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기엔 달걀·우유
성인은 갑각류·밀가루 주원인
가공식품 라벨 확인 후 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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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은 유해균이 들어왔을 때 방어 면역체계가 작동한다. 식품 알레르기 환자는 몸에서 특정 음식을 유해균처럼 인식한다. 몸이 해당 음식에 대한 특이 항체나 면역 세포를 생산해 몸속에 지니고 있다가 그 물질에 노출될 때마다 활성화해 증상을 유발한다.
증상은 다양하다. 두드러기·아토피피부염·부종·가려움증 등 피부, 구토·설사·복통 등 위장관, 천식·비염 등 호흡기, 아나필락시스 등 전신에 영향을 끼친다. 이 중 아나필락시스는 갑자기 발생하는 심각한 전신 알레르기 반응이다. 호흡곤란이나 저혈압, 쇼크를 유발해 즉각적인 응급처치가 없으면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 식품은 연령대별로 조금씩 차이가 난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전유훈 교수는 “영유아는 달걀과 우유, 2~6세는 호두·달걀·우유, 7~12세는 호두·메밀·땅콩, 13~18세는 메밀·밀·새우가 주요 원인 식품”이라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의 식품 알레르기는 50% 이상이 달걀과 우유 때문에 발생한다. 다행히 달걀·우유가 원인인 알레르기는 크면서 대부분 호전된다. 반면에 땅콩·호두 알레르기는 성장을 해도 지속되는 편이다. 서구에 비해 발생 빈도가 낮지만 최근 발생률이 증가하는 원인 식품이다.
꽃가루 알레르기 있으면 사과·키위 조심
성인에서는 게·새우·바닷가재 등 갑각류와 밀가루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노인 중에는 돼지고기·소고기 등 붉은색 육류를 먹은 후 알레르기를 호소하는 사례가 꽤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성인은 과일 알레르기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 박중원 교수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중에는 과일이나 채소류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가 있다”며 “꽃가루와 분자 구조가 유사한 식품을 섭취했을 때 발생한다”고 말했다.
국제학술지 ‘알레르기·천식 및 면역 연구’(2018)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한국인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 648명 중 41.7%가 사과·키위·복숭아 등 과일이나 토란·더덕 등 채소류 알레르기가 있었다. 이들은 생과일이나 채소를 먹었을 때 닿는 부위인 입술, 입안, 입천장, 혀, 목 안이 가렵고 붓는 구강 증상을 호소했다. 이 중 43%는 구강 증상과 함께 두드러기와 같은 피부 증상, 20%는 기침이나 호흡곤란 같은 호흡기계 증상, 8.9%는 아나필락시스를 동반했다.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성인 중에는 밀가루가 들어간 식품을 먹은 뒤 운동을 하다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하는 사례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박 교수는 “전형적인 식품 알레르기는 원인 식품 섭취 후 30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난다”며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 중에는 원인 식품을 먹고 1~2시간이 지나서 조깅·축구 등 운동을 하다 호흡곤란을 일으키거나 실신할 수 있다”고 했다.
식품 알레르기를 진단할 때에는 먼저 과거에 특정 식품을 먹고 난 후 명백한 증상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혈액검사나 피부반응 검사에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특이 면역글로불린 E(IgE) 항체가 있는지 확인해 확진한다. IgE는 외부 공격에 방어하기 위해 인체의 면역체계에서 생성되는 항체를 말한다. 혈액·피부반응 검사를 하면 원인 식품을 가려낼 수 있다.
땅콩 알레르기 있으면 완두콩·대두 주의
가공식품을 먹을 때는 포장지에 있는 식품 라벨을 꼼꼼하게 확인해 알레르기 유발 식품이 들어 있는지 확인한다. 외식할 때도 해당 식품을 ‘빼달라’고 주문한다.
알레르기 유발 식품과 분자 구조가 비슷해 교차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식품 정보 역시 알아두면 좋다. 땅콩 알레르기가 있으면 완두콩·대두, 호두 알레르기가 있으면 캐슈넛·헤이즐넛, 연어 알레르기가 있으면 황새치·가자미, 멜론 알레르기가 있으면 수박·아보카도·바나나 섭취를 주의하는 식이다.
전 교수는 “다만 소아는 성인과 다르게 성장과 발달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식품을 제한하면 키나 몸무게가 늘지 못할 수 있다”며 “식품 알레르기가 의심되면 반드시 검사를 한 후 확인된 식품만 제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알레르기원 식품은 피하면서 대체 식품을 이용해 영양상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모르고 먹거나 실수로 먹었을 때는 신속한 대처가 관건이다. 심하지 않은 두드러기나 가려움증, 부종이 나타났을 때는 증상 완화에 도움되는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를 빨리 복용한다. 아나필락시스 같은 중증 증상이 발생했을 때는 쇼크가 올 수 있어 치료를 오래 지체해선 안 된다.
박 교수는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적이 있는 환자는 응급 치료제인 자가주사용 에피네프린을 처방받아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볼펜처럼 생긴 주사제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허벅지 바깥쪽에 수직 방향으로 주사하면 된다. 주사 후 증상이 호전됐더라도 2차 반응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도록 한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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