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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증권에 국한된 집단소송 탓에…포항지진 정부소송엔 개별 참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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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참여 안 해도 구제받는 집단소송은 증권분야만 적용

박영선·백혜련·채이배 의원안, '모든 집단피해'로 확대

하지만 법안 11개 발의만…20대 국회 논의 1번도 안 해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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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지열발전소가 포항에서의 지진을 촉발했다는 정부 조사연구단 결과가 나왔지만 피해를 입은 포항시민들이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국가나 기업을 상대로 각자 소송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송에 굳이 참여하지 않아도 함께 구제받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현재 진행되는 소송은 직접 참여해야만 승소 효과를 누리는 공동소송에 불과한 탓이다. 집단소송은 국내에 증권분야에만 허용된 데다 집단소송 대상을 확대하는 관련 법안도 국회에서 잠만 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항지진 직후 시민 500여명이 만든 시민단체인 포항지진시민대책본부에는 ‘포항지진에 인재(人災)요인이 있었다’는 발표가 나오자 소송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앞서 포항지진시민대책은 지난해 10월 정부와 지열발전소 운영사 등을 상대로 지진 피해 시민에게 위자료로 한 사람당 하루 5000~1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는 현재까지 약 13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 포항 지진 소송, 집단소송인가 공동소송인가

일각에서는 이를 집단소송으로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소송에 원고로 참여하는 사람이 여럿인 공동소송에 불과하다. 공동소송과 집단소송을 구별해야 하는 이유는 승소 혜택을 누리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집단소송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BMW 화재처럼 피해자가 다수인 상황에서 일부 피해자가 전체를 위해 소를 제기하고 소송 혜택을 받지 않겠다는 ‘제외신청’을 한 사람을 빼고는 모든 피해자가 함께 구제받는 제도다. 반면 현재 포항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소송은 개별적으로 소송에 참여한 사람만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시민단체 등에서 대규모 소송 원고인단을 모집하는 이유다.

문제는 일반적으로 피해자 구제면에서 더 효과가 있다고 평가되는 집단소송이 국내에는 증권 관련 분야에만 도입돼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회에는 집단소송을 다른 분야로 확대하는 법안들이 제출돼 있지만 국회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 20대 국회에는 집단소송법안이 11개 발의돼 있지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이 안 돼 단 한번도 논의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지난해 9월 집단소송 대상을 일부 제한된 범위로 확대하는 법안을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원입법 형식을 빌어 제출했다. 다만 확대 범위가 △제조물책임(자동차 등) △부당공동행위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부당 표시 광고행위 △개인정보침해행위 △식품안전 △금융소비자 보호 등이어서 포항 지진 피해는 대상이 아니다.

◇ 의원안 3개, ‘모든 집단적 피해’ 집단소송 허용

하지만 11개 입법 중 박영선·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안과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안은 집단소송 적용 대상을 ‘공통의 이익을 가진 다수인에게 발생한 피해’로 규정했다. 법조계에선 집단소송 대상이 이렇게 특정영역으로 제한되지 않으면 포항 지진 사례도 집단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함영주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단소송 대상이 모든 집단적 피해로 확대되면 이번 포항 지진 피해건은 집단소송에 해당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미국의 경우 퇴역군인들이 자국을 피고로 손해배상을 제기했을 때 허용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지만 이는 정책적 판단 성격이 짙었던 것으로 이번 건은 고엽제건과 달라 보인다”고 말했다.

지열발전소 운영사뿐만 아니라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도 집단소송으로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김제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일반 기업 상대의) 똑같은 민사소송으로 법원에 소를 제기할 때 국가 역시 (기업과 같은) 똑같은 당사자일 뿐”이라며 “(모든 집단적 피해에 대해 집단소송이 허용돼 있다면) 국가손해배상도 집단소송으로 안 될 게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업 등의 불법 부당 사례는 증가하고 있지만 정보 부족과 소송 비용, 소송기간 장기화 우려로 개별 피해자가 소송에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효과적인 권리구제를 위해서는 집단소송 확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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