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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변희재→조선→황교안 끝없는 ‘태블릿 조작설’ 팩트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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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뉴스분석 왜?

끊이지 않는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

국정농단 사건 초반부터 조작설

처음엔 극우 인터넷매체 퍼뜨려

<월간조선>등 일부 보수언론 합류

친박계 의원들도 슬그머니 가담

출처·내용·사용자 세 갈래로 주장

법원은 “조작·변조 없어” 일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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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황교안 신임 대표는 지난달 한국당 대표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출발점이 됐던 ‘최순실 태블릿PC’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그 뒤 수습하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제1야당 대표 후보가 극우인사들과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해오던 주장을 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태블릿PC 조작설이 왜 반복해서 나오는지, 근거가 있는지를 따져봤다.

‘최순실 태블릿피씨(PC)’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촉발시킨 스모킹건이었다. 2016년 9월20일 <한겨레>의 1면 기사(‘대기업 돈 288억 걷은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최순실 단골 마사지 센터장’)로 비선실세인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이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언론에 등장했다. 이를 계기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했고, 한 달 뒤인 10월24일 제이티비씨(JTBC)의 최순실 컴퓨터(태블릿PC) 보도가 나오면서 결정타를 날렸다.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까지 받아서 고친 흔적 등이 태블릿PC에서 드러나면서 개헌을 통해 국면을 전환해보려던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시도는 물거품이 되었고, 정국은 곧바로 검찰 및 특검 수사를 거쳐 대통령 탄핵으로 흘러갔다. 이런 점에서 태블릿PC는 박근혜 탄핵의 출발점이자 방아쇠였다고 할 수 있다.

이후 검찰과 특검의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의 업무수첩 등 핵심적이고 중요한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법적인 측면에서는 태블릿PC의 비중이 다소 낮아졌다. 그러나 태블릿PC는 그 상징성 때문에 박 전 대통령 지지자 사이에서 사건 초반부터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됐다. 출처를 의심하는 데서 시작해 나중에는 심지어 태블릿PC의 내용이 조작됐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지금도 이런 주장은 유튜브 방송 등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전당대회 선거운동 기간인 지난달 21일 케이비에스(KBS)가 주최한 한국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개인적으로는 그렇게(태블릿PC가 조작됐을 가능성) 보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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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장 선 변희재, 징역 2년 실형

태블릿PC 흠집내기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 가결(2016년 12월9일)을 즈음해서였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극우논객인 변희재(당시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회장)씨가 한 유튜브 방송에 나가 "JTBC가 태블릿PC를 더블루케이 사무실에서 10월20일 입수했다는 것은 모두 거짓”이라는 등의 주장을 폈다. 변씨는 이후 태블릿PC 조작설을 가장 앞장서서 퍼뜨렸고, 그의 주장은 자신이 대표를 지냈던 <미디어워치> 등 극우성향의 인터넷매체를 통해 증폭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태블릿PC 조작설은 인터넷 공간과 박근혜 탄핵반대집회 등에서만 주로 유통됐다.

조작설이 그 범위를 넘어서기 시작한 것은 조선일보사에서 발행하는 <월간조선>이 2017년 1월말부터 이 주장을 거들고 나오면서부터였다. <월간조선>은 2017년 1월호만 해도 미르재단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TV조선)의 이진동 사회부장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싣는 등 탄핵 흐름을 따라가는 듯했으나, 한달 뒤인 2월호부터 보도 방향을 180도 바꿨다. <월간조선>은 2017년 2월호(1월 하순 발간)에서 ‘변희재 인터뷰’, ‘JTBC 입수 최순실 태블릿PC 논란’ 등의 기사를 통해 태블릿PC 조작설에 가세한 뒤 이후 같은 내용의 보도를 이어갔다. <월간조선>의 이런 보도를 오랫동안 ‘방관’하던 <조선일보>도 지난해부터 조금씩 가담하고 있다. 지난해 6월1일자 ‘최보식 칼럼’(‘허위사실 유포 변희재씨 구속이 찜찜한 이유’)이 대표적이다.

이들 조작설의 내용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번째는 태블릿PC의 출처에 관한 것이고, 두번째는 태블릿PC에 있던 내용에 관한 것, 세번째는 태블릿PC 사용자에 관한 것이다.

