 저지하려는 대규모 시위에서 120여 명이 사망했으나 제헌의회는 구성되었다. 국회는 이후 무력화되었고 2017년 지방선거가 공정히 치러지기 어려운 상황에 야당의 선거 보이콧이 있었고 27%의 투표율을 기록하여 여당이 압승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은 정당은 대선에 참여할 수 없다는 대통령령을 발표하여 2018년 5월 대선이 치러진다.

선거에 군대가 동원되었고 투표장에서 생필품을 나누어주는 매표행위도 있었고 야당의 유력인사들은 80년 봄과 비슷하게 가택연금 및 구금 상태였다. 이렇게 치러진 선거에 국제사회가 비판적 입장을 취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인구 약 3000만 명의 베네수엘라를 탈출한 인원은 300여만 명, 인구의 10%에 이른다고 한다. 베네수엘라 난민은 현재 남미 주요 국가의 해결과제이며 사회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나 역설적으로 미국의 대 베네수엘라 압박만 강조하게 되면 이런 모든 내부 문제를 지워버린다. 오히려 미국이라는 세계 제일의 제국이 베네수엘라를 압박하고 정권을 빼앗으려 한다는 냉전적 이미지와 더불어 현 집권세력을 피해자처럼 보이게 한다. 또한 베네수엘라의 현 사태가 미국의 경제 제재에서 기인했다는 오해를 낳게 하며 현 집권세역의 무능과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를 은폐하는 효과도 있다.

2. 앞으로의 전망

앞으로의 전망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 번째로, 마두로가 내부와 국제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국제사회의 감시 아래에서 대선을 다시 치르는 경우다. 가장 바람직한 경우이나 현 집권세력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경우의 수이다. 대선을 다시 치른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부정선거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고,아마도 이것이 마두로가 받을 수 있는 최대치일 것이나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실제 선거가 이루어진다면 마두로의 득표는 더 작을 것이다. 야당이 분열하지 않고 단일 후보를 내세운다면 어렵지 않게 승리할 것이다. 하지만 평화롭게 선거가 치러진다면 독재와 부정부패 세력은 모두 어렵지 않게 베네수엘라를 빠져나갈 것이다.

두 번째는, 마두로와 집권세력이 계속 정권을 유지할 경우다. 다시 말하면 현재 상황이 유지된다는 것인데 경제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며 난민의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엑소더스란 말이 역사에 기록될 수도 있을 것이며 주변 국가들과의 갈등을 더 커질 것이다. 두 번째 경우는 세 번째 경우의 전제가 되는데 세 번째는 바로 미국과 국제사회의 군사적 개입에 의한 마두로의 실권이다. 물론 세 번째 경우는 실제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1989년 아버지 부시대통령 시절 파나마 대통령 노리에가를 생포하여 압송한 적이 있다. 아마도 마두로에겐 민간인 학살과 자금세탁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19년과 1989년 사이에는 30년이란 물리적 시간만큼이나 많은 변화가 있었고 미국의 군사행동이 만일 반미정서를 강화하는 요인이 된다면 군사행동을 한 미국과 국제사회는 베네수엘라 입장에서 침략자가 될 것이며 피아(彼我)의 구분이 생기는 순간 마두로 정권의 무능과 부정부패 그리고 독재의 패악은 은폐될 것이다.

또한 몇 가지 변수가 있다. 첫 번째는 미중 무역 갈등의 추이이다.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갈등을 완화하고 원만한 합의하게 된다면 중국은 베네수엘라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갈등이 더 심해진다면 중국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베네수엘라 문제에 깊게 관여할 것이고 마두로는 정권을 유지할 것이다. 두 번째는 라틴아메리카의 좌파 정권이라 할 수 있는 멕시코, 볼리비아, 니카라과 등의 입장과 태도이다. 불간섭 입장만을 고수할지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실질적인 원조를 취할 것인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국가와 국제사회의 일반적 여론을 거스르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멕시코가 직접적인 원조를 하게 될 경우 신냉전적 구조로 라틴아메리카가 구분될 수 있을 것이며 마두로는 정권을 유지할 것이다.

