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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업 종사자는 건강보험료 적게 낸다?…코드 ‘940905’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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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확인만으로 소득 ‘0’원 처리, 최저보험료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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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3일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채팅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940905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을 줄은'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게 뭔가요'이라고 묻는 질문에 건강보험공단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용자들은 '유흥업종사자 소득 코드다', '진짜 많다. 남자도 많고, 우리 지사 근처에 이렇게 많았다니', '정말 당당하게 자기는 일을 한 적이 없는데 소득 자료가 잡혔다고 난리 치는 댄서도 가끔 온다. 그런데 몇 년 동안 계속 같은 코드가 잡힌 거로 확인돼 명의도용으로 고소를 하라고 하면 대충 얼버무린다. 소문 듣고 와서 그냥 일 그만두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조용히 조정하고 가는 사람도 많고'라고 하는 등 '940905'에 대해 부연하는 댓글을 달았다.

어떤 이들은 '진짜 이렇게 많을 줄은. 근데 왜 부과를 안 하는 거냐. 사실확인서만 쓰면 되냐', '조정을 왜 해주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악착같이 받아야 할 판이라고 생각하는데. 전에 몇백(만원) 순식간에 조정되는 거 보고 기분 별로였다'라고 하는 등 이 코드번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댓글에서 드러난 것처럼 '940905'는 유흥업소 종사자에게만 부여되는 건강보험 코드이다. 건강보험료(이하 보험료)는 수입에 따라 매년 달라지고, 수입이 늘어나면 보험료도 늘게 된다. 이에 따라 일을 그만두거나 수입이 없어지면 보험료를 조정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대체로 직장인은 4대 보험 지급 자체를 회사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퇴사를 하면 자동으로 직장에서 지역가입자로 자격이 변경된다.

그러나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프리랜서 등 일부 직군의 경우 일을 끝냈을 때 별도로 국가에 보고하지 않으면 전 직장에서 납부하던 금액 그대로 보험료를 낼 수밖에 없다. 벌어들이고 있지 않은 소득에 의해 과납된 보험료를 반환받기 위해서는 해촉증명서를 작성해야 한다.

해촉증명서는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소속, 재직기간 등으로 구성돼 내용상 경력증명서와 유사하며, 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하면 된다.

그런데 유흥업소 종사자는 해촉증명서를 제출하지 않고 '본인 확인'만 하면 자동으로 무(無)소득으로 처리가 되어 최저보험료가 부과된다. 이때 부여되는 것이 코드번호 '940905'이다.

여기서 '본인의 확인만으로 가능'하다는 의미는 소득발생 사업장의 사업주나 세무서의 확인 없이 소득발생 사실에 대한 부인 또는 더 이상 관련 업종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본인의 주장을 수용한다는 의미이다. 또 본인 이외의 자에게는 소득발생 사실을 절대 공개할 수 없으며, 예외적으로 본인(940905 소득자)의 장기간 가출 등으로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는 가족이 제출한 '확인서'로 조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사업주와 종사자가 이를 악용해 보험료를 악의적으로 미지급하는 등 탈세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건강보험공단 지사에서 근무하는 A씨의 설명에 따르면 이 코드가 부여되는 과정은 대체로 이렇다. 유흥업소 사업주가 소득신고를 할 때 고액의 인건비 지급명세를 신고하면, 이후 해당 업소의 종사자로 등록돼 고액의 소득이 잡힌 건강보험 가입자가 '해당 업소에 일한 적이 없다'고 하거나 '그만큼의 소득을 받지 않았다'고 반박하는 식이다. 이때 이 코드가 적용된다.

즉, 사업주와 종사자의 입장이 다른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에 대한 재평가를 거쳐 적정 보험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절차 없이 상황이 종결된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사업주가 신고한 인건비는 필요경비로 인정돼 소득이 적게 입력되고, 부과해야 할 건강보험료도 낮아질 수 있다. 또 '몇 년 동안 계속 같은 코드가 잡힌 걸로 확인돼 명의도용으로 고소를 하라고 하면 대충 얼버무린다'는 내용으로 블라인드에서 언급된 일이 벌어지면서 종사자도 부당이익을 취할 수 있다.

이에 또 다른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940905'가 부여되면 몇 천 만원을 벌었든 소득보험료는 0원이다. 다만 지역가입자로 넘어가기 때문에 재산에 따라 부과되는 보험료는 다르게 책정된다'며 '특히 유흥업소가 많은 강남 지사에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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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공단 내부에서도 이러한 업무처리지침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대체로 음지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보호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 같다'면서 '시민단체에서도 유흥업소에서 일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건강보험료, 소득세 등 관련 문제를 상담하라고 홍보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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