먼저, 태블릿 출처 문제는 JTBC가 해당 태블릿PC를 최순실 등이 사용한 더블루케이 사무실에서 확보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넘겨받았다는 주장이다. 일종의 음모론인데 JTBC와 공모한 자로는 박근혜 청와대의 김한수 행정관(태블릿PC를 개설했던 이)을 꼽기도 한다. 심지어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관련 내용을 받아서 손석희 JTBC 사장한테 넘겨줬다는 주장까지 한다.

그러나 JTBC 김필준 기자가 2016년 10월18일 더블루케이가 입주해 있는 빌딩의 관리인 노광일씨의 허락과 양해를 받아 빈 사무실에 들어가 책상서랍에서 태블릿PC를 최초로 발견한 것, 인근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충전기를 사서 전원을 켠 사실, 태블릿PC에 든 몇가지 파일을 자신의 휴대폰으로 사진찍은 뒤 그날은 도로 가져다 뒀다가 이틀 뒤인 20일 선배의 지시로 다시 가져온 사실 등은 관련자들의 일치된 진술과 충전기 구입 영수증, JTBC 기자들의 카카오톡 대화 등으로 충분히 확인된다.

국과수에서 포렌식 감정 결과
“45개 파일은 이메일로 받은 것”
‘누군가 조작하지 않은 것’ 확인
법원도 “원본 수정되지 않아” 판결
입수 경위·최순실 사용도 명확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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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 문답 취지 바뀐 ‘최보식 칼럼’

태블릿PC에 JTBC가 주요한 파일을 삽입했다는 주장은 조작설 가운데 가장 심각한 내용이다. 이들은 그 근거로 ‘태블릿을 켠 날 수많은 파일이 생성되거나 수정, 삭제됐다’거나 ‘사진 폴더(DCIM)가 태블릿PC에서 통째로 사라졌다’는 등의 주장을 내놓았다. 이런 주장은 최순실 쪽 변호인들도 재판 과정에서 줄기차게 제기했다. 이에 서울지법 형사합의 22부(김세윤 부장 판사)는 태블릿PC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정을 요구해 포렌식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국과수의 포렌식 보고서는 부분적으로는 여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식의 표현을 몇군데서 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태블릿PC에 담긴 문서들이 조작되거나 변경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국과수 보고서의 그런 취지는 지금까지 있었던 여러 재판에서도 확인되고 수용됐다. 즉, 박근혜 1심 판결문(2018년 4월6일)은 공무상 비밀 누설의 증거인 세 건의 태블릿PC 문건(드레스덴 연설문 등)에 대해 “이 문건들이 위 태블릿PC에 최종적으로 수정·저장된 것은 모두 2014년 3월 이전임을 알 수 있고, 2014년 4월 이후에는 위 문건들의 원본이 수정·변경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므로, 위 문건들의 무결성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문제의 문건들이 최순실 태블릿에 원래부터 그대로 있었던 것이지 JTBC가 조작하거나 바꾼 게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로 국과수의 보고서도 “파일의 경로가 확인되는 88개 파일(hwp 파일 80개, pdf 파일 3개, ppt 파일 1개, pptx파일 4개)에 대해 다운로드 로그 및 이메일 첨부 기록 잔존 여부를 확인한 결과 다운로드 로그가 있는 파일은 모두 45개로 확인됨. 이 45개 파일은 일반적으로 이메일에 첨부된 상태로 수신되어 확인하였을 때 ‘/media/Android/data/com.android.email/cache’ 폴더에 임시(캐시) 파일 형태로 저장되며, 사용자가 이메일, 웹 사이트, 메신저 등에서 다운로드 받았을 때 ‘/media/Download’ 폴더에 저장됨”이라고 밝혔다. 즉, 45개의 파일은 태블릿에서 이메일을 열어서 저장한 문서이지 외부에서 다른 방식으로 삽입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메일 첨부나 다운로드 기록이 없는 나머지 문서는 “이메일로 온 것인지 다른 방식으로 복사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지만, 이들 문서는 앞의 45개와 마찬가지로 청와대나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작성한 것들이라는 점에서 이것만 JTBC가 2016년 10월18일 이후에 집어넣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서울지법 형사지법 13 단독(박주영 판사)도 변희재 및 <미디어워치> 기자 등 4명의 명예훼손 관련 소송 선고(2018년 12월10일)에서 “국과수 감정 결과에 따르면, 이 사건 태블릿의 경우 부팅되는 것만으로 다수의 파일이 생성, 변경되어 태블릿 전체에 대한 무결성이 쉽게 훼손될 수 있으나, 이 사건 태블릿에서는 저장기록을 수정하거나 편집할 수 있는 기법인 ‘루팅’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고, 저장 기록의 수정 및 편집 당시 잔존할 수 있는 흔적들, 즉 시간정보의 차이나 애플리케이션의 변경 등의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시스템 접근 권한 역시 사용자에 의해 강제적으로 변경된 바 없으므로 이 사건 태블릿의 내용이 조작되거나 변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라고 밝혔다. 또, 사진폴더 삭제 주장에 대해서도 “자동 업데이트 과정에서 사진이 저장되는 기존의 접속 경로가 변경된 것으로 보일 뿐 사진 폴더를 의도적으로 삭제했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파일이나 폴더 생성이나 변경 등은 오랫동안 꺼져 있었던 태블릿PC가 켜질 때 앱 등이 업그레이드 되면서 자동적으로 발생한 것이지 외부 파일을 심은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변씨는 지난해 12월10일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미디어워치>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태블릿PC의 조작 의혹을 본격 제기한 <조선일보> ‘최보식 칼럼’ 역시 팩트에서 중대한 하자가 있어 보인다. 그가 발췌 인용한 국과수 연구관 나아무개씨의 법정 증언(2018년 5월23일)의 맥락이 뒤바뀌어 있다. 즉, 칼럼에서는 “JTBC가 태블릿PC를 입수(2016년 10월18일)한 뒤로 대용량 앱을 설치해 작업했는데?” “그렇다. 하지만 그 의도는 모르겠다”는 식으로 몇가지 질문과 대답을 적었다. 이 문답으로 보면 JTBC가 대용량 앱을 태블릿에 설치한 것을 국과수 연구관이 마치 시인한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에 따라 제출된 속기사의 녹취서(<미디어워치>에도 올라가 있음)에는 최순실 쪽 변호사와 나씨의 문답이 이렇게 나온다.

