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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인권위, 낙태죄 위헌…종교계, “낙태는 권리 아닌 생명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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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낙태죄는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위헌 의견을 17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인권위는 낙태 처벌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 △건강권·생명권 △재생산권 등을 침해한다고 봤다. 그러나 종교계는 “태아의 불가침적인 기본권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인권위 “출산은 여성 삶에 중대한 영향, 공권력 간섭받으면 안 돼”

인권위는 이날 헌재 위헌법률심판 의견 제출 건과 관련해 “출산은 여성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라며 “낙태죄는 경제·사회적 사안에 관해 공권력으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어 “형법은 예외를 두지 않고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 사유도 매우 제한적이라 불법 낙태 수술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낙태죄는 자녀 수, 출산 간격과 시기를 자유롭게 결정하고, 이를 위한 정보와 수단을 얻을 수 있는 재생산권을 침해한다. 특히 우생학적 허용조건을 활용해 생명을 선별했다는 문제 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낙태죄의 입법목적 또한 정당하게 실현됐는지 수긍하기 어렵다"고 규탄했다.

◆“태아, 여성 몸 일부가 아닌 완전한 독립체. 태아의 불가침적인 기본권 인정돼야”

인권위 의견과 관련 종교계 입장은 180도 다르다. ‘예수의꽃동네형제회’ 김승주 신부는 19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태아의 불가침적인 기본권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맞받아쳤다.

김 신부는 ‘국가인권위원회법 1조’를 근거로 들었다. 그는 “인권법 1조에는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한다‘는 첫 어절부터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며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돼 있지만 태아의 인권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그러면서 “태아는 태중에서부터 이미 한 살이고 여성의 몸의 일부가 아니라 완전한 독립체”라고 강조하며 “권리를 찾는 건 좋지만 항상 원하는 것만 하려고 하는 자율주의의 어둠을 경험하게 된다. 내 자율을 극대로 사용하면서 남의 권리(태아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낙태는 권리 아닌 생명 문제”

김 신부는 ‘낙태죄가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권리 문제가 아니라 생명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김 신부는 “‘낙태를 자신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권리가 있고 국가가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은 국가가 낙태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개인의 낙태 결정권과 낙태한 여성을 법이 보장해주면 낙태를 조장하는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안전한 낙태를 위해 낙태죄를 폐지하면 낙태도 건강보험으로 보장해달라는 때가 올 것”이라며 “국민에게 돈을 걷어서 아기를 죽이는 시대가 오지 말라는 법 없다”고 강조했다.

◆인권의 의견서 ‘출생 전 태아에게 아무런 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김승주 신부는 “태아는 하느님이 만드신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고, 엄마 아빠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죽지 않을 만큼의 권리 정도만 원하고 있다”며 “인권의 의견서는 ‘태아는 출생함과 동시에 비로소 온전한 권리의 주체가 되지만, 그렇다고 출생 전 태아에게 아무런 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이는 태아의 법적 지위를 가리킨다”고 해석했다.

김 신부는 “태아에게 아무런 권리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어떤 권리를 부여했나”라고 되물으며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은 서로 다른 차원의 가치다. 이 둘을 같은 선 위에 놓고 충돌시키면 안 된다. 미혼모도 약자지만 태아도 약자다. 이중 한쪽 편 드는 게 아닌 태아도 여성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문화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살인죄 엄벌하며 태아 죽이는 낙태 허용 요구는 모순”

한편 김 신부는 “살인죄는 엄하게 처벌하면서 낙태를 허용하자는 주장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신 12주면 생명이 아니고, 하루 지나 13주면 생명이라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려면 먼저 태어나야 되는데, 태어나지도 못하게 하면 행복을 어떻게 추구하겠나. 인권위 결정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낙태죄 폐지 현장을 가보면 ‘나의 자궁은 국가의 공공재가 아니다’라는 주장이 있는데, 국가가 임신을 시키고 아기를 낳으라고 했나. 남녀가 사랑해서 임신하고, 모성 때문에 임신한 거다. 재생산권을 주장하기에 앞서서 남녀가 성을 사용하게 되면 원하지 않든 원하든 생명으로 향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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