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유병 기간 1년 늘 때마다
뇌경색 발병 위험률 8% 높아져
약물 치료, 생활습관 고쳐 관리"
고혈압을 동반한 심방세동 환자는 평소에 수축기 혈압을 120㎜Hg 미만으로 관리해야 뇌경색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심방세동은 가장 흔한 부정맥으로 심장이 빠르고 불규칙하게 뛰는 것을 말한다. 심방세동 환자는 심장이 혈액을 제대로 뿜어내지 못해 혈액이 고이면서 굳는 혈전이 생기기 쉽다. 혈전이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으로 악화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보영·김태훈 교수팀과 분당차병원 심장내과 양필성 교수 공동 연구팀은 고혈압을 동반한 심방세동 환자가 뇌경색을 예방하기 위한 최적의 혈압 관리 구간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바탕으로 2005~2015년 심방세동을 진단받은 환자 24만6459명을 대상으로 혈압에 따른 뇌경색 발병 위험도를 분석했다. 이때 환자가 지닌 만성질환과 기타 심혈관 질환 동반 유무, 흡연 여부, 체질량지수(BMI), 가계소득 수준 등의 변수를 고려한 보정 작업을 거쳤다.
젊은 심방세동 환자, 조기 고혈압 관리 필요
분석 결과, 고혈압 유병 기간에 관계없이 수축기 혈압을 120㎜Hg 미만으로 관리한 환자는 고혈압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와 뇌경색 발병 위험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수축기 혈압이 이보다 높은 경우 고혈압 유병 기간에 따라 뇌경색 발병 위험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이를 보였다. 정보영 교수는 “고혈압을 동반한 심방세동 환자는 유병 기간이 1년 늘어날 때마다 뇌경색 발병 위험도가 8%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고혈압 유병 기간과 뇌경색 발병 위험의 상관관계는 연령별로 차이가 났다. 65세 미만의 심방세동 환자는 고혈압 유병 기간 ‘7년’을 기준으로 유병 기간이 길수록 뇌경색 발병 위험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65세 이상 환자는 유병 기간이 7년이 넘어도 뇌경색 발병 위험률이 크게 높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김태훈 교수는 “65세 미만 장년층 심방세동 환자는 고혈압의 유병 기간에 비례해 뇌경색 발병 위험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며 “최근 젊은층의 심방세동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고혈압을 조기에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심방세동 환자의 80% 이상이 고혈압을 동반하고 있지만 고혈압 유병 기간에 따른 뇌경색 발생 위험과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혈압 수준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부재한 데서 출발했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뇌경색을 예방하는 데 혈압 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120㎜Hg 미만으로 혈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약물치료나 생활습관 교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연구결과는 유럽심장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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