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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최저임금 결정할 때 ‘기업지불능력’ 안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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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최저임금결정체계 개편 확정

최임위 이원화는 초안대로 유지

구간설정위 노사정 5명씩 추천
한국일보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확정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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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를 이원화하고 결정기준에서 ‘기업 지불능력’을 제외하기로 확정했다. 지난달 7일 정부가 내놓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草案) 에서 구체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위한 장치였던 기업 지불능력이 빠진 점을, 노동계는 최임위 이원화로 노사 대표성이 약화됐다며 정부안에 대해 모두 반발했다.

◇결정기준에서 기업지불능력 제외

27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확정안’ 중 지난달 내놓았던 초안과 달라진 대표적 항목은 기업 지불능력을 결정기준에서 뺀 것이다. 대신 근로자 생활보장 측면에서 △임금수준 △사회보장급여 현황 등을, 고용ㆍ경제상황 측면에서 △고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성장률을 포함한 경제 상황 등을 추가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기업 지불능력을 결정기준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고용ㆍ경제상황을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들여다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지불능력을 제외한 이유에 대해, 지불능력을 보여 주는 기업의 영업이익 등 지표가 ‘경제상황’ 지표에도 포함된다는 점, 지불능력을 보여 주는 고용 증감은 ‘고용에 미치는 영향’ 지표에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확정안은 초안과 마찬가지로 최임위를 전문가 집단인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기로 했다. 우선 구간설정위원회(총 9명)는 노사정 각각 5명씩을 추천한 후에 노사가 각각 기피하는 추천후보 3명씩을 선택해 제외하는 안을 확정했다. 연중 상시적으로 통계분석 등을 실시하는 구간설정위가 내놓은 최저임금 심의구간을 토대로 최종 의결을 하는 결정위원회(총 21명)도 노ㆍ사ㆍ공익위원 각 7명씩으로 구성한다. 공익위원을 정부 단독 추천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국회가 4명, 정부가 3명을 각각 추천한다. 이는 노사대립으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면 결국 정부가 추천한 공익위원의 입김대로 최저임금이 좌우돼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던 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식이다. 구체적인 국회 추천 배분 방식은 국회 입법 과정에서 정해질 예정이다.

◇노사 반발에 3월 입법 가능할까

이번 정부안 발표에 대해 노사 양측은 모두 불만을 표시했다. 경영계는 기업의 지불능력이 결정기준에서 빠진 점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자 단체는 이날 성명을 통해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보다 합리적으로 개편하기 위해 이번 정부안이 유의미한 부분이 있지만 지불능력을 제외하고 결정위원회 공익위원 추천에 노사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점은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국회 입법에서 지역ㆍ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초안이 발표된 이후 정부가 개최한 3차례의 전문가 토론회에 모두 불참하는 등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던 노동계는 결정기준에서 기업의 지불능력뿐 아니라 ‘고용에 미치는 영향’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가지 기준 모두 근로자의 생활 수준 안정이라는 최저임금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최임위 이원화로 노동계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구간설정위원회에 최저임금 결정 당사자(노사)가 배제된 채 공익위원(전문가)들로만 구성돼 노사 자율주의가 훼손됐다”고 지적했고, 민주노총도 “정부가 정해놓은 일정에 맞춰 정해진 답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계획대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ㆍ의결부터 개편된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적용하려면 적어도 3월 말까지 최저임금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행법상 고용부 장관은 다음해 적용되는 최저임금 심의를 매년 3월 말까지 최임위에 요청해야 한다. 이날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용부의 확정안과 같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이미 발의된 최저임금 차등적용이나 주휴수당 제외 등의 내용을 담은 야당의 최저임금 개정안 등이 있어 야당이 병합심사를 요구할 경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위원장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경제상황,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애매한 기준보다 기업 지불능력, 생산성, 실업률 등 구체적 기준이 반영돼야 한다”며 “이번 개편안을 포함해 최저임금법 개정안 80여개를 통합ㆍ심의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 할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경선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최임위 구성에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3월까지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못하면 기존 체계대로 2020년 최저임금 심의를 시작하게 된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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