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일본 오키나와의 한 초등학교 야구선수의 대답이다. 듣는 순간 깜짝 놀랐다.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즉석에서 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 꾸미지 않고 많은 것이 포함된 것 같았다.
같은 상황에 같은 질문을 받았다면 필자는 아마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을 것 같다.
오키나와에서 만난 일본 야구소년. 미소가 귀엽다. 사진=DC베이스볼 |
지난 3일 오전에 내린 비로 KIA와 SK의 연습경기가 취소되는 바람에 차를 몰고 공항근처에 있는 세나가지마 온천을 구경하러 가던 중 주말을 맞아 야구장에서 경기를 하는 어린 선수들을 보고 바로 차를 세웠다.
4개의 야구장으로 오밀조밀 모여 있었는데, 각 야구장마다 각기 다른 연령대의 선수들이 경기를 하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부모님들이 마치 소풍을 온 듯한 모습으로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음식도 먹고, 그러다 아이들은 얼른 운동장으로 달려가서 상대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며 배트와 볼을 가지고 노는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 중에 귀엽게 생긴 어린 선수가 눈에 띄었다. 말을 걸고 싶어 어설픈 일본어를 동원했다. 처음 보는 한국인 아저씨의 뜬금없는 질문에도 야구소년은 친절하게 답했다. 놀랐던 점은 전혀 막힘없이 자신이 의견을 내는 모습이었다. 일본의 야구소년과의 대화를 통해 어린 아이들이 야구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필자의 어린 시절 야구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스포츠였다.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는 매일 야구를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었다. 특히 상대팀과 게임을 하는 날에는 너무 신나고, 설레서 밤잠을 설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점점 야구가 어렵고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경기를 하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압박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인 것 같다. 경기에서 실책을 하거나 미스 플레이를 하게 되면 야단을 맞으면서 야구가 재미있지 않고 두려워진 것이었다.
사실 어린 선수들에게 야구를 즐기라고 하는 것도 어렵고 실책을 하거나 미스 플레이를 한 선수에게 따뜻한 위로를 할 수 도 없다. 그래서 경기에 대해 정확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실수를 했을 경우에 코치가 직접 말하기 전 이미 스스로 그 실수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때는 야단치는 것이 아니라 설명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거기에 코치의 표정이나 목소리 톤에 의해 어린 아이가 받아들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지금 이야기 한 부분은 결코 쉽지 않다. 지도자 입장에서 승패는 본인의 직업 자체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학부모와 지도자 모두 여유를 가져야 한다. 엘리트 야구선수로 가기 전인 초등부나 리틀야구에서는 아이들이 편안하게 뛰어 놀 수 있는 야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3일 삼성 구단에서 오키나와 온나손 지역 어린 야구선수들을 초청해 야구교실 행사를 펼쳤다. 상당히 많은 어린 야구선수들을 초청해 러닝, 타격, 피칭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어린 선수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자리였다. 필자가 현장에서 직접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느꼈다.
야구를 통해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것처럼 오키나와에 있는 어린 아이들에게 야구 교실은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 주며 자연스럽게 민간외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런 프로그램이 한국에서도 접할 수 있다면 야구를 바라보는 어린 아이들과 부모님들도 야구를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SBS스포츠 야구 해설위원, 야구 기술위원회 위원, 야구 대표팀 수비 코치)
사진·영상제공=DC베이스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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