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 둘레길 걸으면 봄바람 솔솔∼ 양구 펀치볼 너머 북녘이 한눈에
DMZ 펀치볼 둘레길 |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답답한 미세먼지가 걷히고 반짝 꽃샘추위도 다소 누그러지는 이번 주말 강원도는 잠깐의 눈·비 소식 뒤로 맑은 봄기운이 가득하겠다.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걸으며 새봄이 찾아온 강원도의 풍경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소양강 상류의 물줄기와 비무장지대의 신록을 느낄 수 있는 숨은 트래킹 코스 두 곳을 소개한다.
◇ 소양강 비경 머금은 둘레길…자연 속의 힐링 명소
'소양강' 하면 흔히들 춘천을 떠올리기 쉽지만, 강줄기의 시작은 청정고을로 이름난 인제로부터다.
인제군 서화면 무산(巫山)에서 발원한 소양강은 설악산 북천과 방천 등 지류를 만나고, 합강정에서 내린천과 더해져 큰 강을 이룬다. 이후 양구를 지나 춘천까지 흘러간다.
소양강 둘레길은 인제군에 걸친 상류를 따라 3개 구간으로 조성한 총연장 23㎞의 트래킹 코스다.
인제 '소양강 둘레길' 걷는 주민들 |
강변의 작은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원시적 자연과 빼어난 강변 풍광을 마주해 지친 몸과 마음을 고요하게 정화하는 '힐링 걷기'에 제격이다.
1구간은 살구미와 소류정을 잇는 8.5㎞ 코스, 2구간은 소류정∼38대교 9㎞ 코스로 각각 2시간 30분가량 걸린다.
3구간은 관광안내소에서 군축교까지 5.5㎞ 코스로 2시간가량 걸을 수 있다.
소양강을 오른편에 끼고 걷다 보면 전형적인 농촌 풍경을 품은 살구미 마을이 나온다. 마을 앞으로 경사진 모래가 언덕을 이뤄 사구미(砂丘尾)라고 불렀다가 지금의 살구미로 바뀐 것이다.
마을을 벗어나면 포장된 도로가 끝나면서 숲속 오솔길로 들어선다. 산비탈을 따라 걸으면 우거진 소나무숲을 만나게 된다.
숲속 벤치에 앉으면 수려한 소양강과 인제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단오절이면 사람들이 그네를 타고 놀았다는 춘향터와 돌탑길, 서낭당 등이 길 곳곳에 있어 조용하지만 심심하지 않은 재미를 더해준다.
자연 친화적인 흙길은 걷는 맛을 더하고, 굽은 강줄기를 따라 난 길은 주위 풍광과도 어울려 마음 편한 힐링을 선사한다.
국내에 강변을 따라 조성된 걷는 길은 많지만, 소양강 둘레길처럼 오지로 이어진 길은 손에 꼽을 정도여서, 지친 마음을 봄바람과 함께 달래고픈 이들에게 추천한다.
인제군 숲길 |
◇ 전쟁의 땅에서 느끼는 평화 발걸음…양구 펀치볼 둘레길
양구군 해안분지 '펀치볼'은 한국전쟁 당시 포탄이 빗발치던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이다. 가칠봉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40일 동안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국군이 고지를 점령하면서 휴전선이 38선 북쪽으로 획정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펀치볼은 암석의 차별풍화와 침식으로 형성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폐쇄형 분지로, 한국전쟁 때 유엔 종군기자가 분지 모양의 지형이 '화채 그릇'(Punch Bowl)을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은 오히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깨끗한 자연이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다.
최북단 양구 '펀치볼 둘레길' 44㎞ 개통 |
펀치볼은 남북 길이 11.95㎞, 동서 길이 6.6㎞에 면적은 44.7㎢로 여의도의 6배가 넘는 규모다. 2011년 분지 안쪽 테두리를 따라 DMZ 펀치볼 둘레길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국토의 최북단에 자리한 DMZ 펀치볼 둘레길은 평화의 숲길(14㎞), 오유밭길(20.1㎞), 만대벌판길(21.9㎞), 먼멧재길(16.2㎞) 등 4개 구간 72.2㎞로 이뤄졌다.
평화의 숲길은 평화동산, 월북방지판, 벙커, 철책선 등 볼거리가 적절하게 섞여 있어 분단의 아픔과 현실을 느낄 수 있다.
코스 중 가장 긴 만대벌판길은 숲과 계곡을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조화를 이뤄 트래킹 마니아들로부터 사랑받는다.
산림청이 조성하고 있는 백두대간 트레일 시작점인 먼멧재길은 해안분지의 남쪽 능선 민통선을 따라 걷는 코스로 원시림에 가깝게 보존된 숲이 일품이다.
오유밭길은 펀치볼 서쪽 부근을 탐방하는 구간으로 4개 코스 중에서 인기가 가장 높다. DMZ 펀치볼 둘레길 방문자 안내센터를 출발해 북쪽으로 걷다 보면 해안재건시비와 마주친다.
1956년 마을이 복구된 기념으로 세운 삼거리에 있는 돌비인데 '정의의 피로 물들인 펀치볼에 평화여 길이 깃들라'라고 새겨져 있다.
이곳에서 농경지를 따라 걷다 보면 동막동 마을이다. 이곳은 현3리 지역의 현 터가 있던 곳으로 최북단 마을이다.
둘레길이 조성된 DMZ 펀치볼 |
둘레길을 따라 걸으며 고개를 돌리면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해안분지를 볼수 있다. 짙은 안개를 품은 풍경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해 연방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 옅은 안개 사이로 보이는 마을과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도 환상적이다.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금강산과 무산, 운봉, 스탈린 고지 등 지금은 갈 수 없는 북녘 산하와 남쪽의 설악산, 점봉산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DMZ 펀치볼 둘레길은 비무장지대에 있어 모든 구간이 예약 탐방제로 운영된다.
예약은 홈페이지나 전화로 신청받는다.
분단의 아픔 간직한 DMZ 펀치볼 둘레길 |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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