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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정부연구단 “지열발전이 촉발…포항지진은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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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연구단 연관성 결과 발표/ “지열정 굴착 고압 주입된 물에/ 임계상태 있던 진원지에 자극”/ 해당 사업 중단·부지 원상복구/ 피해자 손배소송 영향 미칠 듯

세계일보

“자연지진 아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포항지진 정부조사단이 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을 촉발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날 포항시민단체 등은 회견장에 몰려와 포항지진에 대해 책임을 묻는 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2017년 11월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은 지열발전이 촉발했다는 정부조사연구단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포항지진이 졸속 추진된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으로 인한 인재(人災)로 밝혀진 만큼 정부는 해당 사업을 영구 중단하고 해당 부지를 원상복구하기로 했다. 이번 결과는 포항지진 피해자들이 정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강근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장(대한지질학회장)은 20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열발전을 위한 실증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열정(地熱井)을 굴착하고 이에 대한 수리자극(Hydraulic Stimulation·물 주입)이 시행된 결과 여러 지진이 순차적으로 유발됐고, 응력이 임계상태에 있던 단층에 영향을 미쳐 포항지진을 촉발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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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있는 포항지열발전소 모습. 연합뉴스


정부는 2010년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을 위한 사업에 착수하면서 넥스지오 컨소시엄을 수행기관으로 선정하고 이듬해 포항을 대상 부지로 결정했다. 지열발전은 지하 깊은 곳에 물을 주입해 지열로 데운 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기로 터빈을 돌려 이뤄진다. 물을 주입하기 위한 굴착 깊이가 4∼5㎞에 이르고, 물을 넣었다 빼는 과정에서 지하수 등 지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에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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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경북 포항 흥해 대성아파트에 출입을 통제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 2017년 발생한 지진으로 건물이 기울거나 금이 가는 등 큰 피해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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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경북 포항시 장림동 한 필로티 구조 건물 1층 기둥이 뼈대만 드러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건물은 지난 2017년 발생한 지진으로 피해를 입어 출입을 통제하고 복구공사를 하고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열발전을 위해 지열정 두 군데(PX-1·PX-2)가 굴착됐고, 이를 이용해 2016년 1월부터 5차례에 걸쳐 수리자극이 시행됐다. 굴착 과정에서 발생한 이수(mud·泥水)가 누출되고 PX-2 지열정을 통해 고압으로 주입된 유체(물)의 영향으로 확산한 압력이 포항지진의 단층면상에서 남서방향으로 여러 미소지진을 순차적으로 유발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지진들의 영향은 응력이 임계상태에 있던 포항지진 본진의 진원지에 도달해 규모 5.4의 지진을 일으켰다.

연구단은 앞서 발생한 2011년 일본 도호쿠 지진(규모 9.0)이나 2016년 경주지진(규모 5.8)이 포항지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 연구단장은 “경주지진은 자연지진이고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이 ‘촉발’한 지진”이라며 “2011년 일본 도호쿠 지진과 2016년 경주지진은 포항지진의 단층을 움직일 정도의 응력을 쌓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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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일 산업부 차관이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은 인근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는 정부연구단의 결론에 대한 산업부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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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지진 이재민 임시구호소에 텐트가 가득 차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포항지진 조사연구단을 꾸리고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단은 국내조사단과 해외조사위원회로 구성됐으며, 두 그룹의 독립적인 조사 내용을 종합해 연구단장이 총괄적인 결론을 내렸다. 연구단의 발표 뒤 정부는 “연구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피해를 본 포항 시민들께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가 앞으로 취해야 할 조치를 최선을 다해 추진해 나가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의 진행 과정 및 부지선정의 적정성 여부 등에 대한 조사도 뒤따를 전망이다.

김준영·우상규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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