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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비핵화 뒷받침”… 한미 키리졸브·독수리훈련 종료 득실은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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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서 수만명 참가하는 대규모 야외기동훈련 / "북침 전쟁 연습" 北 반발 가능성 사라져 / 北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도 유지될 전망 / 한반도 전면전 대비 능력 저하 우려 목소리 / 주변국 군사적 억제력 유지 어렵다는 지적도 / 한미 동맹 지위·성격 저하 논란 재연될 수도

한미 군 당국이 3일 올해부터 키리졸브(KR) 훈련과 독수리연습이란 이름의 연합훈련을 하지 않는 대신 연합 지휘소 훈련인 키리졸브 훈련은 ‘동맹’ 연습으로 이름을 바꿔 4∼12일 실시한다. 합동참모본부는 “‘동맹’ 연습은 매년 3∼4월 진행된 키리졸브 훈련과 독수리연습을 조정해 한반도에서의 전반적인 군사작전을 전략, 작전, 전술적 분야에 중점을 두고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수리연습은 소규모 훈련으로 대체돼 연중 실시될 예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키리졸브 훈련은 2007년 이후 12년 만에 사라졌으며, 1961년 처음 실시된 독수리연습은 50여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키리졸브 훈련과 독수리연습의 종료는 한반도에서 수만명의 병력이 참가하는 대규모 야외기동훈련과 무력시위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 협상 지원을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힘의 공백’을 신속하게 대체하지 못할 경우 주변국과의 군사적 마찰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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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군 장병들이 연합 공병훈련을 마치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육군 제공


◆북한 반발 가능성 사라져…대화 동력 유지

북한은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핵전쟁 연습’ ‘북침전쟁연습’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해왔다. 대규모 연합훈련이 실시되면 핵추진항공모함과 핵잠수함, 강습상륙함, 스텔스 전투기, 전략폭격기 등 미군의 전략자산이 한반도 인근에 전개된다. 재래식 전력에서 한미 연합군에 크게 밀리는 북한으로서는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북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 전부터 연합훈련 중지를 요구해왔다. 대외선전용 매체 메아리는 2일

“외세와의 합동군사 연습과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을 중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북과 남이 평화번영의 길로 나가기로 확약한 오늘 외세와의 합동군사 연습과 전쟁장비 반입을 중지하는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역사적인 북남(남북)선언들을 부정하는 행위로 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2차 회담이 합의문 없이 결렬되면서 미국이 3~4월 연합훈련 기간에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 군사적 압박을 재개할 수 있다는 북한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반도 일대에서 ‘화염과 분노’ 식의 군사적 대응에 나선다면, 북한으로서도 대응이 불가피해 협상국면은 대치국면으로 급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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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핵추진항공모함 칼빈슨이 호위함정들과 함께 태평양을 항해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하지만 한미가 대규모 야외기동훈련 중단 기조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북한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는 ‘쌍중단’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냉각기가 불가피한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동력은 남겨, 북한과 미국이 협상전략을 재정비할 시간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국방부가 이날 “정경두 장관과 패트릭 섀너한 미 국방부 장관 대행은 훈련 조정에 대한 동맹의 결정이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양국의 기대가 반영된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평가다.

한미 군 당국은 올해 초부터 훈련 중단 또는 실시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훈련 준비를 해왔다. 군 관계자는 “2차 회담에 관계없이 훈련 준비를 진행해왔다. 훈련 준비를 하지 않았다가 훈련을 실시하라고 하면 낭패지만,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훈련 중단 지시가 내려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훈련 준비과정도 훈련의 일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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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군 F-15K 전투기 편대가 지상폭격훈련 과정에서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공군 제공


◆군사적 억제력 약화 우려

대규모 연합훈련 중단 기조가 유지되면서 전략폭격기를 비롯한 미군 전략자산 전개는 거의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미가 북한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전략자산을 전개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미 연합방위체제와 군사적 억제력 유지라는 측면에서 볼 때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연합 지휘소 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실시하므로 큰 문제가 없다. 전 세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사전 조율만 이뤄지면 실전과 유사한 수준의 모의훈련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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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이지스구축함들이 훈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문제는 야외 기동훈련이다. 국방부는 독수리연습이 사라지더라도 대대급 이하 소규모 연합훈련은 상시로 진행되므로 훈련의 질과 양적 측면에서 큰 변화가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다양한 기능의 소규모 훈련을 한데 묶어 전면전 상황과 유사하게 통제하는 훈련, 미 본토나 일본에서 올 미군 증원전력의 대규모 한반도 전개 훈련 등은 한반도 전면전 대비 능력 향상을 위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유사시 연합작전 능력 유지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미국과의 연합작전 비중이 높은 공군, 상륙작전 과정에서 미 해군 강습상륙함과 해병대 헬기 등의 의존도가 높은 해병대의 경우 대규모 연합훈련 중단에 따른 대안을 신속히 마련하지 않으면 전투력 저하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군사적 억제력 유지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의 구사적 도발 억제가 첫 번째 목표였지만, 그로 인해 중국과 일본의 군사행동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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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이지스구축함 베리와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함 아시가라가 함께 항해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한반도 인근에 미군 전략자산이 정기적으로 전개했을 때는 중국이나 일본의 군사적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미군 전략자산 전개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남해와 동해에서의 중국, 일본의 군사행동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 공군은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정찰기를 남해와 동해상으로 보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중국 해군 함정도 동해상까지 진출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 해군 함정 주변으로 초계기가 저공으로 접근, 위협비행을 실시했다. 미군이 오지 않음으로서 발생한 ‘힘의 공백’을 틈타 동아시아에서의 군사적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준비하고 있지만, ‘홀로서기’에 필요한 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한 우리 군으로서는 중국, 일본의 도발을 완전히 억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동맹의 지위나 성격 저하 논란도 재연될 수 있다. 미군 핵추진잠수함을 비롯해 아시아 태평양에 전개한 전략자산들은 일본, 호주와의 연합훈련 빈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주한미군과의 소규모 훈련 위주로 진행될 예정이다. 미군의 협력대상에서 한국이 우선순위가 아닐 경우 동맹의 지위 저하는 물론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이슈에서 일본의 발언권이 커질 우려도 있어 군 당국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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