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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불붙는 OTT 시장

넷플릭스는 왜 `영화관` 없이도 성공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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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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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232] 2019년은 넷플릭스에 새로운 돌파구를 연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지난 1월 22일 DVD 대여 업체에서 시작했던 넷플릭스는 보수적인 미국영화산업협회(Motion Picture Association of America) 7번째 회원사로 가입했다. 지난달 24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제작한 '로마(Roma)'가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영화상 3개 부문을 수상한 데 이어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까지 포함해 총 15개 부문에서 아카데미상(오스카상) 후보에 지명됐다.

오프라인 극장을 제외한 온라인 스트리밍(OTT) 회사 최초로 할리우드 영화계의 '인싸(내부자)'가 됐지만 여전히 넷플릭스는 영화관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배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영화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과거 "단지 상영관 몇 곳에서 일주일도 채 상영하지 않는 영화들이 아카데미상 후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에 반감을 드러냈다.

그러자 넷플릭스는 지난 4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스필버그를 겨냥한 듯한 반박 입장을 밝혔다. 넷플릭스는 트윗에서 "우리는 영화를 사랑한다. 우리는 또한 영화관을 찾아갈 수 없거나, 영화관이 없는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 접근성을 제공하고,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개봉을 즐길 수 있고, 영화 제작자들이 보다 많은 작품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일도 사랑한다"며 "이들은 상호배타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넷플릭스는 쿠아론 감독의 '로마'를 3주간 영화관에서 독점 공개했다. 그러나 영화를 대여나 스트리밍 시장에 공급하기 전에 영화관 독점 상영 기간을 보장하는 '표준 90일 상영' 관행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간 영화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던 상영관 개봉을 거부한 넷플릭스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마이클 스미스(Michael D. Smith) 카네기멜론대 하인즈컬리지 교수와 라훌 텔랑(Rahul Telang) 카네기멜론대 하인즈컬리지 교수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디지털판에 쓴 기고문을 통해 그 비결을 '번들링(묶어팔기)과 구독 경제(Subscribtion)를 결합한 새로운 가격차별화 전략' '기존 영화 스튜디오 업계와 근본적으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전략은 다음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은 같은 영화를 봐도 근본적으로 다른 가치를 부여한다.' 누군가는 '오늘 개봉한 스타워즈 영화를 봐야 해'라며 15달러를 기꺼이 지불하려 하지만, 다른 이는 그저 '오늘 밤 시간 때울 만한 영화로 무엇을 볼까'라고 생각하며 5달러만 내려고 할 수 있다. 영화 스튜디오는 서로 다른 소비그룹에 대한 판매를 잠식하지 않는 선에서 각 소비그룹마다 최대한 수익을 뽑아내려고 한다.

영화 스튜디오들은 예전부터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수익성 있는 방법이 영화 개봉 시점과 품질, 효용성을 전략적으로 다양화함으로써 영화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자들이 다른 소비자들에 비해 자발적으로 비싼 가격을 지불하도록 만드는 일이었다.

영화관 개봉은 가장 핵심적인 가격차별화 전략이었다. 영화를 '큰 화면'에서 독점적으로 상영해서 스튜디오는 인내심이 없고 시청 경험에 민감한 고가치 고객을 나머지 소비자와 구분해 낼 수 있었다. 영화관에서 당장 볼 영화가 아니라면 개봉 후 몇 주가 지난 뒤 영화를 IPTV로 저렴하게 볼 수 있는데 굳이 영화관 티켓 값으로 15달러를 낼 이유가 어디 있을까.

지금까지는 상영관 가격차별화 전략이 그럭저럭 잘 먹혔다. 그런데 왜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영화를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공짜'로 접근할 수 있게 한 당일에 극장에서도 개봉할까? 정답은 넷플릭스가 기존 영화 스튜디오 업계가 하던 다른 모든 비즈니스 모델과 근본적으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는 데 있다.

넷플릭스는 개별 영화를 여러 다른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사업에 종사하지 않는다. 대신 '번들링' 형태로 개별 고객에게 다양한 영화를 판매하는 사업에 종사한다. 넷플릭스는 번들링과 '구독 경제'를 결합해 영화 스튜디오와 다른 유형의 가격차별화 전략을 실천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소비자가 자사 서비스에서 어떤 특정 영화에 얼마나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지 파악할 필요가 없다. 번들링이 수익을 창출한다.

모든 소비자가 번들에 들어간 개별 영화에 같은 가치를 부여하진 않지만, 규모가 큰 번들에선 개별 제품에 부여한 가치의 차이는 평균에 의해 중요치 않게 된다. 만약 판매자가 구독자가 번들에 있는 모든 영화에 대한 지불용의가격(willing to pay)의 평균적인 가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해당 가격보다 약간 낮은 가격을 설정하고, 구독자로부터 최대 시장가치를 뽑아낼 수 있다.

기고자들은 책에서 언급한 이유로 인해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은 영화관 상영에 대한 정석적이지 않은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영화 스튜디오와 비교하면 넷플릭스 전략은 잃을 게 거의 없다. 과거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영화관 관객 동원 실적이 엉망이면 전체 비즈니스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영화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극장판을 반드시 성공시킬 필요는 없다. 대신 좀 더 다른 각도에서 극장판을 볼 수 있다. 영화관 상영을 통해 추가 수익을 올리거나 아카데미상 등을 받을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이다.

문제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 보면 넷플릭스 전략을 이해하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전미 극장주 연합회(NATO·National Association of Theater Owners)의 존 피션(John Fithian) 회장은 "어째서 넷플릭스는 극장 최초 상영과 함께 나중에 스트리밍 구독자에게 별도로 제공함으로써 추가 수익과 더 깊은 문화적 소통에 나서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기고자들은 피션 회장을 개인적으로 존경하지만 완전히 현실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넷플릭스 비즈니스 모델을 기존 영화 스튜디오가 채택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미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디즈니와 폭스의 수평적 합병, 워너브러더스와 AT&T의 수직적 합병은 넷플릭스 번들 영화 판매 전략을 이용하기 위해 고안됐다. 더 많은 스튜디오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함에 따라 수익성 측면에서 번들링이 어떻게 사업의 밑단과 고객 양쪽으로 이익이 되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번들링은 이 밖에도 또 다른 중요한 강점을 가졌다. 쿠아론 감독의 '로마'와 같은 아카데미상 수상 영화 같은 작품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다. 지난달 인터뷰에서 쿠아론 감독은 넷플릭스가 전통적인 영화 산업에서는 결코 제작되지 못했을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건 장르 영화가 아닌 드라마다. 흑백 화면에 스페인어와 멕시코 원주민어가 나온다. 작품 공개 때 출연 배우들은 유명하지 않았다. LA 상영관 한 곳, 뉴욕에서 한 곳, 그리고 세계 몇몇 도시에서 상영관 한 곳 정도에서 끝나버릴 것 같았다"고 밝혔다.

기고자들은 분명 넷플릭스는 쿠아론 감독의 영화를 가능케 한 일을 자랑스러워할 만하다고 칭찬한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정말로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일은 새롭고 효과적이고 수익성 있는 길을 열었다는 데 있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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