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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신간] 익숙한 길의 왼쪽·창백한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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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인을 기다리며·냉기가 향기롭다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 익숙한 길의 왼쪽 = '마당을 나온 암탉'의 작가 황선미 에세이.

작가는 이 책에서 세계적인 작가가 아닌 단지 한 사람의 "서울에 사는 중년 여성, 희생을 강요받았던 장녀, 강한 척하지만 사실은 허점투성이, 잘 나서지 않으나 주목받고자 하는 욕망이 큰 여자, 콤플렉스 덩어리"로 자신을 온전히 기록한다.

글쓰기가 전부인 한 외로운 어른 아이의 일기장을 고스란히 옮긴 산문에서 우리는 작가 자신의 몸을 둘러싼 고백, 환희와 고통 그 사이를 오간 어린 시절, 이방인으로 보낸 고독한 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내가 나일 수 있는 것들을 들여다보는 시간. 이 시간을 함께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다. 참 고맙다."('작가의 말' 중)

창비. 204쪽. 1만3천원.

연합뉴스

익숙한 길의 왼쪽[창비 제공]



▲ 창백한 불꽃=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롤리타'의 대중적 성공 후 출간한 장편소설.

시인, 문학교수, 번역가, 소설가로서의 모든 역량을 기울여 집필한 나보코프 문학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방대한 문학 레퍼런스, 치밀한 언어유희와 더불어 추리소설을 방불케 하는 서술 구조로 독자를 매료시키는 동시에, 실험적인 구성을 갖췄다.

살해당한 시인 존 셰이드가 남긴 999행의 미완성 시 '창백한 불꽃'을 이해하기 위해 비밀스러운 주석자 찰스 킨보트의 주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독자의 위치를 이용한 게임 같은 소설.

김윤하 옮김. 문학동네. 448쪽. 1만5천원.

연합뉴스

창백한 불꽃[문학동네 제공]



▲ 야만인을 기다리며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J.M.쿳시의 초기 대표작.

어느 제국의 변경 도시를 통치하는 치안판사인 '나'의 자기 고백적 서사를 통해 제국주의 모순을 비판하고 제국에 공모하는 개인의 허위를 폭로한다.

쿳시는 '나'와 야만인 여자와의 관계를 통해 온정적 제국주의자의 허위 또한 날카롭게 드러낸다.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을 다층적으로 살피고 시적인 문장으로 통렬하게 포착해냈다.

'내가 막사 정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그녀 앞에 섰을 때, 그녀는 이미 자신을 조여오는 허위의 독기를 느낀 게 틀림없다. (…) 그녀는 처음부터 내가 허위적인 유혹자라는 걸 알았다.'(222쪽)

왕은철 옮김. 문학동네. 280쪽. 1만3천원.

연합뉴스

야만인을 기다리며[문학동네 제공]



▲ 냉기가 향기롭다 = 2016년 등단한 이승규 시인 시집.

고향이기도 한 서울 변두리 동네가 재개발로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 세대의 추억에서부터 제주와 남해, 통영, 순천의 작은 마을과 백두대간 줄기의 현장 체험, 공동체 비극과 희망이 공존하는 철원과 금강산, 두만강까지의 여정과 사유가 녹아 있다.

시인은 어떠한 순간에도 대상을 향한 순수한 시선과 애정의 목소리를 잃지 않는다.

어두운 시대를 힘겹게 뚫고 가는 고통뿐만 아니라 자연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인간의 지혜와 사랑을 그리기도 한다.

'그의 팔뚝에도 용이 막 승천하고 있지만 / 뚜렷한 흉터가 지퍼 닫듯 손등을 잇고 있다 / 하지만 그의 손은 그 누구의 과거도 / 어김없이 받아들인다 // 냄새 나는 진창길 달려왔어도 / 어딘가 찢겨 실려 왔어도 / 감쪽같이 아물게 하고 새 살 덧댄다 / 죽어서 이름 못 남길 사람들 / 뒤틀리고 헤진 가죽 쓰다듬는다'('가죽일체수선' 중)

빗방울화석. 156쪽. 1만원.

연합뉴스

냉기가 향기롭다[빗방울화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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