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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박은정 “김태우 공익신고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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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선 “법원 판단 있어야” 반발

청와대 “신고 내용 사실 확인 안 돼”

권익위 “사실 관계없이 신고 보호”

법조계 “청와대의 반박은 월권

기준 엄격 적용 땐 공익신고 위축”

중앙일보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2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24일 ’김태우 전 수사관이 개인정보보호법 침해와 관련 공익신고를 했으므로 공인신고자가 맞다“고 밝혔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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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수사관)의 ‘공익신고자 지위’를 놓고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와 청와대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권익위가 김 전 수사관을 공익신고자로 인정하자 청와대가 “아직 김 전 수사관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아 공익신고자로 볼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다.

이런 청와대의 주장에 박은정 권익위 위원장은 24일 중앙일보에 “김 전 수사관이 개인정보보호법 침해와 관련해 공익신고를 했고, 그것이 거짓임을 알고 신고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법적으로 공익신고자가 맞다”고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 전 수사관의 신분을 놓고 박 위원장이 청와대와 다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권익위의 입장은 누가 공익신고를 하든지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판단한다는 것”이라며 “김 전 수사관의 주장이 허위일 가능성이 있더라도 현재로서는 공익신고자가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김 전 수사관은 공익신고자가 아니라 공익신고의 적용 대상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권익위와 청와대가 공익신고자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권익위 내부에선 “청와대가 김 전 수사관에게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권익위는 지난 1월 8일 김 전 수사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330개 공공기관의 야당 성향 임원 조사를 시킨 사실이 정치적 성향 등 민감정보 처리를 제한하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신고한 내용을 공익신고라고 판단했다.

권익위 “청와대, 유독 김태우에게만 엄격한 잣대 적용”

중앙일보

김태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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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수사관은 조국 민정수석과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등에 대해 ‘직권남용와 직무유기’ 혐의로 권익위에 부패신고도 해 부패신고자로 인정받았다. 법률상 직권남용 등은 공익침해 관련 법률에 포함되지 않아 부패신고법에 따라 처리됐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르면 신고자가 개인정보보호법 등 284개의 법률과 관련한 공익침해 행위를 신고할 경우 신고 내용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않는 이상 공익신고로 인정한다.

신고 내용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법률상 공익신고자는 ‘공익신고를 한 사람’을 뜻하니 김 전 수사관은 공익신고자라는 것이 권익위의 입장이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공익신고 행위를 폭넓게 인정해 사법부의 판단 전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는 것이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취지”라며 “공익신고자의 기준을 엄격하게 해석하면 오히려 공익신고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김 전 수사관의 공익신고 내용이 실제 사실인지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진 상태가 아니다”며 “김 전 수사관은 공익신고자가 아니라 법상 공익신고 적용 대상이 된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청와대는 김 전 수사관이 권익위에 신청한 대검찰청 징계 불이익 금지 요청을 권익위가 기각한 것도 “김 전 수사관이 공익신고자가 아니라는 중요한 근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권익위가 김 전 수사관을 공익신고자로 인정할 경우 국민들이 그의 폭로를 모두 사실로 오해하실까 봐 우려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권익위는 “불이익 금지 신청의 경우 당시 공익신고와 대검찰청의 징계 간에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아 기각한 것”이라며 김 전 수사관은 여전히 공익신고자라는 입장이다. 김 전 수사관은 공익신고가 아닌 언론 인터뷰와 민간 건설업자에게 골프 접대를 받은 이유로 해임됐다.

법조계에서는 청와대가 김 전 수사관의 공익신고자 인정에 대한 권익위의 유권 해석을 반박하는 것은 월권이란 목소리가 높다. 성영훈 전 권익위 위원장은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릴 때까지 공익신고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공익신고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한변협 사법인권팀 위원인 양홍석 변호사도 “김 전 수사관의 공익신고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경우 그때 불이익을 받으면 된다”며 “그 전까진 형식적으로라도 김 전 수사관은 공익신고자이며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최주필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도 “권익위의 주장에 법적 절차와 문제점은 없어 보인다”며 “청와대가 권익위에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권력기관의 압력처럼 느껴질 수 있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입장에 공감한다는 판사 출신 변호사는 “김 전 수사관이 공익신고자를 폭넓게 보호하는 제도를 악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정치적 관점에서 청와대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결국 이 법을 통해 실제 공익신고자들이 보호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악용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다 보면 전체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수사관은 공익신고자 신분을 얻었지만 당장 그에게 이득이 되는 것은 없는 상황이다. 해임 이후에 공익신고에 따른 별도의 불이익을 받지 않아 김 전 수사관은 구조금 지원이나 신변보호 조치 등도 요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전 수사관의 고발로 시작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수사 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 전 수사관이 향후 재판에서 유리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은 남아 있다.

대법원이 2014년 제주도 7대 자연경관 선정 이벤트와 관련해 “KT가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폭로한 이재관씨를 공익신고자로 인정한 판례도 김 전 수사관에겐 긍정적인 소식이다.

당시 대법원은 공익신고자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하며 “공익신고자의 신고 내용이 명백한 거짓이라 볼 수 없고 사후적인 결론이 아닌 당시 상황이 중요했다”는 권익위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씨를 공익신고자로 인정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르면 공익신고와 관련해 공익신고자의 범죄 행위가 발견될 경우 그 형의 감경과 면제를 명시하고 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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