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진단·수술은 암의 ‘치료 공식’으로 통한다. 하지만 갑상샘암은 예외다. 갑상샘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100.2%로 오히려 일반인보다 높다. 진행 속도가 느리고 비교적 치료가 잘 되는 유두암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2016년 갑상샘암으로 사망한 환자는 346명으로 전체 암 사망자(7만9729명)의 0.4%에 불과했다. 최근 10년간 사망자 수는 매년 400명 이하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방암 조기 진단을 위해 40세 이상 여성에게 유방촬영 검사를 권고하지만 일각에서는 과잉 진단 우려를 제기한다. 프리랜서 김동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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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샘암은 진행 느리고 생존율 높아
갑상샘암 발생자는 2만6051명(2016년 기준)으로 전체의 11%에 달한다. 2012년에는 갑상샘암 발생자 수가 4만4621명까지 치솟기도 했다.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안형식 교수는 “암 진단이 느는데 사망이 일정하다는 것은 치명적이지 않은 암까지 찾아내는 경우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라며 “대부분의 환자는 암에 대한 공포심에 수술을 선택하는데 평생 호르몬제를 먹어야 하고 일부는 음성 변화 등 후유증을 앓게 돼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갑상샘암의 과잉 진단 논란이 제기되면서 국립암센터는 2015년, 목에 혹이 만져지는 등 증상이 없는 성인은 갑상샘암 조기 검진이 필요하지 않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한갑상선학회도 일반적으로 1㎝ 이상인 결절(혹)에만 추가 검사 후 수술을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갑상샘암에 이어 최근에는 유방암도 조기 검진이 필요한가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유방암은 위암·간암 등 10개의 주요 암 중 유일하게 발생률이 증가하는 암이다. 암 발생자 수가 2012년 1만6784명에서 2016년 2만1839명으로, 사망자 수는 같은 기간 2013명에서 2472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우리나라는 국가 암 검진 사업을 통해 40세 이상 여성의 유방촬영 검사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유방에 X선을 쬐어 이상 조직을 발견하는 검사다. 고대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정승필 교수는 “유방암은 상피내암에서 침윤성 유방암으로 악화하는데 언제, 어떻게 진행될지 명확히 알 수 없다”며 “병이 깊어지면 생존율이 떨어지는 만큼 병기와 관계없이 암을 떼는 것이 유방암의 표준 치료”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유방촬영 검사가 되레 환자에게 득보다 실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유는 첫째, 과잉 진단의 위험이 크다. 2013년 코크란리뷰에는 유방촬영 검사와 관련한 7개의 임상시험을 종합 분석한 연구가 실렸다. 이에 따르면 여성 2000명이 10년간 해마다 유방촬영 검사를 받을 때 실제 암으로 사망하는 것을 예방하는 사람은 1명에 불과했다.
반면 10명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도 불필요한 치료를 받았고, 200명은 초기 암으로 진단했다가 추가 검사에서 암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안 교수는 “유방촬영 검사로 이득을 보는 여성보다 불필요한 검사·치료를 받거나 스트레스·불안 등에 시달리는 여성이 훨씬 더 많아 문제”라고 했다.
미국 40대 여성은 유방촬영 검사 ‘선택’
둘째, 정확도가 낮다. 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는 40대 여성의 유방촬영 검사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평가한다. 이 연령대는 유선 조직의 밀도가 높아 X선 검사로 암을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서양인보다 가슴이 작고 유선 조직이 촘촘해 이럴 가능성이 더 크다. 안 교수는 “미국의 40대 유방암 연령 표준화 발생률은 한국보다 높은데도 과잉 진단에 대한 우려로 모두에게 검진을 권고하진 않는다”며 “우리나라도 정부·학계·환자가 모여 유방암 조기 검진의 득실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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