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불능력’ 제외, 경영계 반발…“존립기반 흔들수도”
소상공인 등 요구해온 최저임금 차등적용도 물건너가
노동계,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은 ‘개악’ 반발
노사 모두 최저임금 개편안을 놓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향후 국회 입법 과정이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확정안을 냈다. 최저임금 결정기준에서 초안에 있던 ‘기업의 지불능력’은 빠진다. 기업 규모별로 지불능력이 다른 만큼 객관적인 지표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확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기업의 지불능력’ 제외, 경영계 반발…최저임금 차등적용도 물건너가
당장 경영계에서는 ‘기업의 지불능력’을 제외해선 안된다면서 입장을 냈다.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의 지불능력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는 정부의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입장자료를 내고 결정기준에서 논의 초안에 포함되어 있던 ‘기업 지불능력’을 제외한 것은 유감이며 반드시 수정,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업이 지불능력 이상으로 임금을 지급하면 기업경영은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경영악화를 초래해 기업의 성장은 물론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지불능력을 두고 앞서 세차례 전문가 토론회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에서 기업지불 능력을 제외한 것은 잘한 결정”이라며 “지불능력은 어떤 기업을 기준으로 판단할지 모호하고, 업종마다 지불능력이 다를 수 있어 추상적인 개념”이라고 말했다.
경영계가 주장해왔던 업종별·연령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적용도 사실상 물건너 갔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과거 최저임금 결정구조보단 진일보했으나 여전히 노동과 자본의 대립구도는 같은 셈이다. 노사 대립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업종별·지역별로 다른 여건을 최저임금이 고려하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이번 개편이 필요한 이유는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에 있다”며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지키기 어려워 현실화해달라고 하는데 산업 특성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결정할 부분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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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정부, 답정너식 정책 추진”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최저임금 체계 개편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개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최저임금 결정 시한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서둘러 부실한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를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법은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법”이라며 “정부가 사업주 이윤 보장을 위해 줬다 뺏는 ‘답정너’식 최저임금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구간설정위에 최저임금 결정 당사자가 배제된 채 공익위원들로만 구성해 노사 자율주의가 훼손됐다”며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결정기준에 포함한 것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양극화 해소라는 최저임금법 취지에 반하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결정기준 중 고용에 미치는 영향 자체도 추상적이고 모호하단 평가가 나온다. 어떤 통계 지표를 삼는지 구체적으로 나와있지 않아 입맛대로 적용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김성희 고려대 교수는 “기업의 지불능력은 난해하다는 지적에 따라 제외했다. 그런데 고용에 미치는 영향 자체도 마찬가지다. 어떤 지표를 가지고 논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돼 노사 갈등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자체가 불필요했다”며 “최임위에서 객관적인 자료나 통계를 분석했다면 됐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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