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르노삼성차, 임단협 타결 실패…제2의 한국지엠 사태 오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노조, 전환배치·외주화 조건 ‘합의’ 전환·신규 채용 요구 ‘파열음’

사측 “고유 인사권 침해”…노조 “고용안정·노동조건 악화 방지”

‘로그’ 대체물량 못 받으면 가동률 하락·경영위기·구조조정 우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사측이 정한 시한인 지난 8일까지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합의 도출에 실패함에 따라 프랑스 본사로부터 신규 수출 물량 배정을 사실상 받지 못하게 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닛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는 지난해 르노삼성차 전체 생산량의 49.7%를 차지해 이 물량이 빠지면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지게 된다. 업계에서는 ‘제2의 한국지엠’ 사태 우려까지 나온다.

■ 200명 추가 채용 요구에 ‘파열음’

10일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8일 오후 2시부터 오후 11시30분쯤까지 임단협 교섭 타결을 위한 집중 교섭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당초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해왔다. 생산직 근로자 평균 소득은 평균 7800만원(최저 6600만원, 최고 1억1000만원)이지만 기본급이 낮아 일부 직원 기본급은 최저임금에 미달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또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UPH)가 최고 수준인 66대(의장공장 기준)에 달해 상당수 노동자들이 근골격 질환을 앓고 있다며 노동강도 개선도 요구해왔다.

반면 사측은 고정비 개념인 기본급 인상은 생산비용 증가 때문에 불가하다며 대신 연간 1400만원 상당의 수당을 추가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협상 데드라인인 지난 8일에는 기존 입장에서 양보해 생산비용 증가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기본급은 인상하지 않되 지급 금액을 1720만원으로 320만원 늘린 안을 제시했다. 노조도 이 제안은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강도 개선에서도 사측이 10억원을 들여 각종 설비를 최신화하는 등의 방안에 양측이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오후 8시30분 이후 진행된 협상 테이블에서 노조가 노조와 ‘협의’토록 돼 있는 사측의 직원 전환배치와 생산 외주화 전제 조건을 ‘합의’로 바꿀 것을 주장하고, 직원 200명을 신규 채용할 것을 요구하면서 ‘파열음’이 터져나왔다.

노조는 고용안정과 노동조건 악화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전환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사측은 회사 고유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만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기존 생산계획이 변경돼 도어를 조립하는 노동자를 헤드램프 조립라인에 배치해야 하는데 이런 일들을 모두 노조에 보고하고, 합법적인 생산 외주화를 위한 외부 업체와의 계약 등을 모두 노조가 허락하는 구조가 되면 공장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노조는 기존에 없던 요구 사항인 신규 직원 200명 채용을 협상 막바지에 새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명을 신규 채용할 경우 생산성이 떨어지고, 연간 200억원 안팎의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에 따르면 부산공장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매년 2∼3%씩 올라 2017년 기준으로 7800만원으로 5년 전과 비교해 20%가량 상승했다. 부산공장의 시간당 임금 수준도 로그 물량을 가져온 닛산 규슈공장보다 높아져, 현재 르노얼라이언스 46개 공장 가운데 3위까지 올랐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신규 채용과 노동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전환배치 등은 ‘독배’라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노사 양측은 오후 11시30분쯤 협상을 중단했다.

■ 로그 대체물량 물 건너 가나

르노삼성차 노사는 향후 협상 일정을 잡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노사 양측이 각자의 주장을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로그 후속 물량의 부산공장 배정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르노 본사가 8일을 협상 데드라인으로 정한 것은 이달 중에 물량 배정에 관한 결정을 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당장 11일에도 8시간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한 상태다.

로그 대체물량을 받지 못할 경우 내년 출시할 신형 SUV 수출 물량과 QM6 생산을 늘려도 르노삼성차는 생존이 불가능해진다. 이럴 경우 연간 10만대 수준의 부산공장은 2교대 운영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900명 안팎의 노동자가 구조조정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