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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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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바이오 기업 100여 개와 손잡고 한국형 ‘의료 실리콘밸리’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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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구로병원 의생명연구원 고대구로병원이 최근 의생명연구원을 개소하며 한국형 ‘의료 실리콘밸리’ 구축의 신호탄을 쐈다. 연구의 중심을 환자에게 두고 100여 개 바이오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미래 의학’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목표다. 나노 기술을 활용한 암 진단, 줄기세포 치료제와 표적 항암제 등 기술 산업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고대구로병원이 의생명연구원을 주축으로 삼아 의료 기술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중앙일보

고대구로병원 서재홍 연구부원장(오른쪽)이 의생명연구원 차세대 신약 개발 플랫폼에서 유방암 표적항암제의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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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구로병원의 연구 역량은 우리나라에서 손꼽는 수준이다. 최근 6년간 303건의 지식재산권 취득과 608건의 특허 출원, 2100여 편의 연구 논문을 발표하며 연구중심병원으로서의 위상을 다졌다. 이 기간 기술 산업화를 위해 교수들이 세운 자회사는 7곳. 이를 중심으로 기술 이전 45건, 제품화 29건 등의 성과를 거뒀다. 서재홍(종양내과) 연구부원장은 “단일 의료기관으로는 드물게 연간 30억원이 넘는 예산을 연구개발(R&D)에 꾸준히 투자한 결과”라며 “환자의 치료 결과를 향상시키는 동시에 기술 산업화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연구중심병원으로서 고대구로병원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탄탄한 ‘연구 내공’으로 다양한 결실

고대구로병원의 탄탄한 ‘연구 내공’은 다양한 분야에서 결실을 보고 있다. 서재홍 연구부원장은 새로운 방식의 유방암 표적치료제를 개발해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유방암의 20%는 암세포 표면에 ‘HER-2’라는 단백질이 발현된다. 서 교수는 이곳에 결합하는 ‘압타머’라는 물질에 기존 항암제를 결합해 암세포만 정밀하게 타격하는 신약을 만들었다. 서 교수는 “현재 임상시험을 앞둔 상황으로 자회사인 ‘테라캔’을 통해 기술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며 “기존 항암제로 치료가 어려운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제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폐암의 진단·치료에는 나노 기술이 활용된다. 폐암을 치료할 때는 암세포가 남지 않도록 주변의 림프절을 광범위하게 도려내는 게 일반적이다. 암세포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현구(흉부외과) 교수는 암세포의 위치·크기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나노 형광물질(형광과 핵의학 융합조영제)과 이를 측정하는 장비(형광·핵의학 융합영상 의료기기)를 개발해 현재 진단 효과를 평가하고 있다. 김 교수는 “필요한 부분만을 정교하게 수술할 수 있어 후유증 등 환자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혈액 한 방울로 질환을 진단하는 ‘랩온어칩(바이오칩)’ 기술도 눈길을 끈다. 임채승(진단검사의학과) 교수가 세계 최초로 제품화에 성공한 ‘말라리아 스캐너’는 손톱만 한 크기의 바이오칩으로 종전 방식과 비교해 세 배 빨리 말라리아를 진단해낸다. 임 교수는 “바이오칩이 환자의 혈액 내 세균을 촬영하고 이를 노트북 크기의 진단 기기(마이크로 스캐너)가 분석해 감염 여부를 판가름한다”며 “필요한 혈액량이 50마이크로리터 이하로 혈액 한 방울이 채 안 된다”고 말했다. 말라리아 스캐너는 현재 기술 이전이 완료돼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 임 교수는 향후 면역세포를 분석해 백혈병을 진단하는 바이오칩도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술 산업화로 새로운 수익 창출

한승규(성형외과) 고대구로병원장은 당뇨발(당뇨병성 족부병증) 치료에 첨단 조직공학 기술을 접목한다. 수십 년 전부터 당뇨병 환자의 피부 괴사를 회복하는 데 각질세포·섬유아세포 등 세포 치료제를 꾸준히 연구·적용해 왔다. 이런 경험은 최근 세계 최초인 당뇨발 치료용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이란 도전으로 이어졌다. 지방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반창고 형태로 붙여 피부를 되살리는 방식이다. 현재 대규모 임상시험(임상 3상)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 감염내과도 신종인플루엔자·메르스 등 감염 질환의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B형 연쇄구균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의료 혁신을 향한 도전은 계속된다. 고대구로병원은 최근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의 의생명연구원을 준공했다. 병원 곳곳에 흩어졌던 연구 장비·인력을 한곳으로 집중시키고 정밀 의료기기, 차세대 신약 개발 등 연구 주제에 맞게 그룹화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혁신의 마중물은 교류와 협력이다. 실제로 의생명연구원은 의료기기 개발 기업에 기획·제작·인허가 등을 지원하는 의료기기 중개임상시험지원센터와 맞닿아 있는 데다 500여 개의 바이오 기업이 입주한 서울 구로·가산디지털단지와 인접해 교류 기회가 넓다.

서재홍 연구부원장은 “바이오 기업뿐 아니라 주요 대학·정부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할 예정”이라며 “원활한 소통을 위해 공동 세미나 개최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승규 원장은 “고대구로병원과 연구협력 관계를 맺은 바이오 기업 등 관련 기관은 100여 개에 달한다”며 “이들과의 교류를 강화하고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기술 산업화를 통해 고대구로병원을 한국형 ‘의료 실리콘밸리’의 중심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고대구로병원 의생명연구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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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모 지하 2층~지상 5층(총면적 3407.39㎡)

● 보유 장비 3D프린터, 유전자 증폭장치 등 31종 62개(2월 말 현재), 연구 좌석 92개, 실험 좌석 221개

● 연구 인원 약 150명

● 특징 질량분석기, 주사 전자현미경 등 첨단 장비 보유 / 층별로 전문 연구 플랫폼을 구축해 시너지 효과 창출(2층-정밀 의료기기, 3층-차세대 신약 개발) / 구로·가산디지털단지 등 바이오 기업과의 협력 시스템 구축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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