세 번째는 원유가격의 추이이다. 특히 미국의 입장이 중요한데, 베네수엘라 원유수입을 제한하는 제재가 이루어진다면 원유가격의 상승은 막을 수 없으며 물리적 충돌로 인해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면 한시적으로 원유가격의 급등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원유 가격이 인상되면 특히 미국 내의 인플레이션 압박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이자율 인상의 압박으로 이어지게 되고 미국 경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모험을 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다시 말하면 미국이 안정적 상황을 유지하고 북한과의 관계처럼 평화롭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물리적 개입은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미국발 베네수엘라 뉴스는 상식에 벗어나는 것이 많은데 군부의 쿠데타를 유도한다는 기사는 군부가 견고하다는 것의 반증이다. 쿠데타 등의 공작은 당연히 은밀히 이루어져야 하는데 기사로 나온다는 것은 이것이 블러핑임을 증명하는 것이다.2019년 2월 13일 콜롬비아 두케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플랜B, C, D가 있으며 모든 옵션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것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것의 반증이다.

네 번째는 베네수엘라가 1975년 맺어진 키신저-사우디 밀약을 깨고 원유 결제의 다원화를 추진할 지에 따라서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2019년 1월부터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국을 맡게 되며, 의장직은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 PDVSA의 회장이자 석유부 장관인 마누엘 케베도가 맡을 것이라 한다. 현재 중국 위안화와 현물로 석유를 거래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의장국으로서 석유를 달러 이외의 화폐 또는 가상화폐를 통해 거래하는 사안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흔드는 것으로 미국이 결코 용인할 수 없는 것이다. 1975년 이후로 키신저-사우디 밀약을 깨고 달러 이외의 화폐로 원유결제를 시도한 인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 인물이 이라크의 후세인이다. 결론적으로 달러의 위상을 건드릴 경우 미국은 물리적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군사적 행동을 취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연구에 의하면 약 35만 명의 정규군이 있고 베네수엘라 정부 발표에 의하면 예비군 형태의 국립볼리바르군이 약 100만 명, 마두로 친위 민병대의 수는 16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예비군과 친위 민병대는 모두 친마두로 세력이라 할 수 있으므로 미국이 군사적 개입을 선택한다고 해서 성공할 가능성이 그리 높다고 할 수 없다. 또한 군사작전이 성공하여 마두로 등을 제거한다고 해도 무장한 세력이 260만 명에 달한다. 콜롬비아의 경우처럼 무장 반정부 세력이 존재할 가능성, 다시 말하면 내전에 가까운 혼란한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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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권연대의 유력 대권주자인 레오폴드 로페스(왼쪽)와 과이도 ⓒLa voluntad popu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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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국회의장 과이도와 정당 '민중의 의지'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 대통령을 제외하면 제일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가 바로 과이도 의장이다.그가 임시대통령이라 스스로 선언한 것은 부통령 제도가 있는 베네수엘라 상황을 고려하면 논쟁적인 부분이 있긴 하지만 2018년 대선이 총체적 부정선거였고 그래서 무효라는 데에 근거한다. 1979년 10.26 이후 최규하 국무총리가 대통령직을 대행했던 것과 비슷하다 할 것이다. 다만 과이도가 주장하는 것은 새로운 대선을 관리하기 위한 임시적 대통령이라는 의미이지 임기를 대신하는 대통령이란 의미는 아니다. 과이도는 2010년 총선에서 자당 국회의원 당선자 유고시 계승할 수 있는 예비국회의원으로 사실상 낙선했으며, 2015년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이다. 그러므로 과이도라는 정치인보다 더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이 바로 그가 속한 정당이며 현 야권연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민중의 의지당(La voluntad popular)'이다. 민중의 의지당은 폭력시위 혐의로 현재 가택연금 중인 전 차카오(Chacao) 주지사 레오폴도 로페스(Leopoldo López)가 중심이 되어 창당되었다. 로페스가 초대 당대표이며 현재까지 가장 영향력 높은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반 마두로 진영의 중심인 탓에 신자유주의-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정당으로 외부적으로 보이지만 정당의 이념은 중도좌파로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에 가입된 정당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이념적인 차이에 의해 현 집권세력과 대립하고 있다고 보긴 어려운 것이다. 2014년 2월과 3월에 걸쳐 베네수엘라 야당 연합인 민주연합회의(MUD)는 로페스의 주도 하에 반정부시위를 벌였다. 현 정권의 경제정책에 문제가 있으며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 주장했는데 시위는 곧 진압됐으며 로페스 등 시위 책임자 100여 명이 체포되었다

