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뉴욕타임스 트래블] 라스베이거스 안의 `또 다른` 라스베이거스를 만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예술지구의 중심지인 아트 팩토리의 모습. 조 버글루비치 ⓒ 2019 THE NEW YORK TIME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지아 스킨 씨(19)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여행 도중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술지구(Art District)'를 우연히 발견했다. 샌디에이고로 돌아가는 비행 편은 12시간이나 연착됐고, 카지노에서 시간을 때우기엔 그는 너무 어렸다. 스트라토스피어 타워와 프리몬트 거리 사이에 있는 예술지구는 그런 그가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예술지구에는 쭉쭉 뻗은 빌딩들 대신 오밀조밀 붙어 있는 낮은 건물들, 자동차 수리점 같은 옛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가 방문했던 날에는 마침 매달 첫째 금요일에 열리는 행사가 있었다.

지역 예술가들에게 아지트 같은 '아트 팩토리(Arts Factory)'에 관광객 수천 명이 몰려들었다. 스킨 씨는 3년 후 라스베이거스로 이사했다. 비주얼 아티스트 겸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데릭 스톤바거 같은 사업가와 일하고 있다. 예술지구협회장인 스톤바거 씨는 지역 정육점에서 만든 소시지와 프레첼을 판매하는 'ReBar'라는 펍을 운영하고 있다.

매일경제

ReBar에서는 주류뿐 아니라 빈티지 물건도 판다. 조 버글루비치 ⓒ 2019 THE NEW YORK TIMES


18개 블록으로 구성돼 있어 '18b'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예술지구는 1990년 후반만 해도 작은 상점 몇 개만 있었을 뿐이다. 아트 팩토리, 카사 돈 후안 같은 곳이 그나마 눈에 띄던 곳이었다.

카사 돈 후안은 커다란 부리토를 파는 멕시칸 레스토랑이다. 이 지역 하키팀 골든 나이츠가 득점하면 손님들에게 무료 음료를 준다. 비슷한 시기 네바다대 근처 메릴랜드 파크웨이가에 들어선 심야 카페거리는 늦은 밤에도 커피를 마실 수 있어 인기 있던 곳이지만 죽은 상권이 됐다.

다큐멘터리 작품을 찍고 있다는 페레즈 씨는 "많은 예술가, 시인, 음악가들은 이주민과 다름없었다. 그들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아트 팩토리가 있는 다운타운으로 활동 구역을 옮겼다"고 말했다.

포틀랜드, 오리건, 도쿄에 거주했던 파멜라 씨는 예술지구에서 칵테일 바 열 곳을 찾을 때 주저했다. 역동적이고 독립적 느낌이 나는 장소를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라스베이거스는 스트립쇼가 열리는 바만 가득했다. 수제 칵테일처럼 우리가 보여주려고 한 것들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파멜라 씨는 2013년 메인 스트리트에 벨베틴 래빗이라는 멋진 바를 열었다. 그때도 예술지구는 인기를 얻기 전이었다. 예술지구가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은 스톤바거 씨가 ReBar를 오픈한 2016년 무렵이었다. 지난가을 수백만 달러의 도시 미화 작업이 완성됐을 때 예술지구 인기는 치솟았다.

공무원인 클레이턴 씨는 예술지구에 있는 바를 즐겨 찾는다.

원래 노스다코타에 살았는데 일자리 찾는 아버지를 따라 16세에 라스베이거스로 이사 왔다. 퇴근 후 ReBar까지는 정확히 7분 거리. 그는 페이스북에 자신이 바에 도착할 시간을 알리곤 하는데, 정말 딱 맞춘 시간에 문을 열고 들어온다고 한다. 클레이턴 씨는 "라스베이거스 어떤 바에 들어가도 술을 마실 수 있고 비슷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여기는 다르다"며 "ReBar와 Artifice 같은 곳에서는 '클레이, 잘 지냈어?' 하는 인사를 받을 수 있다"고 웃어 보였다.

매일경제

아트 스퀘어는 스트라토스피어 타워와 프리몬트 거리 사이 18개의 블록을 차지하고 있다. 조 버글루비치 ⓒ 2019 THE NEW YORK TIMES


Artifice는 아트 스퀘어 콤플렉스에 있는 널찍한 술집이다. 아트 스퀘어에 있는 코크로치 극장은 극작가 닉 페인이 쓴 '인코그니토(Incognito)' 같은 작품을 선보인다. 흔히 라스베이거스에서 보는 공연이라면 '블루맨'이나 토플리스 여성이 나오는 쇼를 떠올리지만, 예술지구에서는 전혀 다른 공연들이 펼쳐진다.

벨베틴 래빗 바에서는 캄프리 샤워 칵테일을 마시면서 셰익스피어 극을 감상할 수 있다. 지하 공간을 빌려 포커 테이블을 구해오지 않는 한 근처에서 포커 게임장을 찾기도 어렵다. 그러니까 예술지구에서는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라스베이거스 같지 않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다.

사우스 라스베이거스 가에 있는 오래된 모텔 '선더버드'는 최근 멋진 부티크 호텔로 탈바꿈했다. 근처에는 로컬들이 찾는 바(Dino's Lounge, The Huntridge Tavern)와 커피숍(Vesta, Makers&Finders), 양조장(Hop Nuts), 파스타 전문 레스토랑(Esther's Kitchen) 등 들러볼 만한 곳들이 많다. 그중 에스더 키친은 남부에서 온 셰프가 기가 막힌 요리를 선보인다.

아트 팩토리 중심에는 원시적이면서도 멋진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알렉스 우에르타 스튜디오가 있다. 3 BAAAD Sheep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그가 작품 활동을 하게 된 이력은 조금 특이하다. 카지노 거장 스티브 윈이 구매한 피카소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아 2008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화려한 네온사인을 보려고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에 오지만 나는 이곳에서 예술이라는 최고의 경험을 사람들에게 준다"고 말했다.

마이크 실리ⓒ 2019 THE NEW YORK TIMES ※ 뉴욕타임스 트래블 2019년 2월 17일자 기사

[배혜린 여행+ 에디터 정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