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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트럼프 2020년 예산안 뜯어보니…셧다운·재정적자 우려 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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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 4.7조달러…국방예산 늘리고 非국방예산 줄여

민주 '장벽예산 용납 못해'…美언론 "정국, 다시 파국 맞을 수도"

성장률 3.1% 전제, 현실과 괴리…재정적자 1.1조달러 불가피

이데일리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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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행정부가 11일(현지시간) 내년도(2019년 10월1일~2020년 9월30일)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미국 연방정부 사상 역대 최고액인 4조7000억달러 규모다. 예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이 고스란히 반영돼 국방 예산은 크게 늘렸고, 비(非) 국방 예산은 대폭 줄었다. 최대 쟁점인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예산은 86억달러나 책정됐다. 당장 야당인 민주당이 즉각 반발하면서 향후 의회에서의 예산안 통과에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1월까지 35일간 지속, 역대 최장 기록을 다시 쓴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폐쇄, 이른바 셧다운 사태가 재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에선 이번 예산안이 전문가들이 ‘절대 불가능’을 외치는 ‘내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성장률) 3.1%(연율)’를 기반으로 짰다는 점에서 날로 커지는 연방정부의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도 팽배하다.

◇민주 반발, 셧다운 재현 우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더 나은 미국을 위한 예산’으로 지칭했다. 국방예산을 7500억달러로 책정, 전년 대비 5% 늘려 잡았다. 이 가운데 86억달러는 국경장벽 건설에 쓰기로 했다. 반면, 복지와 대외원조, 환경 등 비 국방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구체적으로 고령자와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의료제도인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는 향후 10년간 최대 8400억원을 줄이기로 했다. 대외원조 예산은 130억달러나 잘렸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내년 국방예산은 애초 국방부가 요구한 것보다 더 많은 액수”라며 “주거지원은 물론, 저소득층 영양지원제도인 푸드 스탬프, 의료보험 등 각종 복지 쪽에서 줄인 예산만 3200억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벌써 지난해 말부터 지속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간 ‘강(强) 대 강(强)’ 기 싸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오는 9월까지 예산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국이 다시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썼다. 실제로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의장과 척 슈머(뉴욕) 상원 상원대표는 공동성명을 내어 “트럼프 대통령이 비싸고 효율성이 없는 장벽을 위해 정부를 폐쇄하고 수백만명의 미국민들을 괴롭히고 혼란을 야기시켰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사태로 교훈을 얻었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美, 1조 재정적자 불가피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예산안을 짤 때 내년 성장률이 3.1%에 달할 것으로 전제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는 물론이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심지어 행정부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인 JP모건을 비롯한 월가(街)에선 내년 미국의 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2%를, 연준과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각각 1.7%를 점치고 있다.

뉴욕의 한 소식통은 “내년 성장률이 예상치에 못 미친다면 그만큼 세수는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최근 들어 연방정부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가운데, 자칫 재정적자 규모가 더 빠르게 불어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이번 예산안으로 약 1조1000억달러 규모의 재정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재정적자는 8970억달러 수준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통해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향후 10년간 2조7000억달러의 지출을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8년 내 연방정부 적자 해소 약속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썼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미국의 재정적자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연방 부채가 GDP보다 빨리 증가할 수 없다”고 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 “재정적자는 채권 금리를 더 올라가게 할 것이고 이는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끌고 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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