외신에서는 당시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무고한 시민 43명이 사망하고 부상자가 878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재 폭력시위의 책임에 대해선 논쟁적이다. 이후 남편 로페스의 석방을 위해 부인 릴리안 틴토리가 나서는 데 릴리안은 베네수엘라에서 인기인으로 리얼리티 쇼로 데뷔하여 유명 TV쇼의 호스트로 활동했다.

그녀는 마두로 정부의 폐해를 국제적으로 알리는 데에 큰 역할을 담당했는데 미디어에 익숙한 그녀의 경험에 의해 스페인어권에서 반 마두로 정서가 생기는 데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특히 SNS를 통해 시위 현장을 중계하며 경찰과 군대의 폭력성을 알리는 등 2014년부터 현재까지 가장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반 마두로 진영의 중심이다. 과이도 국회의장이 다음 대선의 관리역할의 임시대통령을 맡게 된다면 스스로 후보로 출마할 수는 없을 것이며 2017년 통과된 사면법에 근거해 로페스를 사면할 것이다. 반 마두로 전선의 중심에 로페스와 릴리안이 있었으므로 로페스는 새로 대선이 치러진다면 야권연대의 가장 강력한 후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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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 레오플드 로페스의 부인 릴리안 틴토리(왼쪽)와 과이도.ⓒLa voluntad popu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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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족장의 겨울을 지나 어떤 봄이 올 것인가

어쩌면 현재 86이라 불리는 60년대 생이면서 80년대 학번이며 제5공화국 때 민주화 투쟁을 했던 대학생 세대는 우리나라 산업화 시대 근대적 교육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강력한 반공교육에도 불구하고 복종하는 노예로 길들여진 것이 아니라 민주화의 주역으로 동시에 비판적 시민으로 육성하였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항쟁은 이것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 또한 차베스주의 20년의 성과가 현재 나타나려 하는 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20, 30대가 무작정 복종하는 포퓰리즘의 객체가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와 선택으로 민주주의적 질서를 회복하고 자신들이 바라는 정부를 세우고 희망을 만들어낸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차베스주의의 승리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정실 자본주의, 족벌세력의 권력 독점, 독재, 부정부패 등은 라틴아메리카 특정 국가의 특수한 상황을 나타내는 말은 아니다. 현재 다시 등장하는 권위주의 정부의 모습을 보면, 역설적으로 드디어 길고 길었던 족장의 시대가 라틴아메리카에서 끝나고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나폴레옹 3세를 통해 프랑스 영웅의 시대, 나폴레옹의 시대가 끝난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베네수엘라의 경우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과연 성숙한 시민사회가 얼마나 형성되어 있는가일 것이다. 많은 국내 미디어들이 베네수엘라 문제를 국제정치의 게임처럼 표현하는데 베네수엘라 민중의 생존권을 고려한다면 삼가야 할 것이다. 베네수엘라 사태의 주요 동인은 베네수엘라 내부에서 기인했으며 그것은 라틴아메리카의 오랜 병폐인 부정부패이다. 이것을 외부의 힘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미 제국주의라는 명목 하에 내부의 부패가 은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 로자 룩셈부르크의 주장, 민주주의적 제도와 형식에 대한 강한 믿음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시민들이 그저 독재자를 쫓아내고 현 집권세력을 타도하는 복수의 정치에서 벗어나 진정한 21세기 사회주의로 나갈 수 있을 것인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그 과정은 당연히 민주적이어야 한다. 과연 베네수엘라 민중들은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족장의 겨울이 지나면 다시 족장의 봄이 올 것인가, 반복되지 않고 전혀 다른 봄이 올 것인가.

기자 : 최명호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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