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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예술향 감도는 홍대 골목… 경포호 벚꽃길 찬란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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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따라 봄 따라… 봄맞이 도보코스 17선

동아일보

산과 들은 물론 도심 속 골목길에서도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모습을 발견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계절, 봄이 돌아왔다. 왼쪽 사진은 22일 한 시민이 봄 햇살을 맞으며 서울 종로구 경희궁 돌담길을 산책하는 모습. 오른쪽 작은 사진들은 서울 마포구 상수동 골목길 풍경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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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넓은 들판에 파랗게 새봄이 왔어요/가로등 그늘 밑에도 새봄이 왔어요/모두들 좋아서 이렇게 신바람 났는데/아이야 우리 손잡고 꽃구경 가자꾸나….(하략)’

한국 포크음악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가수 이정선(68)이 1979년 발매한 4집 앨범(‘이정선 4’)에 수록된 곡 ‘봄’의 일부다. 산과 들에는 초록 새싹이 움틀 준비를 하고 있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심에도 붉고 노란 꽃들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꺼칠하던 가로수들도 푸른빛을 내며 생기를 되찾고 있다. 이제 따스한 봄볕을 맞으며 거리로 나설 때가 됐다. ‘한국관광공사’의 관광안내 사이트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소개한 도보여행 추천코스를 중심으로 봄에 걷기 좋은 길들을 소개한다.

○ 도심 한복판에 찾아든 봄

절기상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춘분(春分)인 17일 서울 도심은 선선한 봄 날씨였다. ‘사라진 성곽길’로 소개된 광화문 일대를 걸어봤다. 서울의 옛 성곽들은 상당수 사라졌지만 길은 남았고 봄의 정취를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서대문 방향으로 5분쯤 걷다 보면 서울역사박물관이 다가선다. 다양한 석상과 옛 전차 등 전시물을 지나자 박물관 본관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전시행사가 눈길을 끈다. 그 옆 아담한 고궁에 ‘흥화문(興化門)’ 현판이 보인다. 조선시대 광해군이 1618년 세운 경덕궁(현재 경희궁) 정문이다. 궁 안으로는 넓은 잔디밭과 울창한 나무숲이 펼쳐져 있다. 경희궁 인근 강북삼성병원 뒤편에는 백범 김구 선생이 1949년 피살된 ‘경교장’이 자리를 잡고 있다. 1938년 지어진 이 건물은 김구 선생이 1945년 중국에서 돌아와 서거할 때까지 집무실 겸 숙소로 사용하던 곳이다.

강북삼성병원 건너편에는 연인들의 명소로 꼽히는 정동길이 있다. 편도 1차로에 이화여고, 예원학교, 작은 카페, 식당 등이 있어 구경하며 걷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덕수궁 돌담길을 끼고 걷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을 들러도 좋다. 전시회를 보지 않더라도 미술관 주변의 멋진 조형물과 숲만으로도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옛 추억을 되새겨도 좋다.

이처럼 도심 속에서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는 인천 중구 산책길, 대전 유성구 공부길, 부산 시간여행길 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김명주 홍보팀장은 “도보여행 추천코스 17곳은 누리꾼들의 조회수가 가장 많은 곳들로 선정됐다”며 “앞으로는 많은 국내 관광객이 여가시간을 보다 쾌적하게 지낼 수 있도록 잘 알려지지 않은 유망 관광지를 발굴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호수와 들녘을 뒤덮은 봄

최근 기온이 올라가면서 불청객 미세먼지에 고통받는 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 있다. 강원 강릉시 경포호다. 특히 4월이 되면 경포호 주변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상춘객들을 유혹한다. 1960년 경포해수욕장이 개장하면서 조성된 벚꽃길은 수령 100년을 헤아리는 10여 그루의 벚나무도 있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여기에 조선 후기 양반집인 선교장과 관동팔경(關東八景) 가운데 하나인 경포대, 참소리축음기&에디슨박물관 등도 모두 경포호를 둘러본 뒤 찾아볼 만한 곳들이다.

소설 ‘토지’의 주인공이 돼 봄을 맞는 일도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일대를 둘러보면 된다. 평사리공원부터 드라마 토지를 촬영한 세트장, 평사리문학관에 이르는 4.5km를 걷다보면 서희, 길상, 최치수 등 소설 속 등장인물이 걷고 먹고 마시며 잠자던 공간을 마주할 수 있다.

전남 영암군 군서면에는 2200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마을이 있다. 월출산(月出山)의 서쪽 자락에 위치한 구림전통한옥마을(왕인박사마을)이다. 많은 역사적 설화와 인물을 배출한 곳으로 12개의 누각과 정자, 전통가옥, 돌담, 고목나무 등이 옛날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이곳에서 시작해 죽정서원∼왕인박사유적지∼성기동국민관광지를 걷다 보면 먼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경험하는 시간여행도 가능하다.

이 밖에 경기 남양주시 팔당역 주변길이나 강원 고성군의 문화산책길, 경북 상주시의 느림보산책길, 경남 밀양시의 바람길, 전남 장흥군의 유치자연휴양림, 제주의 올레길 등을 걷다 보면 물아일체의 상태에서 봄에 안길 수 있다.

○ 골목길로 파고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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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홍익대라는 이름에서 시끌벅적한 이미지만 떠올린다면 아직 이 거리를 완전히 정복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홍익대 번화가에서 5분만 더 걸어가면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고, 개성 넘치는 카페와 펍, 레스토랑이 구석구석 숨어 있는 골목길들을 만날 수 있다. 발 가는 대로 걷다 보면 이 골목이 저 골목 같고, 저 골목이 이 골목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골목 곳곳에 숨어 있는 조용한 명당을 찾는 재미에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이 거리의 대표적 이색공간인 윤스칼라에서는 한류 드라마의 대표작인 윤수호 감독의 사계절 시리즈 ‘가을동화’ ‘겨울연가’ ‘여름향기’ ‘봄의 왈츠’에서 사용한 소품과 현장 사진, 드라마 세트 등을 볼 수 있다. 숲속 같은 분위기에서 맛있는 커피 한잔도 가능하다.

비영리 갤러리인 대안공간 루프에선 유망한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만날 수 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색다른 볼거리를 찾고 싶다면 불쑥 들러도 된다. 루프 앞에는 비보이 전용극장도 있다.

상수동 이색거리에서 여유를 만끽했다면 다시 홍대입구역 쪽으로 몇 골목 걸어보자. 홍대 걷고 싶은 거리, 홍대 예술의 거리, 홍대 클럽거리 등이 즐비하다. 세상은 다시 분주해진다.

골목길이지만 전혀 다른 느낌을 찾는다면 경북 군위군 부계면 한밤마을 돌담길이 추천 1순위이다. 번잡한 도시의 골목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이 밖에 경북 경주시와 경남 통영시에서도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골목길 경험이 가능하다.

황태훈 beetlez@donga.com·주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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