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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연재] 경향신문 '베이스볼 라운지'

[베이스볼 라운지]야구의 실험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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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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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매든 감독은 시카고 컵스의 2016년 우승을 다룬 책 <컵스 웨이>에서 ‘어리석어 보이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전했다. 어리석어 보이는 도전이 새로운 결과를 만든다는 뜻이다. 파격적 실험과 도전이 야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매든 감독은 감독 생활 내내 자신의 말을 실천 중이다. 투수 8번 타순, 왼손 3루수 기용, 외야수 4명 시프트 등 기상천외한 전략들을 실험했다. 지난해 6월14일 밀워키와의 경기에서 0-1로 뒤진 8회말 한 번 더 ‘어리석은 실험’에 나섰다. 좌타자 에릭 테임즈를 상대로 우투수 스티브 치섹을 빼는 대신 좌익수로 기용했다. 좌완 투수 브라이언 듀엔싱이 테임즈를 삼진 처리하자 우타자 상대를 위해 좌익수 치섹을 다시 마운드에 올렸다. 이번에는 듀엔싱이 좌익수로 옮겼다. 우타자 로렌조 케인을 처리한 뒤 좌타자 크리스티안 옐리치가 나오자 좌익수 듀엔싱이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실험은 성공이었다. 좌우투수를 좌익수 자리에 넣었다 빼는 기용으로 1이닝을 막았다.

2019년의 야구는 더욱 파격적인 ‘실험의 장’이 된다. 토론토의 찰리 몬토요 감독은 지난 10일 필라델피아와의 시범경기에서 3억3000만달러의 사나이 브라이스 하퍼가 타석에 들어서자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3루수 에릭 소가드가 좌익수 자리로 가고 외야수 3명이 모두 우익수 쪽으로 이동했다. 좌타 거포 하퍼 맞춤형 ‘외야 4인 시프트’다. 몬토요 감독은 “재미삼아 한번 하는 게 아니다”라며 시즌 중 적극 사용을 예고했다.

뉴욕 양키스의 에런 분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며 두 시즌 평균 40홈런(2017년 52개, 2018년 27개)을 때린 거포 에런 저지를 “가끔 1번 타순에 기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저지는 분명 거포지만 통산 출루율이 0.398로 높다. 홈팀의 1회말 선두타자 홈런은 기대승률을 11%나 높인다.

지난해 탬파베이가 구사했던 ‘오프너’ 전략은 2019시즌 다른 구단들로 확대된다. LA 다저스의 ‘스위스 칼’ 전략도 유효했다. 다저스는 풍부한 선수층에다 멀티 포지션 전략으로 선수들의 체력을 아꼈다. 투수도 야수도 ‘돌려막기’ 형태로 운영됐다.

메이저리그는 더 큰 실험에 나섰다. 위험 실험이어서 독립리그인 애틀랜틱리그가 대상이 됐다. 로봇 심판이 스트라이크 볼 판정을 하고, 투구 거리를 약 60㎝ 늘렸다. 18.44m가 아니라 19m가 조금 넘는다. 구원투수는 3명 이상을 상대해야 교체 가능하다. 유격수가 1·2루 간으로 이동할 수 없도록 시프트 금지 규정도 넣었다. 어처구니없는 이 실험들은 야구의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2019 KBO리그 시범경기가 개막한다. 예년에 비해 감독들의 ‘실험정신’이 투철해졌다.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은 ‘2번 박병호’를 실험한다. 잘 치는 타자의 전진배치는 해당 타자의 타석수를 늘리고 득점에 도움이 된다. 한화 한용덕 감독도 1번 정근우-2번 송광민을 실험한다. 합계 73세 테이블세터진이지만 효율을 노리는 실험이다. 롯데 양상문 감독은 ‘오프너’를 실험한다. 혹사 위험을 줄이고 시즌 내내 투수 운영의 배분만 잘되면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다. NC 이동욱 감독은 외국인 포수 베탄코트로 양의지의 활용도를 높이는 실험을 한다.

2019년 야구의 모든 실험을 환영한다. 실험은 재미를 낳고 새로운 길을 연다. 올 시즌에는 부디, 크게 뒤진 홈팀의 9회초 수비 야수의 등판도 보고 싶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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