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0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이하 편성지침)’을 의결했다. 편성지침은 기획재정부가 매년 각 부처에 보내는 ‘가이드라인’이다. 각 부처는 편성지침을 토대로 짠 이듬해 예산안을 5월 말까지 기재부에 제출해야 한다.
자료: 기획재정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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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정부는 주력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을 확대하는 정책에 재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핵심 소재ㆍ부품 산업이나 반도체ㆍ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R&Dㆍ인재양성ㆍ사업재편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도서관ㆍ체육시설 등 일상과 밀접한 시설에 투자하는 생활밀착형 SOC을 작년과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적극적으로 발굴한다.
취약계층의 소득 기반을 확대하는 식으로 사회 안전망도 더욱 확충한다. 내년부터 한국형 실업 부조를 도입해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을 자격이 없는 근로 빈곤층을 보호한다.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전체 고교 2ㆍ3학년을 대상으로 무상 교육을 추진하고 저소득층 학자금 지원을 강화한다. 이른바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 지원과 장애인 구직 지원 서비스를 확대하고 노인 일자리의 질적 향상도 모색한다.
이와 함께 스마트 공장ㆍ산업단지를 보급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혁신 성장을 촉진하며 데이터ㆍ인공지능(AI)ㆍ수소 경제ㆍ5세대 이동통신(5G) 등 4대 플랫폼 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이슈로 주목받았던 미세먼지도 내년도 예산을 중점 투입할 항목 중 하나로 꼽혔다. 노후 경유차를 조기 폐차하고 친환경 자동차를 확대하는 정책을 이어가고 한국과 중국 공동으로 미세먼지 원인 연구 및 예보, 저감 조치 협력을 강화한다.
이처럼 정부가 재정 역할을 강조하면서 내년 예산은 올해 470조원 규모를 넘는 500조원 대의 ‘슈퍼 예산’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8월 발표한 ‘2017∼2021년 중기 국가 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지출 규모는 470조원. 2020년 지출 증가율 7.3%를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 내년 지출은 약 504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구체적인 재정 편성 규모는 올해 세수 확정 이후 결정할 계획이다.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은 "재정 규모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고, 세입여건과 부처 요구를 더 파악해야 한다"며 "재정 분권에 따른 지방 이양도 있어 지출 규모를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재정 여력이다. 정부가 지난해 예산을 10년 만에 최대인 9.7% 늘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넉넉한 세수 여건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반도체 가격 하락과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른 수출 감소 등으로 세입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
기재부도 ‘편성지침’에서 세입 여건 악화 가능성을 명시했다. 기재부는 “미ㆍ중 무역갈등, 반도체 업황 부진 및 자산시장 변동성 등 하방 요인으로 세수 증가세가 둔화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복지ㆍ의무지출 증가에 따라 재정운영 경직성이 높아지고, 저출산ㆍ고령화 등 구조적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 투자 필요성도 확대되고 있다”면서 “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관리해나갈 계획이다. 각 부처가 기재부에 정책사업 증액 및 신규사업 예산을 요구할 때 재량지출을 10% 깎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재량지출은 부처마다 재량으로 조정할 수 있는 지출이다. 정책 사업의 우선순위를 따져 각 사업에 소요될 재원을 감액하거나 혹은 사업 폐지 검토 등을 거친 뒤 재원을 재분배하라는 것이다.
안일환 예산실장은 "적극적 재정운영은 총지출 증가율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며 "경제 활력을 불어넣고 혁신성장과 소득재분배를 강화하는데 재정이 할 역할은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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