“문) JTBC가 대용량 앱을 설치하고 사용했는데, 아시지요.

답) 예?

문) JTBC가 대용량 앱을 설치하고 사용했는데, 이렇게 한 의도가 무엇인지 증인은 알고 있습니까.

답)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알지 못합니다.”

이 문답에서 나씨는 대용량 앱을 설치했다는 식의 변호인 질문에 대해 부정적인 의미에서 “예?”라고 반문하고 있다. JTBC는 ‘최보식 칼럼’에 대해 국정농단사건 특별취재팀장을 맡았던 손용석 기자의 기사(2018년 6월25일 ‘취재설명서’)를 통해 조목조목 반박한 뒤 정정보도를 요청했으나, 그는 아직까지 반응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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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의 친박의원, 조작설에 합류

최순실이 이 태블릿PC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줄곧 나오는 조작설의 하나다. 최순실이 자신은 태블릿을 사용할 줄도 모른다고 주장한 말, 이메일 계정이 태블릿에 3개가 있었던 것, 최순실 조카 사진이 많이 있었던 것 등을 근거로 내세운다.

그러나, 이 역시 변희재 1심 재판부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에서 이 사건 태블릿의 위치 정보가 실제 최순실의 이동경로(독일, 제주도)와 일치하는 것과 그 즈음 업무를 지시하는 카카오톡 메시지 등이 발송되기도 하였다는 점, 또, 이 태블릿의 존재가 보도된 직후 최순실이 노승일과 통화하면서 태블릿을 없앨 것을 지시하는 내용의 통화가 이뤄진 점’ 등을 들어 이 주장을 배척했다. 이 태블릿PC의 이메일 계정이 여러 개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태블릿을 여러 명이 사용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그런 경우에도 이 태블릿이 최순실과 관련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셀카로 찍은 최순실 사진 역시 자기 것이 아니라는 최순실의 주장이 거짓임을 보여준다.

결국 ‘태블릿PC 조작설’이야말로 조작된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2월21일 토론회 발언에서 보듯 친박계 정치인들은 점점 조작설에 가담하고 있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가 낸 ‘태블릿PC 조작 진상규명 특검법’이 2017년 9월에는 동의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법안 발의가 무산됐다가 지난 1월 12명(조원진, 김진태, 박대출, 이장우, 정종섭, 홍문종, 이주영, 김태흠, 윤상현, 윤상직, 김규환, 서청원)의 이름으로 발의된 것은 그 한 예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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